'목숨 건 연애' 하지원 "희로애락 보여주는 깊은 연기 욕심"
[더팩트 | 김경민 기자] 배우 하지원(38)의 변신 방향은 거꾸로 흐른다. 보통 변신이라고 하면, 부드러운 느낌에서 강렬하고 자극적인 느낌으로의 흐름을 떠올리는데 하지원은 그 반대다. 화려한 액션, 짙은 카리스마, 털털한 매력을 대표하는 그에게 '로맨스릴러' 영화 '목숨 건 연애'(감독 송민규·제작 비에이엔터테인먼트)는 변신이자 도전으로 불린다.
하지원은 '목숨 건 연애'에서 추리소설가 제인 역을 맡아 이태원 연쇄살인 사건을 추적하는 이야기를 이끈다. 탐정처럼 모든 사람을 범인으로 의심하는 엉뚱한 호기심을 소유했지만 사랑스럽고 발랄한 분위기를 지녔다. 그동안 영화 '허삼관' '코리아' '해운대' 드라마 '시크릿 가든' '기황후' 등 강한 캐릭터를 보여준 그가 힘을 조금 빼고 입가 가득 함박웃음을 지으며 스크린에 돌아왔다.
다른 배우들과는 다른 방향으로 변신과 변화를 거듭하는 하지원은 "특이하니까 좋다. 남들과 다르니까 더 좋다"고 소탈하게 웃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로에서 '목숨 건 연애' 인터뷰로 만난 하지원은 꾸준히 변화하고 있는, 아직도 변신하고 싶은 천생 배우였다.
- 시나리오가 아닌 영화로 결과물을 본 소감은.
"가편집된 영상도 봤는데 현장에서 연기했던 것보다 많이 망가졌더라. 편집하니까 강도가 더 세서 조금 놀랐다."
- 대만 배우 진백림도 참여하고 한중합작영화인가.
"아니다. 100% 한국 작품이다. 4월 개봉 예정이었는데 중국 쪽에서 다 만들어진 영화를 보고 같이 개봉하고 싶다는 제안을 했다. 그래서 개봉이 미뤄졌다."
- '목숨 건 연애'를 선택한 이유는.
"오랜만에 로맨틱 코미디다. 물론 예전에도 해봤지만 '목숨 건 연애'에는 위험한 순간인데 사랑을 느끼고, 이러면 안 되는데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는 연기였다. 스릴러가 많으면서도 코미디가 되고 다양한 장르를 할 수 있어서 신선한 면이 많았다.
작품 선정에 기준이 있다기보다는 요즘 연기에 대한 목마름이 있다. 흥행이나 작품성보다 누군가의 삶의 희로애락을 보여줄 수 있는 깊은 연기를 하고 싶다."
- 극 중 영어 실력이 좋던데 할리우드 진출을 노릴 수 있겠다.
"영어 실력에 대해 이렇게 칭찬해줄지 몰랐는데 감사하다. 그런 기대는 하나도 안 했다. 열심히 준비했다. 할리우드 진출할 기회가 오면 당장 가야지. 실제 제안에 대해서는 어떻게 말할 수 없다(웃음)."
- 방귀를 자주 뀌는 등 웃기고 망가지는 연기가 어렵지 않았나.
"코믹한 상황은 감독이 디렉션을 줬다. 배가 부글거린다, 방귀를 참는다, 못 참는 순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으로 하늘을 본다 등 감독이 가르쳐줬다. 실험적인 영화나 신인감독 단편 영화에도 도전해보고 싶고 굉장히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쉬지 않고 많이 해보고 싶다. 그 외에 극 중에서 상황이 코믹한 것이지 코미디 연기를 한 적은 없다."
- 천정명 진백림 두 배우와 함께 호흡을 맞췄다.
"천정명과 진백림은 영화 안에서도 되게 다르다. 이런 남자한테 여자는 이렇게 대하는 것처럼 상대적이다. 친구 같은 남자한테 애교 부리진 않잖나. 상대에 따라 편하게 대하다가 첫눈에 반한 사람한테는 털털하게 할 수 없듯이 두 남자 캐릭터가 달라서 그에 맞춰 연기하는 게 재밌었다. 목숨을 다르게 거는 거니까 되게 독특했다."
- 드라마 '너를 사랑한 시간' 이후에는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하는 연애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했는데 지금은 어떤가.
"그때 말을 그렇게 했나?(웃음) 친구로 지내다가 연인으로 발전한 적은 없다. 그냥 첫눈에 반하는 스타일이다. 그렇다고 쉽게 사귀진 않는다. 애매모호한 관계는 없다. '썸'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내가 옛날 사람인가. 처음 친구로 만났으면 계속 친구 같다."
- 진백림과 열애설도 있었는데.
"진백림과는 연인이 아니었다. 안 사귀었다. 처음에 동료로 만났다."
- 연기에 대한 갈증을 일으킨 계기가 있나.
"'기황후'를 마치고 '허삼관'에 임할 때 삶의 이야기를 표현하는 인물이었다. 비중이 많지 않았지만 촬영하면서 좋았다. 캐릭터가 보이는 영화보다 누군가의 삶을 더 아프게, 더 슬프게 표현하면서 관객의 소름을 돋게 해주고 싶다. 사람 냄새 나는 역할을 하고 싶다."
- 영화 속 두 남자 배우의 액션 연기를 보면서 액션 본능이 나오진 않던가.
"나도 가끔은 쉬어야지(웃음). 액션 본능이 튀어나오진 않았다. 액션 연기는 그 느낌이 좋다. 액션할 때 감정이 있다. 칼을 겨누는 단순한 액션이 아니라 그 사람에 대한 애증이 액션 자체에 담겨서 매력적이다."
- '시크릿 가든' 배역 이름인 길라임이 정치적인 이슈로 떠올랐는데.
"내 기사들을 꼼꼼히 다 읽는 편이다. '목숨 건 연애' 제작 보고회 전날 '하지원, 길라임 언급할까' 같은 기사가 되게 많이 나왔다. 매니저와 대화하면서 많은 사람이 궁금해하고 나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할 거라는 추측이 많았다. 먼저 내 소신을 이야기하는 것도 좋겠더라. 블랙리스트는 나도 몰랐던 부분이다."
- 긴 연기 경력을 끌고 올 수 있었던 비결이 있다면.
"내일 당장 마음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지만 연기와 촬영장이 정말 좋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부상도 당해봤는데 좋아하는 걸 하면 심적으로 힘이 덜 드니까 그런 부분을 이겨낼 수 있다. 싫은 건 하기 싫지만 좋아하는 걸 하니까."
- 차기작 계획은.
"다음 작품은 어떤 장르를 하겠다 정하지 않는다. 나를 써준다면 다 도전해보고 싶다. 더 시작점에 있는 것 같다. 나름 중요한 시기여서 좋은 작품을 빨리 만났으면 좋겠다. 흥행은 작품마다 하고 싶다. 모든 배우가 다 그렇겠지. 흥행은 신의 영역이 아닐까. 그래서 모든 작품에 최선을 다한다."
- 앞으로 새로운 연기나 캐릭터에 대한 두려움은 없나.
"내 성격이 이상한 건지 잘 모르겠는데 고민을 미리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자꾸 젊은 역할이 온다. 그것도 감사하다. 언젠가 나이를 느끼겠지. 점점 주름도 생길 텐데 미리 걱정하지는 않는다. 닥칠 때 고민하려고 한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많이 하고 싶다."
- 연기를 그렇게 사랑하는데 연기로 보답 받는 기분은 느끼나.
"연기와 나를 따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 한제인이라는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서 연기하는 게 아니라 하지원이 한제인이 되는 거니까 내 연기를 평가해본 적도 없다. 내가 느끼는 내 감정과 이것이 맞든 안 맞든 못하든 최대한 쏟는 순간이다. 감정이 뭘까 고민하는 어려움은 있다. 그 순간만큼은 내가 알고 있는 생각을 100% 표현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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