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 보면서 울었던 부분에서 똑같이 울어"
[더팩트|권혁기 기자] "(전)도연 누나가 그러더라고요. '엄마는 반칙 아니냐'면서 엄지를 척 보이더라고요. '판도라'는 그게 가장 큰 메리트라고 봅니다. 의연하게 가는 것이요."
배우 김남길(36)과 영화 '무뢰한'에서 호흡을 맞췄던 전도연이 '판도라'(감독 박정우·제작 CAC)를 보고 한 말이라고 한다. '칸의 여왕' 전도연이 그렇게 말했을 정도로 '판도라'의 절정은 김남길의 '사람 냄새'나는 연기로 마무리 된다. 지난 7일 개봉된 '판도라'는 한반도에 발생한 지진으로, 한별 원전이 폭발하면서 벌어진 재난을 다룬 블록버스터다.
역대 최대 규모의 강진에 이어 한반도를 위협하는 원전사고까지, 예고없이 찾아온 대한민국 초유의 재난 속에서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평범한 사람들의 사투를 그렸다. '연가시' 박정우 감독이 연출을 맡은 '판도라'는 4년 간의 기획을 거쳐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만큼 탄탄하고 긴장감 있는 스토리와 초대형 스케일, 완성도 높은 프로덕션으로 개봉 전부터 세계적인 인터넷 기반 TV 서비스 기업 넷플릭스가 해외 판권을 구매, 전 세계 190여개국 배급이 결정됐다. 한국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을 스케일과 디테일이 살아 있어, 개봉 이후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카페 라디오엠에서 김남길을 만났다. 편하지만은 않은 영화지만, 김남길은 편하고 자연스럽게 영화에 대한 썰을 풀어나갔다. 그는 "방사능 재난이라는 것을 잘 몰라 시나리오를 볼 때는 '과하지 않나'라고 생각했지만 과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어디까지나 '판도라'는 사실적인 이야기"라고 피력했다.
다음은 김남길과 주고 받은 인터뷰 내용이다.
-영화가 매우 감동적이다. 소감은?
배우가 자기 연기 보면서 울면 되게 웃긴데, 저는 시나리오 보면서 울었던 부분에서 똑같이 울었어요. 어머니가 다시 원전 사고 마을로 돌아갈려고 할 때, 그리고 재혁이가 불쌍하다는 생각에 눈물이 났죠. 사실 욕심이 많았던 장면이었어요. 짠한 장면들을 보면서 울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결국은 그렇게 되더라고요. 또 전체적으로 영화를 보면서 화가 나고 답답한 게 있었어요. 그래서 더 몰입이 잘될 수 있다고 봅니다. 영화가 굉장히 무거울까봐 희극적인 부분도 있긴 하지만, 심각한 상황에서 유머는 없었죠.
-VIP 시사회 이후 반응은 어땠나?
(전)도연 누나가 '엄마는 반칙 아니니?'라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사나이픽쳐스 한재덕 대표님도 잘봤다고 해주셨어요. 누군가는 '판도라'가 할리우드 재난영화를 따라갔다고 하지만, 우리 영화는 애국심이나 희생을 강요하는 게 아니라 인간의 본성을 쫓는다고 생각해요. 누구나 무서운 게 있잖아요. 그럴 때 엄마가 보고 싶기도 하고. 마지막 장면을 찍을 때는 이틀을 굶었죠. 촬영 전에 부담이 됐던 것 같아요. 밥이 잘 넘어가지 않더라고요.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연기를 하는 게 실감이 나질 않았어요. 지진 자체가 실감이 나질 않는 것처럼요. 다큐멘터리도 많이 찾아보고, 촬영 전에 술도 마셔봤는데 감정이 수습이 되지 않더라고요.
-제작비가 큰 작품이다보니 흥행에 대한 부담도 있을 것 같다.
많은 분들이 봐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은 당연한데, 어느 순간 흥행의 기준이 천만이 돼버려 부담스럽기는 해요. 그보다도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영화이길 바라는 것 같아요. 안전불감증에 대한 우려를 이제 해도 늦은 상황이잖아요. 인재는 막을 수 있다지만 자연재해는 대비가 유일한 방법인데, '판도라'는 그런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봅니다. 최근 지진이 일어난 것만 보면 진원지 인근 국민들이 많이 불안해할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자연재해를 미리 대비해 피해를 최소화하자는 그런 메시지가 있는 거죠. 답답한 상황을 해소할 수 있는 희망적인 얘기를 하는 게 힘을 낼 수 있게 하는 것 같아요. 눈물을 흘리지만 해소가 되는 것 말이죠. 희망을 얘기하는 영화인 셈이죠.
<[TF인터뷰 '판도라' 김남길 ②] "인생작? 벌써 그러면 안됩니다!">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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