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탐사-'먹방쿡방' ①] '3대천왕' 유윤재 PD "새 MC 이시영, '먹방' 감정 몰입 최고"

사람이 생활하는 데 가장 기본이 바로 의식주(衣食住)입니다. 그 중 '식', 먹는 생활은 삶과 직결돼 있습니다. 좀 더 맛있는 음식을 찾는 게 보편화된 요즘, 예능가에는 일명 '먹방'(먹는 방송)과 '쿡방'(요리하는 방송) 프로그램이 생겨났고 대세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더팩트>가 있는 2016년을 뜨겁게 달군 '먹방쿡방' 촬영 현장을 취재하고 담당 PD들을 만나 뒷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편집자 주>

SBS 백종원의 3대천왕 PD를 만나 성공 비결과 프로그램 기획의도를 들었다. /임세준 인턴기자

[더팩트 | 김경민 기자] 단순히 입으로 먹기만 하는 시대는 지났다. 먹는 것을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일은 현대인에게 휴식이자 여가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삶의 트렌드에 따라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먹방'과 '쿡방'이 크게 인기를 얻었다.

최근 그 열기가 한층 사그라졌다는 의견도 있지만, 여전히 방송가에서 대중적인 관심을 한몸에 받는 장르로 각광받고 있다. 그 중 SBS '백종원의 3대천왕'은 맛있는 볼거리, 정보, 예능 요소까지 두루 갖춘 프로그램으로 1년 넘게 한결같은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3일 오후 방송될 '백종원의 3대천왕'은 보다 신선한 재미를 위해 곳곳에 변화를 줘 눈길을 끌고 있다. 배우 이시영이 새 MC로 합류한 데 이어 기존 메뉴 선정이나 '먹방' 부분에서도 더욱 다양한 관전 포인트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더팩트>는 최근 '백종원의 3대천왕' 녹화 현장을 직접 찾아 한층 새로워진 포맷을 직접 지켜보고, 유윤재 PD와 김준수 PD로부터 '먹방' 못지않게 흥미로운 뒷이야기를 살짝 들어봤다.

배우 이시영(위 왼쪽)이 백종원 김준현과 함께 백종원의 3대천왕 진행을 맡는다. /임세준 인턴기자

◆ 아기도 반한 백종원 '먹방', PD가 반한 이시영 '한방'

'백종원의 3대천왕'에는 따뜻하고 인간적인 요리연구가 백종원, '먹는 것'에 있어서는 프로인 개그맨 김준현 그리고 이번에 '먹방' MC로 데뷔한 배우 이시영이 전면에 나섰다. '먹방' MC로 배우가 나서는 것이 익숙한 광경은 아니다. 여기에 터줏대감 백종원과 김준현 사이 '케미' 변화 또한 주목받는 대목이다. 유윤재 PD가 본 촬영장의 이시영, 그리고 세 MC의 호흡은 어떤 그림으로 나왔을까.

"이시영은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부분도 잘 짚어낸다. 오히려 프로라면 하지 않을 질문도 시청자 입장에서 던진다. 배우 감성이 있어서 VCR을 보면서 상황과 감정에 잘 몰입한다. 첫 촬영보다 긴장이 많이 풀어졌다. 실제 백종원의 레시피를 따라 해보고 요리에 관심이 많더라."(유윤재 PD, 이하 유)

"이시영 녹화분을 편집하면서 보니까 요리에 대한 정보를 잘 알고 있더라. 관심이 있는 줄은 알았지만 그 정도일 줄은 몰랐다. 지금은 국민 대세로 떠올랐는데 섭외하고 보니 음식에 대해 자잘한 것까지 잘 알더라. 복싱을 해서 체중감량에 뭐가 좋고 나쁜지 정확하게 아는 것을 보고 놀랐다. 배우가 '먹방' MC를 맡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닌데 고맙다. 프로그램 새 출발점에서 좋은 기회다."(김준수 PD, 이하 김)

"백종원은 요리하는 사람이니까 조리법을 다 안다. 백종원이 꺼낸 '아는 만큼 맛있다'는 말을 프로그램 기획의도로 정했다. 모르고 먹는 거랑 차이가 크다. 어린아이들이 다른 사람 '먹방'에는 반응이 없다가 백종원이 먹을 때 눈을 못 떼더라. 먹는 게 매력적이다. 음식 자체를 좋아하니까 맛있게 먹는 게 눈에 보이는 거다. 김준현은 백종원 못지않게 프로다. 김지민은 지루해질 때쯤 적절한 멘트를 날린다. 말라보여도 음식도 많이 먹고 지식도 많다."(유)

유윤재 PD와 백종원의 3대천왕 녹화 현장에서 만났다. /더팩트DB

◆ 맛집 답사부터 선정까지 '땀의 결실'

'백종원의 3대천왕'에서 백종원은 전국 방방곡곡 소문난 맛집들을 돌아다니며 음식을 소개하고 직접 먹어본다. 방송에는 제작진의 준비 과정이 모두 생략된 채 그저 맛있게 먹는 장면만 전파를 타지만, 실제로는 백종원이 맛집에 발을 들이기까지 제작진의 어마어마한 땀과 노력이 숨어 있다. 프로그램 인기가 높아지면서 '3대천왕 맛집'이라는 키워드는 하나의 연관검색어로 떠올랐을 정도다. 그만큼 제작진은 더욱 공들여 맛집을 찾는다.

"작가들이 답사하며 맛집을 선정한다. 정말 노동이다. 보통 작가팀들이 네 팀으로 이뤄져 있다. 3인 1조로 3-4주에 걸쳐서 4-50군데 돌아다닐 때도 있다. 후보군을 추려서 백종원과 스태프 5명 정도 현장에 나간다. 지방 촬영도 있고 맛있게 먹어야 하니까 하루에 한 끼 정도 먹으면서 촬영한다. 인터넷 블로그를 믿지 않고 직접 먹어보고 맛이 없으면 안 가니까 맛집을 선택하는 데 오래 걸린다. 유명한 집이라고 해서 갔는데 블로그와 달리 맛이 좋지 않으면 아닌 거다. 대중적인 입맛을 찾으려면 계층 나이층에 한정된 맛집이어선 안 된다. 전통 있고 검증된 곳, 그리고 '공정성'이 최고의 핵심이다.

음식점 주인들이 방송국에 재료를 갖고 오는 것도 고민되고 장사를 하다가 안 하면 손님들이 혼란스러워 할 것을 걱정해 촬영 협조가 어렵다고 할 때도 있다. 그럴 땐 작가들이 일손도 도와주고 이야기하면서 설득한다.

맛집 섭외는 조심스럽다. 방송 나간 후 사람이 많아지면 단골이 먹지 못한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죄송한 부분이다. 방송에 나온 후 3-4개월 후에 가보는 걸 추천한다(웃음). 그래도 보람 있는 건 맛집이 있는 거리 전체가 살아나는 경우가 있다. 관광지가 아닌 외진 곳에 있는 식당 때문에 그 일대 근처까지 영향을 받는 거다.

방송에서 다루는 음식은 아이디어 회의로 결정한다. 음식은 상황을 결정한 후 선택한다. 예를 들면 요즘 같이 방학이나 겨울이라면 '방학 때 먹기 좋은 음식' 또는 '겨울 음식'처럼 그것에 맞게 생각한다. 큰 카테고리가 고민이다. 그것만 결정하면 회의하면 음식은 따라온다."(유)

유윤재 PD(위 왼쪽) 김준수 PD(아래 왼쪽)는 백종원의 3대천왕 다양화를 위해 꾸준히 고민한다. /임세준 인턴기자

◆ 대본이나 설정 없는 진짜 '먹는 이야기'

맛집만큼 게스트 역시 아무 기준 없이 초대하지 않는다. 세 명의 MC와 함께 척척 호흡을 과시하며 이야기를 술술 풀어내는 전반적인 광경은 특별한 대본이나 설정이 있는 것도 아니다.

유윤재 PD는 '백종원의 3대천왕'을 통해 '정보 예능 프로그램'만의 책임감을 다하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보는 이들의 입가에 행복한 미소가 걸리도록 하는 일이었다.

"게스트는 사전 인터뷰를 하고 질문거리를 정리하긴 하지만 대본은 없다. 오프닝부터 모니터를 보면서 계속 대화를 만들어가는 거다. 게스트는 실제 아이템에 맞춰 섭외한다. 그 음식을 잘먹는 스타, 혹은 어떤 사연을 가진 스타처럼 말이다.

앞으로 메뉴나 식당간 경쟁을 고집하진 않을 거다. 이런 포맷 '먹방'이 1년 정도 나오니 시청자들이 적응했더라. 앞으로는 소재도 다양화하고 특집도 준비할 것이다. 시간이 지나도 자기발전할 것이다. 음식에 대한 정보를 주는 건 두 번째다. 제일 맛있게 보여줘야 하는 게 첫 번째다. 어떻게 해야 맛있을 수 있다는 걸 빡빡하지 않고 부드럽게 전달하고자 한다.

우리는 예전보다 좀 더 많은 음식을 먹게 됐지만 문화가 다양하지 못하다. 접하지 못했던, 지역적으로 독특한 음식을 다양하게 접하는 것도 행복이다. 음식은 사소하지만 행복이다. 큰 행복을 찾기 힘든 현대에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보람을 느끼는 부분이다."(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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