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기의 연예필담] '복면가왕'의 도돌이표 연출, 변화가 필요합니다

지난해 설 연휴에 파일럿으로 방송됐던 MBC 복면가왕은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으로 정규편성됐지만 식상한 연출로 시청자의 답답증을 부르고 있다. /MBC 제공

복면 벗을 때 연출, 변화줄 생각은 없나요?

[더팩트|권혁기 기자] MBC '미스터리 음악쇼 복면가왕'은 지난해 2월 18일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선을 보였습니다. 특수 제작한 가면을 쓴 숨겨진 노래 실력자들이 무대에 올라 감춰뒀던 가창력을 뽐낸 '복면가왕'은 파일럿 방송부터 9.8%(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정규 편성을 확정지었습니다.

수많은 가수와 배우, 개그맨 등 연예인들이 판정단에게 멋진 무대를 선사하고 평가를 받았습니다. 기본 룰은 토너먼트로, 제작진이 정한 순서대로 '선수'들끼리 경합해 패자는 가면을 벗습니다.

가수는 어디까지나 가창력이 최우선 아니겠습니까? 시청자들은 '복면가왕'을 통해 미처 알지 못했던 노래와 가수 실력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파일럿 우승자 EXID 솔지부터, 특히 첫 가왕 '황금락카 두통썼네'는 걸그룹 에프엑스 루나로, 정말 화제였습니다. 아이돌 걸그룹으로 댄스 위주의 퍼포먼스에 주력했던 루나가 그런 가창력을 갖고 있는지 대중은 잘 알지 못했습니다. 제대로 실력발휘를 한 셈이죠. 여기에 루나가 부른 '엄마'는 지난 2008년 12월 12일 라디(Ra. D·본명 이두현)가 발표한 곡으로,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노래였습니다. 이에 덩달아 라디도 주목을 받았죠.

이밖에도 '종달새' 진주,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 김연우, '노래왕 퉁키' 이적, '고추아가씨' 여은, '네가가라 하와이' 홍지민, '사랑은 연필로 쓰세요' 소냐, '순정 코스모스' 거미, '여전사 캣츠걸' 차지연, '우리동네 음악대장' 하현우, '하면된다' 더원, '로맨틱 흑기사' 로이킴, '불광동 휘발유' 김연지, '신명난다 에헤라디오' 정동하, '주문하시겠습니까 팝콘소녀' 알리까지, 가왕이 아니더라도 멋진 목소리와 호소력 짙은 가창력으로 시청자를 즐겁게 한 스타들을 대거 배출했습니다.

심지어 성별을 바꿔 노래를 부르기도 했습니다. 백청강은 여성의 키로 노래를 불렀고, 박경서는 남성으로 보였습니다. 충격은 대단했죠. 정말 좋죠. 몰랐던 노래를 가왕이 불러 '와. 이 노래 정말 좋다'라고 깨닫기도 했고요, 하현우 덕분에 고(故) 신해철에 대한 향수에 젖을 수 있었습니다.

도돌이표 연출. 복면가왕 제작진은 1년 10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가면을 벗을 때, 질질 끄는 연출을 고수하고 있다. /MBC 복면가왕 방송 캡처

한가지, 아니 여러가지가 있지만 '복면가왕'에 큰 옥에 티가 있습니다. 바로 가면을 벗을 때의 연출입니다.

제작진의 표현력은 한가지밖에 없나요? 답답하다 못해 짜증이 날 정도입니다. 방송을 시작한 지 1년하고도 10개월이 지났는데 연출이 똑같습니다. MC 김성주가 "가면을 벗어주세요"라고 말하면 뒤돌아 서있는 참가자가 가면을 벗기 시작하고, 카메라는 360도로 판정단의 놀란 표정을 보여줍니다. 극적인 상황을 보여주려는 것인데 반복이 도를 지나칠 정도입니다. 360도를 몇 번을 돈 뒤에도 반복되는 것은 계속 됩니다. 연예인 판정단의 놀란 얼굴 하나 하나를 계속 클로즈업으로 비춥니다.

이런 연출을 매 라운드마다 합니다. 경합마다 이런 연출을 반복합니다. 음악 프로그램이라 '도돌이표' 연출을 지향하는 것도 아니고, 지난 7월 말 '복면가왕'을 기획했던 민철기 PD가 퇴사했음에도 불구하고 노시용 PD는 똑같은 연출만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창의성을 발휘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입니다.

좋은 말도 반복하면 잔소리가 되는데 시청자는 계속해서 잔소리를 듣고 있는 셈입니다. 극적인 연출도 좋지만 좀 변화를 줄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사이다'같은 연출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고구마'를 조금만 덜 먹게 연출하면 보기에도 좋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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