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민의 썰왕설Re:] 이세영 성추행 논란, '남자였으면 입건이다'

이세영 논란으로 본 역차별. 개그맨 이세영(사진)이 남자 연예인 특정 부위를 스킨십하려는 듯한 행동으로 도마에 오른 가운데 방송가 남성 역차별 문제가 새삼 이야깃거리가 됐다. /남용희 인턴기자

설(레는) Re(플) : 남자였으면 입건이다(free****)

[더팩트 | 김경민 기자] "여자라서 행복해요"라는 유명 광고 카피가 무색해지는 일이 발생했다. 최근 그룹 B1A4 성추행 논란을 일으킨 개그맨 이세영이 '여자라서' 더 냉혹하고 날 선 심판대에 올랐다. 그의 부주의한 행동 하나가 방송, 특히 예능가에 만연해진 성 역차별 문제까지 수면 위로 끌어올리면서 그 파장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달 26일 tvN 예능 프로그램 'SNL 코리아8'(이하 'SNL8') 공식 페이스북에 게재된 'B1A4 캐스팅 비화' 영상이다. 공개된 영상 속 'SNL8' 제작진 및 크루들은 게스트로 초대된 B1A4 멤버들과 모여 인사한다. 그런데 제작진이 인사말을 마치자 옆에 있던 여자 크루들이 B1A4에게 달려든다. 그 중 이세영은 B1A4 멤버들의 특정 부위를 손으로 만지려는 듯한 행동을 취하고, B1A4 멤버들은 깜짝 놀라 당황한다.

이세영의 행동에 불쾌감을 느낀 누리꾼의 의견이 모이기 시작했다. 동시에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급속도로 퍼지면서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게다가 한 누리꾼의 문제 제기에 'SNL8' 페이스북 관리자가 "진짜 만진 것은 아니다"고 장난스럽게 답변한 메시지는 대중의 분노를 키웠다.

B1A4 신고식? B1A4 멤버들이 SNL8 녹화 전 제작진과 미팅에서 성추행을 당하는 듯한 영상이 공개됐다. 현재 삭제된 상태다. /SNL 코리아8 공식 페이스북 영상 캡처

이에 대해 'SNL8' 제작진은 두 차례에 걸쳐 공식 사과문을 올렸다. 영상 속 장면은 시즌1 첫 회부터 진행해왔던 게스트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만든 자리이며, 크루들의 과도하게 짓궂은 행동을 사과했다. 이세영 역시 대중과 B1A4 멤버들에게 죄송하다는 내용의 자필 사과문을 공개했다. 더불어 제24회 대한민국문화연예대상 수상도 거부하면서 사과에 진정성을 보탰다.

하지만 여전히 대중은 "남자였음 매장이다(0103****)" "만지라고 시킨 게 아니면 본인 잘못이지 만지라고 시킨 거면 폐지해야지(reve****)" "이세영이 책임지고 자숙해야 합니다(king****)" "남자가 여자 게스트 만지는 시늉 했다고 생각해 봐라. 전자발찌이지(kkr8****)" "성추행은 개인의 사과와는 상관없이 무조건 범죄로 간주해야만 하는 행동입니다. 만약 이것이 정당화된다면 이세영 씨는 여성과 남성에게 잘못된 성 가치관을 심어준 것입니다. 하차해야 합니다(박영*)" 등 거센 비판을 내놓는 분위기다.

'SNL8' 특유의 자유분방하고 시원시원한 해학, '19금' 코드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콘셉트는 존중한다. 이세영의 스타성과 능력 또한 아낀다. 문제가 불거졌고 제작진과 이세영 발 빠르게 고개를 숙였다. 그럼에도 충격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이유는 이번 논란을 단순히 '수위 조절 실패'라든가 '지나치게 장난기를 발동한 돌출행동'으로만 여길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SNL8 페이스북 관리자의 안일한 답변. SNL8 페이스북 관리자의 답변이 더욱 큰 대중적 분노를 일으켰다. /온라인 커뮤니티

많은 누리꾼의 말처럼 남자 크루가 여자 게스트에게 이세영과 같은 행동을 했다면 결코 자필 사과문만으로 끝나지 못했을 것이다. 통상적인 관념을 가졌다면, 공개적인 자리에서 그런 행동을 저지를 '남자 사람'도 없을 테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세영은 우연한 실수라기엔 다분히 의도를 가지고 누가 봐도 잘못된 행동을 취했다. '여자'라는 성별을 방패막이로 세운 것으로밖엔 이해되지 않는다.

성적 문제는 공적인 방송이나 스타들에게 특히 엄중한 잣대로 적용된다. 행위자의 의도가 무엇이든 당하는 사람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느꼈다면 성범죄가 성립된다. 일방적인 강제성까지 더해지면 명백한 추행이다. 성(性) 구분은 주체가 '남자냐 여자냐'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지 않는다.

이세영뿐만 아니라 몇몇 여자 연예인들이 프로그램에서 남자 연예인을 가볍게 스킨십하는 행동이 논란을 야기한 바 있다. '여자=성적 약자'라는 이미지를 악용해 '여자는 괜찮다' 혹은 '남자는 당해도 된다'는 왜곡된 관념을 여과 없이 보여준 불쾌한 역차별이다.

또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논란이 된 대부분의 행동들은 시청자들을 웃기겠다는 욕심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스스로 '예쁘지 않은 여자'를 전제한 여자 연예인들이 남자에게 다가가 일부러 과장된 행동을 하는 장면은 웃음보다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외모를 망가뜨리면서 재미를 주려는 여자 연예인의 고충은 이해한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은 남성 역차별과 동시에 결국 여성의 가치를 외모에 두는 성 차별을 조장하는 꼴이 된다.

승승장구하던 'SNL8'과 이세영에게 닥친 위기가 아쉽다. 누구나 실수하고 반성하는 삶을 반복하지만 이세영은 보다 뼈 아픈 경험을 하게 됐다. 영상을 보고도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공개적으로 업로드한 후 안일하게 초기 대응한 'SNL8' 제작진, 그리고 아직도 남성 역차별을 웃음 소재로 착각하는 구시대적 발상의 소유자들 모두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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