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권혁기 기자] 1994년 개봉된 영국과 아일랜드 영화 '아버지의 이름으로'(감독 짐 쉐리단)라는 걸작이 있습니다. 아일랜드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는 과정에서 여러 테러가 발생했던 1970년대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철없는 무직의 청년 게리 콘론(다니엘 데이 루이스 분)과 그의 아버지 쥬세페 콘론(피트 포슬스웨이트 분)에 대한 얘기입니다.
어느 날 영국군 저격병으로 오해받고 IRA 테러리스트로 찍힌 제리가 영국 경찰에 잡힌 뒤 심문 도중 협박과 폭력에 못이겨 거짓 진술을 하고, 15년이나 억울한 감옥살이를 한 일명 '길포드 4인조' 중 한 명인 게리 콘론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라 더욱 유명하죠. 아버지는 아들을 살리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지만, 여론의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검사 때문에 온 가족이 테러 집단의 지원 조직으로 몰려 아버지와 아들은 함께 복역하게 됩니다.
감옥에서 아버지가 병사하자 게리 콘론은 슬퍼하며 아버지의 사랑과 희생을 느끼고, 정부를 상대로 아버지와 자신들의 무죄를 밝혀 냅니다. 영화는 제44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했으며 제66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7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바 있습니다.
이 세상 모든 부자지간(父子之間)이 이 영화와 같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죠. 지난해에는 요리연구가이자 방송인 백종원의 아버지 백승탁 전 충남 교육감이 20대 캐디를 성추행한 혐의로 구설수에 올랐습니다. 무혐의 처분을 받긴 했지만 이 일로 백종원은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하차하기도 했습니다.
오늘(21일) 개그맨이자 로드FC 선수로도 활동 중인 윤형빈에 대한 단독 기사를 썼습니다. 윤형빈의 아버지가 9000여만원의 돈을 빌리고 갚지 않아 사기죄로 고소를 당했는데, 고소장에 '윤형빈소극장' 홍대점 투자 명목이었다는 주장이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지인에게 돈을 빌리면서 윤형빈을 언급한 것인데, 팩트 확인을 위해 윤형빈과 직접 통화를 했습니다. 처음 통화에서 현 상황에 대해 설명한 이후 다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그리고 정말 윤형빈의 개인적인 가정사를 듣게 됐습니다.
아버지의 도박, 부모님의 이혼 등을 들으면서 힘들었을 윤형빈의 마음이 절절하게 느껴졌습니다. 윤형빈의 입장에서는 보도 자체가 되지 않는 게 가장 좋겠지만, 고소장이 접수된 만큼 기사화되는 것은 시간문제이고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는 일입니다. 대신 단독 인터뷰를 통해 윤형빈의 입장을 최대한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윤형빈은 필자에게 "아버지에게 돈 빌려준 사람인데 돈 갚으라고 전화나 문자를 보내시는 분들이 계신다"고 말했습니다.
채무상환을 가족에게 요구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더군다나 도박에 대한 전력이 있는 상황에서 아버지가 어떤 의도로 돈을 빌렸을지 뻔히 보이지 않겠습니까?
유명 연예인이라서 감수해야하는 부분이 있고 아닌 부분이 있습니다. 누군가 알아보고 사인과 악수를 청하는 것은 감수해야겠지만, 아버지의 빚을 대신 갚을 의무는 없습니다. 혈육의 부자관계이니 최소한의 도의적 책임까지 나몰라라 할 순 없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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