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르미 그린 달빛' 흥행할 수밖에 없는 이유
[더팩트ㅣ김민지 기자] KBS2 월화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극본 김민정 임예진, 연출 김성윤 백상훈)이 18일 막을 내렸다. 왕세자와 남장여자 내시의 로맨스를 표방하며 경쾌한 청춘 사극을 표방했던 드라마는 여기에 정치 이야기까지 보태며 가볍지만은 않은 작품을 완성해냈다. 물론 뒷심이 부족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구르미 그린 달빛'은 비교적 호평 속에 마무리됐다. 특히 KBS 월화극의 저주를 풀었다는 점이 평가받는다.
지난 8월 '구르미 그린 달빛'이 첫 방송할 때만 해도 이 드라마에 기대를 거는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당시 경쟁작으로는 마니아 시청층을 가진 '리모콘크리트'(리모콘과 콘크리트의 합성어, 단단한 시청층) 드라마 MBC '몬스터'(극본 장영철 정경순, 연출 주성우)와 초호화 캐스팅을 자랑하는 SBS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극본 김규태, 연출 조윤영)가 있었다. 그 경쟁의 틈바구니 속에서 '구르미 그린 달빛'의 흥행 여부는 낙관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1회가 방송된 후 흥행에 대한 우려는 씻은 듯이 사라졌다. 첫 방송부터 짜임새 있는 구성을 보여준 것은 물론 싱그러운 분위기를 제대로 살려낸 덕이다. 티격태격하는 주인공들의 만남은 로맨틱 코미디의 그것과 닮아있었고, 반항아적 기질을 가진 왕세자 이영(박보검 분)과 능청스러운 남장여자 홍라온(김유정 분)은 흔한 설정의 캐릭터였으나 매력 있게 그려졌다. 또한 두 사람의 로맨스는 클리셰 범벅이었으나 극에선 이를 지루하게 풀어내지 않았다.
'구르미 그린 달빛'에는 로맨스 외에 정치적인 스토리도 다뤄졌다. 효명세자를 모티프로 삼은 인물인 이영과 역적 홍경래의 딸로 설정된 홍라온, 그리고 이들을 둘러싼 민란 세력 백운회 소속 첩자 김병연(곽동연 분), 무능한 왕, 세도가 김 씨 세력의 수장 김헌(천호진 분), 백운회 수장 한상익(장광 분)의 이야기는 드라마에 깊이와 팽팽한 긴장감을 더했다. 덕분에 더 폭넓은 연령대 시청자를 포용할 수 있었음은 물론이다.
회를 거듭할수록 배우들의 명연기도 호평을 받기 시작했다. 박보검 김유정 진영 천호진 곽동연 채수빈 박철민 이준혁 김승수 등 배우들은 각 캐릭터에 완전히 녹아들어 최고의 연기를 보여줬다. 배우들의 연기는 코믹과 진지를 넘나들면서도 극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특히 주연배우 박보검은 눈빛과 손짓으로도 캐릭터가 처한 상황이나 감정을 잘 표현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영상미를 살린 연출 또한 이 드라마의 흥행 요소 가운데 하나였다. 일명 '엽록소 변태'로 불린 김성윤 PD는 초록빛 나뭇잎을 이용, 청춘들의 싱그럽고 청량한 감성을 표현하는 연출로 주목받았다. 이에 시청자들은 '하늘 아래 같은 초록은 없다'는 말로 그의 연출 스타일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백상훈 PD 역시 섬세한 연출로 극 몰입도를 높였다. 이영이 중국 사신에게 잡혔던 홍라온을 구하는 장면은 아직도 '레전드'로 손꼽힌다.
이 덕분일까. '구르미 그린 달빛'은 매회 시청률 상승세를 그렸다. 한 자릿수로 시작한 시청률은 3회 만에 두 자릿수로 수직 상승했고, 17일 방송된 17회는 23.3%(전국 기준, 닐슨코리아 제공)를 기록하는 저력을 보였다. 그리고 마지막회 역시 같은 시간대 1위를 기록했다. 시청률과 작품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덕에 '구르미 그린 달빛'은 유종의 미를 거두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