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민의 썰왕설Re:] '무한도전'vs무한 도전, '기대치' 한 번 접고 갑시다

우주 간 무한도전, 기대치를 내려 놓자.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이 비현실적인 도전을 해나갈수록 기대치에 대한 압박도 커지고 있다. /MBC 제공

설(레는) Re(플) : '무한도전'은 도전하는 거지 성공하는 게 아님(kjsf****)

[더팩트 | 김경민 기자] 학창시절, 시험 준비 기간이면 과목별 목표 점수를 예상하며 평균 점수부터 내보는 습관이 있었다. 나름대로 계획을 짜려는 의도였다. 그런데 간혹 어느 한 과목 시험을 망쳐서 평균 점수에 미치지 못하면 불안하기 시작했다. 마인드 컨트롤에 실패하니 다른 과목 시험에도 영향을 미쳤다. 미리 정해둔 평균 점수는 더이상 동기 부여가 아닌 압박으로 다가왔다. 다른 사람이 아닌 스스로 정한 것인데도 말이다.

최근 MBC '무한도전'을 보면 높게 책정한 평균 점수 때문에 압박에 시달리던 과거가 떠오른다. 매번 상상을 뛰어넘는 도전 과제들을 척척 수행하는 걸 보면 경이롭다가도, 갈수록 판이 커지는 양상을 지켜보고 있자면 '무한도전'이 그 모토인 무(모)한 도전을 상대로 싸우는 듯한 느낌이다.

특히 우주까지 진출하려고 발걸음을 뗀 '무한도전'을 보니 더욱 그렇다. '무한도전'팀은 오는 18일과 19일 우주여행 프로젝트를 위해 러시아 가가린 우주센터로 떠날 예정이다. 지난 1월 발표한 우주여행 프로젝트를 실현하고자 무중력 비행 훈련을 받기 위해서다.

무한도전 도전 정신과 기대치 사이. 무한도전은 무모한 도전을 해야 하는 포맷과 시청자들의 기대치 사이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MBC 제공

'무한도전'은 지난해 3월 10주년 5대 기획 중 하나로 우주여행 프로젝트를 내세웠다. 당시 누리꾼은 "아무리 무한도전이지만 우주여행?"(javy****) "하와이라 말하고 근처 컨테이너에 가둬놨던 특집을 기억하고 있다"(oeor****) "진짜 우주는 못 가도 우주처럼 꾸민 공간에서 빅 재미 뽑아올 듯"(ehdt****) "방콕 특집처럼 우주처럼 세팅해놓고 외계인(박명수)이랑 노는 특집이 될 듯"(sda0****) "우주여행이라치고 막 아바타처럼 행성 옷 입혀서 노는 거 아냐?"(load****) 등 물음표 가득한 반신반의 반응을 보였다.

비슷한 시기에 우연히 방송 관계자들이 모여 우주여행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듣게 됐다. 그때만 해도 진짜 우주가 아닌 일종의 설정된 콩트 형식일 거란 추측이 더 우세했던 분위기였다. 하지만 관계자들은 "미국과 러시아를 비롯해 여러 우주 센터와 접촉하고 있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고 진지하게 진행 상황을 설명했다.

그런데 같은 해 12월 경기도 화성 일대에서 우주여행 특집을 촬영했다는 소식이 나왔다. 필자가 들었던 말은 무엇이었나 하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우주여행 진위(?)를 의심하던 시청자들은 "그 화성이 이 화성일 줄이야(lsm0****)" "대구 수성, 부산 금성동, 풍납토성 촬영 예상한다(iiil****)" "화성 가는 줄 알았다ㅋㅋ 나도 미쳤지(sayu****)" 등 '역시'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무한도전 무중력 훈련 실현. 무한도전 멤버들이 오는 19일 러시아로 무중력 훈련을 받기 위해 떠난다. /MBC 제공

하지만 화성 특집 방송 말미에 '진짜' 우주 특집 예고가 등장했고, 웃기만 하던 시청자들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약 10개월 후 러시아 출국 일정까지 나오자 애청자 사이에서 마냥 기대 어린 시선보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게 들리고 있다. 행여나 멤버들이 무모한 도전에서 나아가 무리한 도전을 하는 건 아닐지 걱정하는 마음에서다. 그동안 비현실적인 도전도 무리 없이 소화해냈던 '무한도전'이기에 그들이 우주복과 함께 짊어질 무게가 예상된다. 더군다나 원년 멤버였던 정형돈이 심리적 압박감으로 결국 '무한도전'을 떠난 후 조마조마한 긴장감이 더해진 것도 사실이다.

'무한도전'이 단순한 예능 프로그램의 범주를 벗어난 이상 어쩔 수 없는 '기대치'가 있다. 비록 '기대치'가 악플보다 부담스러운 장벽이 됐지만, '무한도전'이 일궈낸 성과에 뒤따르는 것이니 무조건 부정적인 부작용이라고만도 할 수 없다. 혹자가 "힘든 걸 알면 응원이나 하라"고 하면 더 할 말은 없다.

도전 난이도를 낮추라는 것도 아니고 지금의 도전 정신을 멈추라는 건 더더욱 아니다. 다만 '무한도전'에 가끔 지나치게 엄격한 시어머니가 있는 것처럼, 반대로 항상 따뜻하게 응원하며 도전의 의미를 성과로 재촉하지 않는 진정한 애청자들이 있다는 걸 전달하고 싶다. '무한도전'이 성취해야 하는 게 꼭 성공이 아니라는 걸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다고 말이다.

"원래 '무한도전'은 도전하는 거지, 성공하는 게 아님(kjsf****)" "예능에서 우주라니 도전정신만으로도 박수를!(lion****)" "원래 '무한도전'의 포맷은 무모한 도전이다. 도전의 성공보단 도전 자체의 열정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 때문에 이번 특집은 가장 무모하지만 '무한도전'다운 특집이라 기대된다(bkh7****)" "도전은 계속된다(etyo****)" "진짜 무한~도전이네(sjyo****)" 등 내용이 우주 특집 관련 기사에서 폭발적인 추천수를 받은 댓글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무한도전'의 무모한 도전은 계속돼야 하지만 정작 '무한도전'이라는 타이틀을 짐짝처럼 여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제 상위 1%가 됐지만 시청자가 사랑하는 건 여전히 '평균 이하'들의 무한 도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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