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스무살 진통 겪은 BIFF, 차분한 스물 한 살
[더팩트|부산=권혁기 기자] 지난 6일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개막됐다. 2014년 영화 '다이빙벨' 상영을 놓고 부산시와 갈등을 겪은 이용관 전(前) 집행위원장의 사퇴 등으로 인해 안팎으로 말들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의 명예회복과 서병수 부산시장의 사과를 요구한 '부산영화제 지키기 범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단체 중 감독 조합, 프로듀서 조합, 촬영감독 조합, 영화산업노조 4개 단체가 여전히 보이콧을 유지 중이다.
좌초 위기 때문이었을까? 부산의 영화제 첫날밤은 매우 조용했다. 지난달 28일 시행된 '김영란법'의 영향도 적잖아, 매년 시끌벅적했던 해운대 밤거리는 조용했다. 술집은 한산했고, 태풍 차바가 할퀴고 간 탓에 해운대에는 커다란 청소차 2대가 덩그러니 서 있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는 시기에는 해운대에 각종 부스가 세워져 행사를 찾아온 관중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지만, 태풍 때문에 바닷가를 찾는 사람들을 보기가 어려웠다. 해운대역 주변 음식점이나, 시장 안 맛집들도 한가했다.
특히 부산 해운대 그랜드 호텔 뒷편에 위치한 선술집 '미나미'는 유명 배우, 감독 등이 즐겨찾는 단골집이었지만 올해만큼은 예외였다. 4명 이상 모여 있는 그룹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소소한 모임이 있을 뿐이었다. 이튿날인 7일 밤도 첫날밤과 다르지 않았다. 조용하고도 차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내 대형 배급사 관계자는 "분위기가 어수선해 다들 숙소에만 머물고 있는 것 같다"며 "김영란법도 그렇지만, 많은 관계자들이 부산을 찾지 않아 약속 자체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작년에는 1시간 단위로 약속이 줄지어 있었지만 올해만큼은 다른 것 같다"면서 "분위기 자체가 많이 달라졌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5월 영화제는 부산시장이 맡았던 조직위원장이란 직함을 없애고 김동호 전 집행위원장을 이사장으로 위촉, 민간이사장 체제로 탈바꿈했다. 이에 처음으로 개막 선언과 축하 폭죽을 없애고, 각종 행사를 줄이고 영화 상영에 집중하기로 했다.
진통을 겪었지만 무사히 항해를 시작한 부산국제영화제는 포스터로 영화인들의 마음을 대변했다. 파도가 치는 배경으로 산속 바위 틈 사이에 뿌리는 깊게 내린 홀로 선 소나무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영화제 측은 변치 않는 소나무처럼 영화제를 지켜내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khk0204@tf.co.kr
[연예팀 | ssent@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