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기의 연예필담] 영화 공짜보기, 인터넷 강국의 부끄러운 자화상


아니나 다를까…. 영화 스타트렉 비욘드가 국내 개봉 전에 P2P 토렌트 사이트에 풀렸다. /영화 스타트렉 비욘드 포스터

[더팩트|권혁기 기자] 2001년 어학연수 차 뉴질랜드에 갔을 때 PC방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이미 한국에서는 랜(LAN)을 구축해 '통신사에서 주장한' 100메가바이트급 속도의 인터넷을 활용할 수 있었던 상황이지만 뉴질랜드에서는 각 PC에 전화선을 일일이 연결해 사용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인터넷 상에서 "뉴질랜드에 있는 PC방"이라고 하자 "PC방은 한국 고유의 문화인데 무슨 말도 안되는 거짓말이냐"는 대답이 돌아왔죠. '뉴질랜드 PC방 주인은 한국인이었다'는 에피소드입니다.

각설하고, 최근 세계 이동통신 조사 전문업체 오픈시그널에 따르면 한국은 컴퓨터 인터넷뿐만 아니라 모바일 인터넷 환경도 1위를 차지하면서 인터넷 강국임을 입증했죠. 대단합니다. 그런데 인터넷 강국의 부끄러운 이면이라고 해야할까요? 영화 공짜로 보기도 세계 1위입니다.

영화 '스타트렉 비욘드'(감독 저스틴 린)가 16일 내한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커크 함장을 연기한 크리스 파인과 사이먼 페그, 재커리 퀸토 등 주연과 저스틴 린 감독이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그중 크리스 파인은 제대로 '한국 사랑'을 표현했습니다. 같은 날 '스타트렉 비욘드'가 '[한글] 스타트렉 비욘드 Star.Trek.Beyond.2016.HDTS.HC.x264.AAC-iidvd'라는 제목으로 P2P 토렌트 사이트에 풀렸습니다.

이미 지난달 22일 미국에서 '스타트렉 비욘드' 개봉됐을 때 걱정이 됐습니다. 보통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은 한국에서 세계 최초 개봉을 하거나, 동시 개봉을 합니다. 한국 영화시장을 무시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토렌트 사이트에 풀리는 시기가 매우 빠르기 때문입니다. 한국영화는 최소 IPTV에 올라오지 않는 한 토렌트 사이트에 풀리는 시기가 더디지만 외화는 해외에서 선개봉이 되면 금세 영상이 공개됩니다.

불법다운로드가 가능한 한국영화 목록. 많은 영화들이 불법으로 다운로드가 가능하다. /인터넷 화면 캡처

국내 배급을 맡은 롯데엔터테인먼트 해외팀도 이런 상황을 알고 있습니다. 최대한 동시개봉을 추진하지만, 여름 성수기 시즌에 개봉시기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 부득이하게 '덕혜옹주' 뒤로 밀리게 된 것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스타트렉 비욘드'는 17일 예정된 국내 개봉 전에 영상이 올라왔습니다. 우려가 현실이 됐습니다.

제작비 1억 8500만 달러(한화로 약 2045억 3600만원)가 투입된 대작 '스타트렉 비욘드'는 매우 재미있습니다. '스타트렉' 전작들을 보지 않아도 무방할 정도로 스토리가 탄탄합니다. 영화관 입장권 1만원이 아깝지 않습니다. 그런 영화를 인터넷으로 공짜로 보는 게 현실입니다.

영화는 영화관의 큰 스크린으로 봐야 제맛입니다. 사운드도 중요하죠. 특히나 블록버스터는 컴퓨터 모니터로 보는 것과 차원이 다릅니다. 아무리 TV가 커졌다고 해도 영화관과 비교할 게 못됩니다. 폭염이 계속되는 요즘, 영화관에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면서 영화를 보면 더위도 싹 가십니다.

배우 정우성과 김태희. 한국 영화배우들은 불법다운로더가 아닌 굿다운로더가 돼 달라는 캠페인을 진행한 바 있다. /굿다운로더 제공

토렌트 프로그램 자체는 불법이 아닙니다. 그러나 사용자들이 지적 재산권이 있는 영화나 드라마, MP3 등을 무료로 다운로드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굿 다운로더, 당신이 대한민국 영화의 희망입니다'라는 캠페인이 생각나는 날입니다.

khk0204@tf.co.kr
[연예팀 | ssent@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