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덕혜옹주' 박해일 "김장한, '은교' 등 작품 경험 살려 연기"

덕혜옹주에서 김장한 캐릭터로 분한 배우 박해일. 배우 박해일은 지난 3일 개봉된 영화 덕혜옹주에서 김장한 캐릭터로 변신해 열연을 펼쳤다. /남용희 인턴기자

차분한 카리스마, 배우 박해일

[더팩트ㅣ강수지 인턴기자] 영화 '덕혜옹주'(감독 허진호, 제작 호필름) 속 덕혜옹주의 옆에는 김장한이 있다. 관객들이 스크린에서 마주한 젊은 김장한과 노쇠한 김장한, 그의 디테일한 행동 등은 김장한을 연기한 배우 박해일의 철저한 캐릭터 분석에 의해 탄생할 수 있었다.

지난달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해일은 주연으로서 돋보이기보다는 한 걸음 물러서서 작품과 캐릭터의 내면세계를 잘 설명해 전달하는 것에 몰두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김장한 캐릭터를 "오로지 덕혜옹주를 향해 있는 캐릭터"라고 겸손히 표현했다.

작품 이야기를 하는 박해일의 말투는 담담했지만 그의 말에는 작품에 대한 열정과 노력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차분한 목소리와 잔잔한 표정에서는 보이지 않는 힘이 느껴졌다. 이런 박해일과 묵묵히 덕혜옹주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김장한은 분명 닮은 구석이 있다. '덕혜옹주'에서 김장한으로 완벽히 분한 박해일을 <더팩트>가 만나봤다.

미소짓고 있는 배우 박해일. 배우 박해일은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팔판길 웨스트19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가졌다. /남용희 인턴기자

- '덕혜옹주'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앞서 '모던보이'라는 작품을 했었는데 그 작품도 배경이 일제강점기다. 같은 시대를 배경으로 한 '덕혜옹주'와 '모던보이'이지만 연기한 캐릭터는 정말 판이했다. 일제강점기라는 시대를 진중하게 다가가는 캐릭터가 있다면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만나게 됐다. 김장한의 캐릭터를 제가 지금까지 쌓아온 작품 경험들을 가지고 다채롭게 표현해볼 수 있겠다 싶었다. 재밌어 보여서 호기심을 갖고 작품을 하게 됐다.

-극에서 덕혜옹주와 요즘 말로 '썸'을 탄다. 어떻게 표현했나.

처음에는 연기 톤을 잡으면서 약간 더 직접 표현하는 방식을 취했다. 그때 허진호 감독이 대사의 느낌 등 감독 만의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조금씩 덕혜옹주와 거리를 만들어줬다. 초반에 그렇게 맞춰가는 단계가 있었다. 저도 감정을 표현할 때 직접적인 표현보다는 에둘러 표현하는 허진호 감독만의 방식을 포착해 나가면서 촬영했다.

-박해일 씨가 극에서 손예진 씨에게 일명 '매너손'을 하는 장면을 포착했다. 애드리브였나?

다이토 중공업에서 덕혜옹주 연설 후 차에 태우는 장면 말씀하시는 거냐. 애드리브였다. 옹주님에 대한 배려? 아, 그걸 보시다니.

그간 작품 경험 녹여 덕혜옹주에 임한 배우 박해일. 배우 박해일은 영화 덕혜옹주에서 연기한 김장한 캐릭터에 대해 여러 작품 경험을 융합해서 표현해 보고 싶은 캐릭터였다고 설명했다. /남용희 인턴기자

-김장한 캐릭터 표현하면서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서사가 있는 캐릭터다. 캐릭터의 20대와 50대 나눠서 얘기하자면, 20대 김장한은 군인으로서 신분을 감춰야하고 절제해야 하는 부분이 많은 캐릭터다. 개인의 감정을 많이 닫아놓고 봐야했다. 50대 김장한은 언론인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제보자'에서 연기한 언론인 캐릭터가 도움이 됐다. 아까 여러 작품 경험을 융합해서 표현해 보고 싶은 캐릭터라고 말씀드린 것이 이런 이유에서였다. ('은교'에서처럼) 특수분장도 있고, ('괴물'에서와는 다르게) 극에서 활 대신 총을 사용하며 액션 연기를 하기도 한다. 그래서 김장한 캐릭터를 잘 해내고 싶었다. 좀 더 자연스럽고 설득력 있게 표현하고 싶었다.

-김장한 캐릭터는 실존 인물 김장한과 김을한이 혼합된 캐릭터다. 실존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실존 인물 김장한이 덕혜옹주와 실제로 약혼을 했다는 사실이 김장한 캐릭터를 끌고 가는 큰 동력이 됐다. 그 지점을 뿌리로 두고 캐릭터를 끌고 갔다. 덕혜옹주를 평생 모든 것을 바쳐서 귀국시키려 한 실존인물은 김장한의 형 김을한이었다. 기자 신분으로서 여러 노력을 해서 덕혜옹주를 귀국시켰다. 어느 책에 나와 있어 읽고 캐릭터 연구에 참조했다.

이번 작품에서 영화적으로 제일 많이 살을 붙여서 만든 캐릭터가 김장한이다. 작품 준비하는 시간이 좀 길었다. 시나리오를 고칠 때부터 감독님과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 작품 이야기, 시대 이야기를 많이 했다. 촬영은 빠르게 정신없이 진행됐는데, 준비를 많이 해서 가능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호기심 넘치는 표정의 배우 박해일. 배우 박해일은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으로 강력한 호기심을 꼽았다. /남용희 인턴기자

-언론배급시사회에서 '노역을 연기하다 보니 시력이 안 좋아진 것 같다' 등의 농담을 했다. 유머 감각이 더 좋아진 것 같다.

저는 진심이다. 관절도 안 좋아진 것 같고, (시력이 안 좋아져) 물체도 저도 모르게 비스듬히 본다. 극에서 (50대를 연기할 때) 도수가 아주 높은 돋보기안경을 쓰고 나오는데 제가 쓰자고 했다. (일반 안경과 다르게) 돋보기안경의 렌즈는 보면 왜곡돼 보이는 부분이 있다. 돋보기 안경을 쓰면 더 연령대를 실재감 있게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 사용했는데, 그 이후로 '어떤 선택을 할 때는 신중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떨어진 시력은 돌아오지 않으니까 말이다.

촬영하면서 허리도 한번 다쳤다. 장롱을 올리면서 총알을 막다가 담이 걸렸다. 그다음에 해변 장면에서 총을 맞고 쓰러지는데 그 때 또 한 번 같은 부위에 충격이 왔다.

- 박해일만의 작품 선택 기준이 있는지 궁금하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강력한 호기심'이다. 그게 저의 원동력인 것 같다. 촬영을 준비하고 기자분들 만나고 DVD 코멘터리까지 하는 게 영화 작업의 완료라고 한다면, 그때까지 버틸 수 있는 힘은 작품을 대하는 직관적인 호기심에서 생기는 것 같다. 만나는 감독님, 새 캐릭터, 시나리오, 배우들에 대한 기대감도 있겠지만 제가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과 작품을 버티는 힘은 호기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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