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권혁기 기자] 첫 장편실사영화 '부산행'(제작 영화사 레드피터)으로 천만관객을 돌파한 연상호(39) 감독이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한국에서 보지 못했던 좀비물을 흥행시키며 다양한 장르가 국내에서 성공할 수 있음을 몸소 실현한 연상호 감독은 더욱더 모험심 강한 영화를 예고했다.
지난달 25일 서울 팔판동 카페에서 만난 연상호 감독은 "인터뷰가 영화 연출보다 힘드네요"라며 허허거렸다. 이미 '부산행'이 500만 누적 관객을 돌파한 상황에서 진행된 인터뷰라 연상호 감독은 말과 다르게 홀가분한 모습이었다. 적절한 입담은 50여분은 금세 지나가게 만들었다.
-좀비물을 찍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애니메이션 '서울역'을 배급사 NEW(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에서 보고 '실사로 리메이크해보는 게 어떻겠느냐'라는 얘기가 나왔다. 저는 기본적으로 애니메이션도 영화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같은 영화를 두 번 만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NEW에서 시퀄(Sequel, 전편에서 이어지는 시리즈/그러나 개봉은 '서울역'보다 '부산행'이 빨랐다)로 만들어보면 어떠냐는 얘기에 '부산행' 시놉시스를 만들어 보여줬다. 좋아하며 해보자는 얘기가 됐다.
-플롯 자체는 심플하다.
캐릭터 자체가 어렵게 가면 복잡할거라 생각했다. 전형적이면서도 대중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가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여러가지 시각이 있는 것 같다. '부산행'도 호불호가 갈리는데, 여러 갈래의 관점으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봤다. 일종의 군상극으로, 전형적인 캐릭터로 만들었는데도 그런 얘기가 나오는걸 보면 복잡한 캐릭터가 있었다면 더 어려웠을 것 같다.
-혹시 참고한 영화가 있나?
'다크 나이트'와 '인셉션'을 많이 참고했다. '다크 나이트'는 선악 대결의 쉬운 플롯이라면 '인셉션'은 구성이 복잡하다. 하지만 깊게 들어가보면 캐릭터들의 감정선은 되게 전형적이다. 관객들이 헷갈리지 않게, 작가한테 요청했다. 전형적인 캐릭터들로 부담이 될 수 있는 설정(좀비)을 완화시킨 셈이다.
-첫 좀비였던 배우 심은경이 인상적이었다.
선택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얼굴이 알려진 배우가 첫번째 좀비를 연기한다는 것에 우려가 있었는데 심은경이 딱이라고 생각했다. '서울역'이 있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심은경이랑 닮은 사람인가?'라는 느낌을 받길 바랐는데 심은경이 연기를 잘해줬다.
-원래 좀비를 좋아하나?
(웃음) 좋아했다. 좀비 영화가 아니라 좀비 자체를 좋아했다. 어렸을 때 자기가 특별한 사람이 될거라는 기대감이 있지 않나? 그러나 막상 학교에 들어가고 사회생활을 해보면 특별한 사람이 될 수 없다는 걸 깨닫고 우울해지기도 하는 것 같다. 뱀파이어나 늑대인간은 초인적이고 매력적인 캐릭터인데 좀비는 특별한 매력이 없는 존재라는 면에서 마음에 들었다.
-천만감독에 등극하면 어떨지 생각해 봤나?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좀 색다른 작품이 천만영화가 된다는 의미가 남다를 것 같다. 다른 감독들에게도 영화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 다음 작품으로 더욱 모험심 넘치는 영화를 기획할 수 있을 것 같다. 보통 '입봉' 감독들은 투자 받기가 힘들다보니 될만한 장르를 쓰려고 하는 편이다. 투자가 될만한 소재를 찾는 것인데, 그렇다고 투자 받을 수 있는 소재가 떡하니 나오는 게 많지도 않다. 감독들이나 시나리오를 쓰는 분들이 더 기발하게 도전할 수 있지 않을까? 저부터가 자신감을 갖아도 될 것 같다. 그렇다고 다 잘된다는 보장도 없다.(웃음)
-로맨틱코미디 장르처럼 보편적인 영화도 잘 어울릴 것 같다.
로코는 오히려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할 것 같다.(웃음) 저는 가장 평범한 장르가 스릴러라고 생각한다. '나를 찾아줘' 데이빗 핀처 감독을 좋아한다. '세븐'이라는 명작도 그렇지만 두려움이 없는 감독 같다. '조디악'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또 드라마이지 않나. 자극이 많이 된다. 핀처 감독만의 장르가 있는 것 같다.
-차기작은 무엇인가.
고민 중인데 어려운 걸 생각하고 있다. 블랙코미디 장르인데 상업적인 영화를 많이 생각하고 있다. 제 나이가 아직 많지는 독특한 영화를 생각 중이다.
-칸영화제에도 다녀 왔으니 외국에서도 러브콜이 올 것 같다.
대여섯 군데 정도 연락을 받았다.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미팅은 하지 않았지만 다른 방식의 접근은 좋을 것 같다. 쉽게 진행될 일이 아니니 상황을 지켜봐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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