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아 "지겹고 버리고 싶었던 나, 공심이 덕분에 이해"
[더팩트 | 김경민 기자] 걸스데이 민아와 함께 묶인 배우 방민아(23)의 이름이 어색하지 않다. SBS '미녀 공심이'는 주말극의 부진을 깨고 마지막 회 시청률 15.1%(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자체 최고 기록을 장식했다. 민아는 제목부터 드러난 주인공 공심 역을 맡아 안정적인 연기로 인정을 받았다.
'연기돌' 분류에 속한 민아 역시 늘 그렇듯 편견과 우려의 목소리 속에서 '미녀 공심이'를 시작했다. 막상 똑 떨어지는 단발머리 가발에 심지어 탈모 증상까지 호소하는 평범한 공심이 등장하자 보는 이들은 민아의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지워나갔다. 성공적인 결과였다.
민아는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카페에서 만난 <더팩트> 취재진과 다시 '미녀 공심이' 초반으로 돌아가 그간 느꼈던 긴장감과 부담감을 털어놓고 또 새로운 길목에서 다부진 각오를 다졌다. 대화 사이사이엔 자연스럽게 방민아의 속내와 성격이 묻어나오기도 했다.
민아는 '미녀 공심이'로 수차례 인터뷰를 할 때마다 연기력에 대한 칭찬을 들었을 터였다. 눈에 보이는 결과가 좋으니 당연했다. 정작 그는 칭찬 한마디를 들을 때마다 좌불안석에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쑥스럽게 미소를 훔쳤다.
"놀라우면서도 기뻐요. 앞으로 잘해내야겠다는 다짐을 갖게 하죠. 주연이라는 것 자체도 그렇고 캐스팅되자마자 드라마 제목이 '미녀 공심이'로 바뀌어서 부담감이 더욱 늘어났어요. 선배들이 제목에 나오는 캐릭터를 맡을 큰 기회가 온 거라고, 잘 잡으라고 조언해주더라고요. 연기력에 대한 반응은 부끄럽기도 하고 아직 스스로 잘하는지 모르겠어요. 연기 경력이 많지 않아서 겁을 많이 냈어요. 촬영장이 마냥 내 공간 같지 않아서 뛰어놀 만큼 익숙하지도 않으니까 걱정도 더 컸죠. 기술적으로 연기력이 부족하고 누를 끼치지 않아야 한다는 부담감뿐이었어요."
민아의 말을 빌리자면 공심이는 사랑스러운 게 가장 큰 매력이다. 이상한 구석도 많고 약간 4차원인 구석도 있지만 착하고 마음 따뜻하니 호감이라서 미워할 수가 없는 인물이다. 하지만 민아에겐 공심이가 매력적으로 다가온 부분이 또 하나 있다. '할 말은 다 하는 성격'이다.
"공심이와는 달리 불만이나 속상한 일이 있더라도 혼자 누르는 스타일이에요. 그게 없어지는 게 아니라 쌓이니까 스트레스가 심해지더라고요. 재작년쯤부터 올해 초까지 힘들었어요. 조금씩 견뎌가며 정리해나가는 시기가 '미녀 공심이' 시작하기 전이었어요. 공심이 덕분에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도움을 얻었어요. 인생을 많이 배웠어요."
민아는 공심이를 통해 슬럼프를 극복했지만, 이러한 뒷이야기를 모르는 이들에겐 초반 공심이와 민아의 '싱크로율'이 크게 와 닿지 않았다. 우선 화려한 연예계 걸그룹이라는 점부터 둘째 딸이자 사회에서 못난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공심이와는 거리가 멀었다. 공심이만의 것인냥 '설움'이라는 키워드를 꺼내자 민아의 입에서도 우수수 서러웠던 옛 기억이 쏟아졌다.
"공심이 같은 취업 문제는 아니지만 그런 설움은 연습생 생활 때를 떠올렸죠. 가수라는 꿈, 데뷔에 굉장히 간절하잖아요. 연예계와 회사 이야긴 조금 다르고 공심이 마음을 다 헤아리기 어려웠는데 최대한 접목시키려고 했어요. 데뷔 초엔 알아주는 사람도 없고 맨땅에 헤딩이었죠. 작은 회사에서 시작하다 보니까 어쩔 수 없는 상황도 많았고요. 지나고 보니 슬픈 것 중 하나가 힘들었지만 힘들 수조차 없었던 거예요. 힘들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무조건 좋은 말만 듣고 긍정적인 생각만 했는데 그렇게 지나가다 보니까 과부하가 걸려서 자신에게 '스톱'하는 상황도 왔죠. 힘든 시기가 있었지만 잘 넘어갔죠."
여기서 민아와 공심의 다른 점을 짚자면 주사가 없다는 것이다. 공심은 화장실 청소용 솔로 양치를 하려고 하거나 비누를 먹는 등 만화 같은 주정을 부렸다. 민아는 "술을 정말 못 마셔서 술주정도 해본 적이 없다"며 "기존 드라마 속 선배들의 주정 연기를 많이 찾아봤다"고 밝혔다.
민아는 '미녀 공심이' 결과가 좋은 것에 대해 기뻐하는 것도, 연기에 대한 칭찬을 듣는 것도 조심스러워했다. 자신의 연기를 61점으로 평가했던 그가 종영 후엔 겨우 4점을 더 얹었다. 상대 역으로 호흡을 맞춘 남궁민의 공개적인 칭찬에는 "그렇게 질러놔서 미치겠더라"며 "장점을 크게 받아들여 줘서 칭찬이 불어났다"고 몸 둘 바를 몰랐다. 연신 겸손하게 그리고 자신에게 엄격한 잣대를 대는 그에게 공심이 못지않은 '미녀스러운' 민아의 이야기를 부탁했다.
"예전에는 말을 못하는 방민아, 싫은 소리를 못하는 방민아가 너무 싫고 지겹고 버리고 싶었어요. '미녀 공심이'를 하면서 사실은 나도 좋은 의미에서 그런 거고, 남에게 피해를 주기 싫은 마음이고, 상처를 주는 것보다 받는 게 마음이 편한 사람일 뿐이라고 스스로 이해했어요. 이런 성격을 바보 같다고 생각하지 않고 좋게 봐주는 사람이 분명히 있겠다고 생각하니 용기가 됐어요.
65점? 아직 많이 부족하니까요. 혹여나 많이 준 건 아닐지. 욕심은 생기지만 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차갑게 하랬다고. 욕심이 크다고 섣불리 막 움직여서 뜻대로 되지 않는 경우도 많잖아요. 역량을 조금 더 알아야 할 필요가 있어요. 해낼 수 있는 정도를 알고 차근차근 다가가려고요. 다음 단계는 기존에 갖고 있는 이미지들을 조금 더 보여주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갑자기 변해버리면 스스로 받아들이기 부담스러울 것 같아요. 더 많이 도전하고 경험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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