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류준열 "이런 게 심쿵? 이해하고 연기한 적은 없어요"

운빨로맨스의 류준열. 배우 류준열은 지난 14일 종영된 MBC 드라마 운빨로맨스에서 제수호를 연기했다. /이새롬 기자

진지하고 유쾌한 남자 류준열을 만난 '운빨'

[더팩트ㅣ윤소희 기자] 흰색 티셔츠를 레이어드한 검정 맨투맨에 발목이 훤히 드러나는 검정 슬랙스, 캐주얼한 시계에 에어가 가득 들어간 흰 운동화. 드라마 속 제수호가 현실로 튀어나온 듯했다. 푹푹 찌는 여름 날씨에 온통 검정인 그가 걱정돼 '덥지 않으냐'고 물으니 "여기 있는 분들의 더위를 제가 다 가져가려고 이렇게 입었어요"라고 답했다.

배우 류준열의 첫인상은 그랬다. 후덥지근한 바깥과 다르게 차가운 카페 안의 공기처럼, 어두컴컴한 옷과 다르게 환하고 밝았다.

MBC 드라마 '운빨로맨스'를 마친 류준열을 만났다. 그는 극에서 수학과 과학밖에 모르던 남자였지만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 세상 그 누구보다 다정하고 사랑스럽게 변한 제수호를 연기했다.

"'운빨로맨스'는 제수호라는 아이가 심보늬(황정음 분)라는 인물을 만나서 변화하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예요. 사랑하기 전과 후의 차이, 그 갭을 조화롭게 이루면 재미있는 드라마가 될 것 같았어요. 수호는 로봇같이 인간관계를 글로 배운 친구였거든요. 그런 친구가 나중에 애교를 부리고 여자친구에 뽀뽀도 하고. 그 차이를 중점적으로 연기했어요."

제수호의 애교는 말 그대로 연기. 류준열은 애교 연기에 대해 단전에서 부터 끌어올린 애교라 애를 많이 썼다고 밝혔다. /이새롬 기자

류준열이 말했듯 제수호는 극 초반 냉정 그 자체인 인물이었다. 심보늬를 만나고 그에 대한 감정을 인정하는 순간, 제수호는 변했다. 평소 애교와 거리가 먼 류준열은 애교 연기에 대해 "말 그대로 연기예요. 정말 단전에서부터 끌어올린 애교라 애를 많이 썼어요"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딱히 애교 연기에 힘든 건 없었다고 했다. 류준열은 "힘든 건 없었고 어떻게 표현할까를 많이 고민했어요. 결국 상대배우가 기뻐하고 즐거워하더라고요. 여자에게 하는 애교인데 여자 배우가 즐겁게 받아준다는 건 좋았던 거라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여자들은 보통 사소한 것에서 설렘을 느끼지 않는가. 문득 나를 소중히 여기는 게 느껴질 때나, 안 그러던 남자가 애교를 부린다거나. 그런가 하면 뻔하게 '이 부분은 여성들에게 먹힐 거다'하는 부분도 있다. 류준열은 계산이 없었다. 딱히 '심쿵'을 노린 적이 없었다는 거다.

"'이런 게 심쿵이구나'라고 이해하고 연기한 적은 없었어요. 오히려 이해하고 연기하면 더 방해되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자연스럽게 하는 행동에서 여자들의 감정이 움직인다고 생각해요. 연기를 연기로 받아들이는 순간이 있을 텐데, 최대한 그걸 빼고 자연스럽게 한 게 여성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않았을까요?"

평소에도 패션에 관심이 많아요. 인스타그램 등으로 공개된 류준열의 사복 센스는 유명하다. /이새롬 기자

이날 맨투맨에 슬랙스를 입은 류준열에선 제수호가 느껴졌다. 실제로 제수호의 패션은 '워너비 남친룩'으로 많은 화제를 모았다. 극에서 CEO였던 제수호는 칼정장에 정갈한 전형적인 CEO가 아니었다. 맨투맨이나 후드티에 반바지로 깔끔하면서도 캐주얼한 의상으로 댄디한 분위기를 냈다.

평소 패션에 관심이 많은 류준열은 제수호의 의상에도 관여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스타일리스트가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을 얹은 것'이다.

"제가 평소에도 챙겨입는 걸 좋아하고 관심이 많아요. 이번에도 어떻게 코디할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스타일리스트가 먼저 제안하고 준비하면, 제가 작은 센스를 발휘하죠. 예를 들면 제가 평소 셔츠를 입을 때 단추 아래를 푸는 것 같은 거요. 천재 CEO의 전형성을 탈피하고 싶었어요. 이걸 좋게 봐주셔서 잘 표현된 것 같아요."

작품도 하나의 여행이죠. 류준열은 작품 하나하나를 통해 해나가는 것도 여행을 시작하고 끝내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이새롬 기자

실제 류준열과 제수호는 닮았을까. 제수호는 끊임없이 고민하고, 현재 위치와 상황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걸 찾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을 가둬둔 울타리에서 빠져나올 수도 있었다. 류준열은 제수호와 자신이 그런 점에서 닮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작게는 손톱을 물어뜯는 습관을 떨친 것부터, 크게는 많은 여행을 통해서 극복했어요. 작품 하나하나를 통해 해나가는 것도 여행을 시작하고 끝내는 거라고 생각해요. 여러 감정이나 타인을 만나면서 무언갈 느끼고, 나를 돌아보며 반성 거리를 생각해보고요. 그게 저를 계속해서 성장시키는 것이죠"라고 말했다.

심보늬처럼 적극적인 여자는 또 어떨까. 류준열은 '적극적인 여성'이라는 키워드에 "너무 좋다"고 힘차게 답했다. '여성'보다는 '적극적인'에 포인트가 있었다.

"적극적인 여성, 너무 좋아요. 용기 있는 선택에 늘 박수를 보내요. 남녀 상관없이 누군가에게 마음을 표현한다는 건 정말 용기 있는 행동이라 생각해요. 사실 누군가에게 마음을 표현한다는 게 여러 상황과 주변을 많이 살피고 고민하는 일이잖아요? 고백뿐만 아니라 신념이나 생각을 누군가에게 던지고 표현하는 건 정말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팬들에게 에너지와 힘을 받고 있어요. 류준열은 빡빡한 스케줄에도 웃으면서 해낼 수 있는 건 팬들 덕분이라고 했다. /이새롬 기자

'응답하라 1988'이 끝나자마자 영화 '글로리데이'가 개봉됐고, 프로모션이 끝날 무렵 그는 '운빨로맨스' 촬영에 들어갔다. 영화 '더 킹'과 '택시운전사'의 촬영도 함께했다. 바빴던 류준열은 앞으로도 바쁘다. 브라운관과 스크린에서 쉴 틈 없이 러브콜을 받고 있다.

그는 자신이 캐스팅되는 이유에 대해 "천운이 아닐까요. 운빨이라고도 생각해요"라고 답했다. 류준열이 말한 운은 어쩌다 얻은 행운이 아닌 주변에서 많은 도움을 주는 인복이었다. 그는 자신을 인복이 정말 많은 사람이라고 평했다.

쉬지 않고 '열일'하는 류준열에 행복한 건 팬들이다. 실제로 이날 인터뷰를 하는 장소 주변에는 그의 팬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더운 날씨에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제가 살면서 긍정적인 에너지와 배우를 할 수 있는 힘을 줬던 건 가족, 친구들과 같은 주변인들이었어요. 근데 지금은 그걸 팬들에게 많이 받고 있어요. 빠르게 차기작을 했던 것도 팬들을 빨리 만나고 싶었던 게 커요. 지금 스케줄이 스스로도 굉장히 타이트하다 생각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내고 웃을 수 있는 건 결국 팬들 덕분이 아닌가 싶어요."

수호야, 고생했어. 류준열은 운빨로맨스 제수호에게 미안한 마음과 고생했다는 말을 전했다. /이새롬 기자

마지막으로 류준열은 3개월을 함께 지내온 수호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고생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제가 고생한 만큼 수호도 고생했고 속앓이를 했을 텐데. 제가 어떻게 텍스트에 있는 수호를 잘 표현했는지는 저 스스로도 잘 모르는 상황이에요. 늘 아쉬움이 남는데. 그런 입장에서 미안한 마음도 있고, 그래도 고생했다고 이야기해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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