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강일홍 기자] '외압설' vs '감사패 예우', 어느 쪽이 진실인가. 방송인 최양락이 14년간 진행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전격 하차한 뒤 충격을 받아 외부와 접촉을 끊고 아내 팽현숙이 운영 중인 남양주의 한 식당에서 주차관리를 하며 소일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외압 하차설'이 다시 부각됐다. 그러자 해당 방송사 측은 "감사패를 준비하고 예우하려고 했지만 당사자가 거부하고 연락을 끊었다"는 주장을 펴 최양락의 방송 하차 논란의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더팩트>는 지난 19일 <[단독포착] '외압 하차 논란' 최양락, 술과 주차관리 '인고의 세월'>을 보도하면서 라디오 방송 활동에 누구보다 애정을 갖고 의욕을 보인 방송인의 두문불출 '반전 생활'을 소개했다. 한때 유명 개그맨이 식당의 주차관리를 하고 홀서빙을 하면서 술로 밤을 지새운다는 보도에 '외압 하차설'이 다시 조명되자 MBC 측은 "개편에 따른 프로그램 폐지를 알리고 예우차원에서 감사패까지 준비했다"고 밝힘으로써 최양락이 왜 청취자들과 마지막 인사까지 거부하고 스스로 잠적했는지 여부가 새 쟁점으로 떠올랐다. 사실 관계가 모호해진 만큼 당시 상황의 전후좌우를 제대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문제는 최양락이 '재미있는 라디오' 폐지 사실을 실제 마지막 방송일이 된 금요일(5월13일) 이전에 알았느냐의 여부다. 미리 알았다면 외압 여부와 별개로 정상적 개편 및 폐지과정을 거쳤다고 할 수 있다. 몰랐다면 외압 하차설에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최양락 측은 "사전에 이를 전혀 몰랐다"고 밝히고 있다. 최양락이 '월요일 생방송으로 다시 뵙겠다'는 클로징 코멘트로 방송을 끝낸 직후 방송사 간부(여성)가 찾아와 "수고 많으셨다, 이제 프로그램이 없어지게 됐으니 더 이상 안 나오셔도 된다"고 일방 통보했다는 얘기다. 만약 사전에 폐지 사실을 알았다면, 금요일 방송에서 월요일 재회 약속을 한 뒤 방송에 안 나갈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방송을 못 할 개인적 사정도 없었고, 누구보다 방송 생리를 잘 아는 사람이 프로그램 개편에 따른 폐지를 받아들이지 못할 이유 또한 없다는 것이다.
감사패 역시 마지막 방송 이전에 전해들은 바 없다고 밝혔다. 방송사에서 감사패를 준비했다면 마지막 방송 당일 통보 이후였을 가능성이 크다. 최양락 측은 애청자와 작별 인사도 못하고 프로그램 하차를 당한 뒤 나오는 감사패 운운은 문제의 본질에서 한참 벗어난 것이란 주장이다. 또 최양락에게 '정기 개편까지 남은 기간을 잘 마무리하고 청취자들에게 인사해줄 것'을 요청했다는 것도 앞뒤 관계가 모호하다. 월요일에 나오지 않아도 된다고 통보한 뒤 마무리할 시간을 주겠다고 했다는 점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얘기다.
당시 최양락은 워낙 갑작스런 프로그램 폐지 소식에 정신이 멍한 상태에서 집으로 돌아왔고 심한 자괴감에 빠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아내 팽현숙은 "(양락씨가) 집에 들어오자 마자 '이런 식으로 밀어낼 줄은 몰랐다'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너무 속상해서 같이 펑펑 울었다"고 말했다. 금요일 마지막 방송할 때까지 프로그램 폐지사실을 사전에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방증이다.
팽현숙은 "만약 감사패를 주려고 했다면 그건 방송사가 나중에라도 미안해서 그랬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그날 이후 (양락씨가) 일체 외부 연락을 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감사패를 준다는 사실은 사전에 전달받은 바 없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최양락의 라디오 프로그램 '재미있는 라디오'와 관련된 외압설은 두달 전인 지난 5월13일 그가 애청자들과 마지막 인사도 나누지 못한 채 마이크를 내려놓은 뒤 불거졌다. 당시 PD저널 등이 이를 외압으로 규정하고 문제를 제기했다.
팽현숙은 외압설 부분에 대해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껏 대놓고 말을 못해서 그렇지 사실이다. 그 일로 (남편이)엄청 힘들어했다. 방송사의 형편에 따라 진행자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것이지만, 10년 넘게 이어져온 인기프로그램 DJ를 그런 방식으로 밀어내서 낙마시키진 않는다"며 최양락의 속내를 간접 표출했다.
취재 당시 MBC 측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여러 프로그램의 포맷을 바꾸고 정기개편의 일환으로 프로그램이 폐지됐을 뿐"이라고 답변한 뒤 최양락이 청취자들과 작별 인사도 없이 마이크를 놓게 된 부분에 대한 일부 오해와 논란에 대해서는 "그 부분은 제 선에서 말씀 드릴 사안이 아닌 듯하다"고 답변을 유보했다.
기사가 나간 직후인 20일 MBC 측은 다시 "감사패를 준비하고 예우를 갖춰 청취자들과 인사를 나누게 하려고 했지만 최양락씨가 연락을 끊고 잠적했기 때문에 못했던 것"이라고 해명함으로써 진실공방에 불을 지폈다.
eel@tf.co.kr
[연예팀 │ ssent@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