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는) Re(플) : 아니 아무리 그래도 저렇게 사고가 나냐(kitt****)
[더팩트 | 김경민 기자] SBS '닥터스'를 보는 낙에 월요일을 기다린다는 시청자들이 많다. 김래원과 박신혜의 꿀 떨어지는 눈빛으로 대리만족하고 의학드라마 장르 특유의 긴박한 에피소드로 쫀쫀한 긴장감을 주는 기대감 때문이다. 그런데 의학드라마에서 의사 못지않게 중요한 환자들이 몰입도를 해치며 눈총을 받고 있다. 작가의 뜬금없는 '데스노트'가 원성을 사는, 말그대로 옥에 티다.
첫 '데스노트' 희생양은 지난 5일 방송된 '닥터스' 6회에 등장한 환자 오영미(정경순 분)였다. 오영미는 식당 주인으로 손님 진서우(이성경 분)와 싸우다가 갑자기 쓰러져 병원에 실려 온 인물로, 첩에게 남편을 빼앗긴 사연 때문에 정윤도(윤균상 분)를 짝사랑하는 진서우와 공감을 사며 유대관계를 형성했다. 하지만 그는 진서우 앞에서 건강상태를 증명하려고 제자리에서 뛰다가 갑자기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져 죽음을 맞이했다.
충격이 가시기 전, 지난 11일 전파를 탄 '닥터스' 7회에서는 유혜정(박신혜 분)의 방황기를 지켜준 친구 김수철(지수 분)이 교통사고를 당했다. 출근하는 유혜정 옆에서 유난히 산만하게 오토바이 운전을 하더니 급커브 하던 자동차에 치였다.
시청자들은 오영미를 지켜보던 진서우가 놀랄 때 헛웃음을 터뜨렸고 김수철의 곡예 운전을 보며 이미 사고를 예견하는 댓글을 쏟아냈다. 개연성 없이 허무하게 생사를 오가는 환자들의 에피소드에 "아무리 그래도 저렇게 사고가 나냐(kitt****)"라는 푸념이 이어졌다. 당연히 환자가 죽는 사건이 그려질 수도 있지만 일부러 주인공들을 자극하기 위해 끼워 맞춘 듯 삽입된 에피소드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의학드라마에서 환자 이야기는 중요하다. 베드에 실려 와 수술방으로 직행하는 환자와 달리 주인공들과 얽히는 환자라면 작더라도 무언가 영향을 주는 임무를 띠고 있다. 환자의 생사는 인물들의 심리를 변화하고 가치관을 흔들기도 한다. 진서우는 오영미 죽음으로 '내 사람'을 절대 뺏기지 않겠다는 잘못된 집착을 키웠고, 유혜정은 김수철의 사고로 일생일대 위기감을 겪었지만 한층 더 강해졌다. 결과를 놓고 보면 겨우 이러한 감정 변화가 굳이 쌩뚱맞은 죽음을 연출할 만큼 꼭 필요한지는 의문이다.
앞으로도 의학드라마 '닥터스'에서 환자들은 계속 등장하고 사라질 것이다. 단지 이런 방식으로 환자를 만들어내는 것은 억지스럽다. 갑자기 '억!' 외마디 비명과 함께 뒷목 잡고 쓰러지던 1990년대식 연출과 다를 게 무엇일까. 오죽하면 애청자들 사이에서는 드라마 주인공들을 어이없게 죽이던 임성한 작가의 '데스노트'가 있는 게 아니냐는 빈축을 사고 있다.
갑자기 빗속에서 '하하호호' 웃으며 입술 박치기를 하는 남녀 주인공도, '밀당'할 생각은 전혀 없어 보이는 직진 러브 라인들도 신선하다. 오글거리고 유치한 대사나 상황도 배우들의 호연 덕분에 오히려 풋풋하고 순수한 로맨스로 더욱 설레게 포장된다. 그렇다고 단순하고 일방적인 전개가 만능 특효약은 아니다.
'닥터스'는 앞서 유혜정과 정윤도가 환자 수술을 두고 자존심을 건 내기를 하는 장면으로 비판을 사며 아슬아슬한 선에 도달한 바 있다. 지난달 20일 첫 방송 후 갈수록 시청률이나 화제성은 높아지고 있지만 장면 전환시 흐름이 툭툭 끊긴다는 불편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설득력 없는 '환자 만들기'가 계속된다면 그나마 배우들의 연기력에 기댄 호평도 용두사미가 될 수 있다. 시청자들이 뭔가 불편하게 느낀다면 분명 스토리 설정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이젠 '데스노트'를 접어두고 환자에게도 따뜻한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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