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지의 MSG] '아는 형님', 시청률 잘 나와서 박수치고 있으세요?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 아는 형님. 이 프로그램은 특히 젊은층 시청자들에게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JTBC 아는 형님 공식 홈페이지

수위 넘나드는 '아재 개그' 경계해야 할 때

[더팩트ㅣ김민지 기자] 최근 인기 있는 예능 프로그램을 꼽으라면 빠지지 않는 프로그램이 바로 JTBC '아는 형님'이다. 지난해 12월 첫 방송된 '아는 형님'은 한동안 자리를 잡지 못했으나 '형님 학교'로 콘셉트를 잡으며 점점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무근본' 애드리브가 큰 재미를 줘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가 높아졌다. 이제 '아는 형님'은 시청률 3%(닐슨코리아, 전국유료방송가구 기준)를 넘나드는 '대세' 예능이 됐다.

그러나 '아는 형님'에 호평만 이어지고 있는 건 아니다. 프로그램의 재미에 대한 칭찬과는 별개로 내용에 대한 비판 역시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스스로를 '아재'(아저씨를 낮추어 칭하는 말)로 칭하는 멤버들이 게스트들을 상대로 불쾌한 발언과 개그를 하는 것을 꼬집는 이들이 많다. 멤버들은 '웃음'을 의도한 것이겠지만 시청자들에게 남긴 건 '쓴웃음'이었다.

효린에게 의도를 알 수 없는 개그를 한 김희철(위). 이에 씨스타는 그를 타박했다. /JTBC 아는 형님 방송 화면 캡처

지난 9일 방송된 '아는 형님'에는 그룹 씨스타가 출연했다. 프로그램은 화기애애하게 진행됐으나 때때로 분위기가 미묘하게 흐트러졌다. 부적절한 발언들이 등장해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탓이다. 이날 김희철은 과거 효린의 장래희망이 사육사였다고 하자 "야하다"는 말을 했다. 의도를 알 수 없는 개그에 대다수가 웃음을 잃었다.

과거에도 '아는 형님'은 종종 도가 지나친 개그로 구설수에 오르곤 했다. 지난달 18일 방송된 프로그램에서 김희철은 레드벨벳 아이린이 다림질을 잘한다고 하자 "야 다려봐"라고 말하며 자신의 셔츠를 던졌다. 본인에겐 순발력 있는 개그였을지 몰라도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무례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행동이다. 아슬아슬한 그의 '유머'는 재미가 아닌 불편함을 줬다. 또한 민경훈은 다른 회차에서 게스트 전소민을 위한 선물로 종이컵을 이용한 비키니를 만들어 보는 이들을 당혹스럽게 하기도 했다.

전소민에게 줄 선물로 비키니를 만든 민경훈. 그는 도를 넘은 개그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JTBC 아는 형님 방송 화면 캡처

개그나 유머의 수준조차 구시대적이다. '아는 형님'이 여자 게스트가 나올 때마다 '드립'의 소재로 삼는 게 담배다. 멤버들은 상황극을 하다가 뜬금없이 여자 게스트들이 흡연을 한다고 몰아가고 이를 웃음으로 승화시킨다. 흡연은 개인의 기호인데도 이를 개그의 소재로 삼는 건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특히 남자 게스트들에게는 '담배 드립'을 전혀 하지 않는 걸 보면 이 개그에는 '흡연하는 여성=일탈'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져 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아는 형님'에는 선정적인 개그와 불쾌함을 주는 발언, 수위를 넘나드는 '드립'이 난무한다. 그리고 제작진은 이를 '아재 개그'라는 포장지로 허울 좋게 만든다. 지난 몇 주간 이 기조는 꾸준히 유지됐다. 물론 재미를 추구하는 것은 예능 프로그램의 당연한 가치다. 하지만 선을 지키지 않는 말초적인 재미는 결국 스스로를 갉아먹을 뿐이다. 웃음이 모든 것에 면죄부를 주는 건 아니다.

아는 형님 출연진. 이들은 프로그램에서 아재 개그를 보여준다. /JTBC 아는 형님 공식 홈페이지

'아는 형님'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그 한계 역시 극명하게 드러난다. 지금은 높아지는 인기에 도취될 때가 아니라 프로그램을 보완해 발전시켜야 할 때다. 만약 제작진이 이 프로그램을 장수 예능으로 만들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시청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개선점을 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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