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권혁기 기자] 'TF오색리뷰'는 공연 또는 영화, 드라마, 예능 등을 다섯 가지 관점으로 분석하는 코너입니다. 꼭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함께한 관객 시청자들과 좀 더 친밀한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 만 5세에 시작한 연기생활…데뷔 60년 앞둔 안성기
영화 '사냥'(감독 이우철, 제작 빅스톤픽쳐스)이 29일 개봉됐다. '사냥'의 주인공 배우 안성기(64)는 52년 1월 1일 태어나 57년 영화 '황혼열차'로 데뷔했다. 내년이면 데뷔 60년이 된다. '사냥'은 대배우의 역량을 보여준 작품이자, 안성기의 인생작이 될 전망이다. 안성기는 '사냥' 언론시사회 이후 '레버넌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가을의 전설' 브래드 피트, '테이큰' 리암 니슨 등과 비견될 정도였다. 듬성듬성 검은 머리가 보이는 백발에 민소매를 입은 안성기의 대흉근은 딱 보기에도 그가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알 수 있게 한다.
◇ '주조연이 뭣이 중헌디?' 배우들의 호연
웰메이드 영화의 기준인 스토리, 연출, 연기 중 '연기'는 확실하다. 문기성 역의 안성기나 형제인 박동근-박명근 1인2역을 소화한 조진웅, 10세 지적 수준인 김양순을 연기한 한예리, 이순신 장군 아들에서 악당으로 변신한 권율(맹준호 실장 역), 엽사 곽종필(박병은 분) 김창식(한재영 분) 손기욱(김윤성 분) 이필호(조대희 분) 최병순(차순배 분)과 양순 조모(예수정 분) 양순의 아버지와 어머니 김중현(진선규 분) 이금자(심이영 분)까지 누구 하나 허투루 연기한 배우가 없다. 짧지만 '끝까지 간다'에서 눈도장을 찍은 신동미(문정숙 역)와 대사없이 분위기로 스크린을 차지한 이해영(문대국 역)도 눈길을 끌었다. 특히 한예리는 그냥 양순이다.
◆ 용두사미…산에 오르듯 초반 힘 유지 못하는 연출은 아쉬움
대규모 탄광 붕괴 사고가 일어난 무진의 외딴 산에서 발견된 금맥을 두고 마을 형사 동근과 그를 따르는 무리들은 땅주인 노파를 제치고 차지하려고 하지만 기성과 양순에게 계획이 들통나자 둘을 '사냥'하기 시작한다. 산에서 일어난 16시간의 추격전을 93분 안에 풀어냈기 때문에 초반 스토리 전개는 매우 흥미진진하다. 그러나 중반 이후부터 연출이 산만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리얼리티가 부족하다. 총기는 매우 사실적이지만, 서부극을 따라한 총격전은 아쉬움을 남긴다. 얕고 좁은 냇가를 사이에 두고 4 대 1 총격전을 펼치는데 주인공 프리미엄으로 기성은 쉽게 부상당하지 않는다.
◆ 20초 덜어내 이룩한 15세 관람가, 차라리 청불로 화끈하게
'사냥'은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19세 이상 관람가, 즉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바 있다. 비상이 걸린 제작사와 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는 부랴부랴 20초 가량을 덜어내고 15세 관람가 등급을 따냈다. 이우철 감독은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은, 이전 버전을 본 사람이 봐도 티가 나지 않을 정도로 편집을 했다"고 설명했다. 금을 노리던 엽사 무리가 아무렇지 않게 살인을 저지르게 되는 계기 부분을 편집했다고 하는데, 차라리 애초에 청소년관람불가를 받을 작정으로 화끈하게 스토리를 전개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쓸데없는 자극적인 장면들을 추가하자는 게 아니라, 등급을 위해 설정 자체가 약해져 관객의 이해도를 떨어뜨리는 부분이 있다는 의미다.
◇ 짧은 러닝타임 93분
'사냥'의 러닝타임은 93분이다. 120분은 기본으로 넘는 요즘 추세와 달리 선택과 집중을 했다. 짧은 러닝타임도 미덕 중 하나다. 추격전에 특화된 덕분에 관객들의 집중도를 높이지만, 극 말미 급격하게 드라마에 치중하는 게 아쉽다. 복선을 준비했지만 진부하다. 스포일러라 밝힐 수 없지만 출생의 비밀도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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