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홍의 연예가클로즈업] 김성민의 비극, 이름 바꿔 운명까지 엇갈렸나

김성민은 일약 스타덤에 오른 인어아가씨에서 김성택이란 본명으로 활동했다. 드라마가 중국 대만 등 해외에 수출되면서 외국인들이 발음하기 쉬운 성민으로 바꾸게 됐지만, 이후 사업실패와 필로폰 투약 등으로 좌절한다. /더팩트 DB

[더팩트|강일홍 기자] 연예인들은 이름이 곧 브랜드다. 한번 들으면 잊혀지지 않는 이름, 자신의 색깔을 드러낼 수 있는 이름은 대중의 뇌리에 진한 잔상을 남긴다. 그래서 자신의 예쁜 본명을 두고도 보다 쉽고 강렬한 느낌을 주는 예명을 찾는다. 자신이 잡은 콘셉트나 이미지에 맞는 이름, 부르기 쉽고 기억하기 좋은 이름이 팬들에게 더 어필하기 쉽다는 이유다. 아이돌은 성을 빼고 이름만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한류열풍이 거세진 요즘엔 해외 활동을 감안해 아예 영문 이름을 만들기도 한다.

여배우 윤정희와 탤런트 금보라의 본명은 손미자다. 둘다 세련된 이름으로 바꿔 연예계에 데뷔한 뒤 인기는 물론 전혀 별개의 이미지로 팬들에게 각인돼 있다. '손미자'는 윤정희나 금보라와는 도무지 포개질 수 없을 만큼 낯설고 어색하다. 이들 외에도 본명 대신 세련된 예명으로 바꿔 쓰는 여자연예인들은 의외로 많다. 손예진(손언진) 심혜진(심상군) 강수지(조문례) 오승은(안진옥) 김지미(김명자) 안소영(안귀자) 김보연(김복순) 김상희(최순강) 김규리(김문선) 등이다.

예명을 쓰는 남자연예인도 마찬가지다. 촌스럽고 밋밋한 본명보다 터프하고 멋진 가명을 선호한다. 송승헌(송승복) 강석우(강만흥) 나훈아(최홍기) 강타(안칠현) 전진(박충재) 류수영(어남선) 지성(곽태근) 현빈(김태평) 알렉스(추헌곤) 하정우(김성훈) 신성우(신동륜) 싸이(박재상) 등이 있다. 또 에일리(이예진) 써니(이순규) 제시카(정수연) 설리(최진리) 디오(도경수) 첸(김종대) 시우민(김민석) 카이(김종인) 등 아이돌을 중심으로 이국적인 예명을 짓는 것은 아예 트렌드처럼 자리매김했다.

연예인은 이름이 곧 브랜드. 김구라는 김현동이란 이름으로 오랜 무명생활을 하다 개명후 인기를 얻었고, 이영자 역시 본명 이유미 대신 개그 컨셉트에 맞춰 촌스런 영자로 개명했다. 사진 왼쪽부터 이영자 김구라 제시카 최지우. /더팩트 DB

◆ 최지우, '최미향'이란 이름을 고수했다면 "결코 한류스타 될 수 없었을 것"

연예계에는 이름을 바꿔 단기간에 주목받은 케이스가 많다. 김구라는 본명인 김현동으로 오랜 무명생활을 거친 뒤 이름을 바꿨고, 이영자(이유미)는 데뷔 직전 선배인 전유성이 "넌 유미보다 영자가 더 잘 어울려"라고 조언해 촌스럽게 개명했다. 배우 최지우 역시 개명 후 이름 덕을 봤다. 1994년 MBC 공채 탤런트 23기로 연기활동을 시작하며 본명 '최미향'으로 활동했지만 오랜기간 조, 단역에 머물렀다. 결국 이름과 이미지를 바꾼 뒤 드라마 '겨울연가'에 출연하면서 한류스타로 이름을 아로새겼다.

'이름 덕을 보기 위한 예명'을 찾아 일부러 이름을 바꿔 쓴 연예인은 많다. 박솔미의 본명은 박혜정이고, 김정난은 김현아다. 둘다 개명을 통해 더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은 의도가 깔려있다. 김보성 역시 "이름을 바꿔야 인기를 얻을 수 있다"는 역술인의 권유에 따라 허석이라는 본명을 감췄다. 거꾸로 이름을 바꿨지만 이렇다할 이름 덕을 못보고 다시 되돌아간 경우도 있다. 오현경은 오상지로, 이현경은 이지원으로 일시 바꿔 사용한 적이 있다.

국내 역리학의 대가이자 성명학자인 백운비 씨는 "사람의 운명은 이름과 매우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이름은 우선 부르기 쉽고 듣기에 편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함부로 짓는 것은 경계해야한다"고 말한다. 그는 최지우의 사례를 예로 들면서 "만약 최미향이란 이름을 고수했더라면 결코 한류스타가 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받침이 없는 '최지우'라는 세련된 이름으로 개명한 뒤 대중적 인기그래프가 바뀌었다는 설명이다.

김성민의 원래 이름은 김성택. 김성민은 예능프로그램 남자의 자격에서 김봉창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대세스타로 거듭나지만, 두 차례 필로폰 투약 등의 혐의로 구속되면서 모두 물거품이 됐다. /더팩트

◆ 김성택, '인어아가씨'의 꽃미남 스타배우에서 두차례 필로폰 투약 후 좌절

자살기도 후 혼수상태에 빠져 결국 깨어나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 김성민에게 팬들의 안타까운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김성민의 원래 이름은 김성택이다. 개명한 김성민은 가명이 아니고 정식으로 호적정정을 거친 이름이다. 그는 무명 시절 속옷 모델로 활동하다 '인어 아가씨'에서 장서희와 주연을 맡아 일약 스타반열에 올랐다. 이후 한류스타로 부상하면서 이름도 외국인들이 발음하기 쉬운 '성민'(택→민)으로 바꾸게 됐다.

김성민은 '인어아가씨'에서 꽃미남 스타배우로 등장했지만, 상대역인 장서희와 마찬가지로 이 작품을 통해 오랜 무명세월을 탈출한 케이스다. 당시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두 사람이 너무 잘 어울린다'며 "결혼하면 좋겠다"는 리얼빠(드라마 주인공이 실제 커플로 탄생하기를 바라는 시청자)가 생길 정도였다. 이 때까지만해도 김성민은 '김성택'이란 자신의 본명으로 활동했다. 알고보면 '김성택'은 무명의 김성민을 일약 스타반열에 올려준 이름이었던 셈이다.

이름을 바꾼 뒤 김성민은 한류사업가로 성공을 꿈꿨다. 중국의 대형 미디어그룹 노블리스와 손잡고 한류 드라마 관련 부가 판권 대행 등 판을 벌렸다. 하지만 그의 의욕적인 행보는 실패로 끝났고, 연기활동 역시 더이상 이렇다할 진전이 없었다. 이후 예능프로그램 '남자의 자격'에서 '김봉창'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대세스타로 거듭나지만, 두 차례 필로폰 투약 등의 혐의로 구속되면서 모두 물거품이 됐다. 이름이 브랜드인 연예인, 혹시라도 이름을 바꿔 운명이 엇갈렸다면 그 안타까움은 더 말할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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