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석이 그리는 '이름값 톡톡' 이진상
[더팩트ㅣ윤소희 인턴기자] 미운 짓만, 진상 짓만 골라서 하는데 어쩐지 밉지 않은 남자가 있다. 바로 케이블 채널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극본 박해영, 연출 송현욱)에서 배우 김지석이 연기하고 있는 이진상이다.
지난달 2일 첫 방송된 '또 오해영'에는 이진상이라는 이름값을 제대로 하는 캐릭터가 등장했다. 이진상은 남자 주인공 박도경(에릭 분)의 절친한 친구로, 여러 사건의 중심에서 각종 진상짓을 하며 시청자들을 긁고 있다.
이진상은 첫 회부터 사고를 쳤다. 한태진(이재윤 분)의 사업을 망쳐 평범한 오해영(서현진, 이하 서혜영)과 그의 결혼식을 파토내며 극의 포문을 열었다. 또 서혜영과 박도경을 갈라놓기 위해 직장 부하를 '헌팅남'인척 연기하게 만들어 서혜영을 속이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즉석 만남으로 만난 여자와 하룻밤을 보내고 기억을 못하는가 하면 실연한 박도경을 위해 즉석 만남을 주선하는 등 매회차 진정성 없는 남자로 그려지고 있다.
평범한 오해영에 감정 이입하는 시청자들에게 이진상은 달갑지 않은 존재임에도, 그는 한 짓에 비해서는 크게 미움을 받지 않는다. 오히려 귀엽다는 평을 듣곤 한다. 이진상은 변호사답지 않게 굉장히 허술하고, 우정으로 똘똘 뭉친 의리파에 생각보다 우직한 면도 있기 때문이다.
그가 벌인 사건들은 2% 부족한 허술함으로 금세 들통나거나 실패로 돌아갔다. 항상 완성도가 낮았고, 그에 도리어 본인이 당하곤 했다. 상황이 역전되는 것만으로도 우스워진 이진상은 그럼에도 밝았고 가벼움을 놓지 않았다. 조금 멍청한(?) 이진상이 일반적으로 깐깐하고 똑똑한 이미지를 지닌 변호사라는 반전 직업을 가진 것도 그가 귀엽게 느껴지는 포인트다.
게다가 이진상의 각종 진상 짓들은 모두 박도경과 의리에서 비롯된 거였다. 박도경보다 더 전혜영을 미워했고, 친구 하나를 위해 솔선수범 나서 사건을 벌였다. 한 번씩 박도경에게 던지는 진지한 위로의 말은 그가 얼마나 박도경을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지난 8회에서는 이진상의 우직한 면모를 엿볼 수 있었다. 극 중 러브라인인 박수경(예지원 분)이 과거 연인에 대한 기억으로 매일 술에 취해 불어를 중얼거릴 때, 다 알지만 모르는 척해주는 배려 깊은 면모를 보였다. 불어로 "다 알고 있었다"고 말하는 이진상에 시청자들은 환호했다.
무엇보다도 이진상이 밉지 않은 건 그를 그리고 있는 김지석의 캐릭터 소화력이 크다는 평이다. 각종 드라마에서 로맨틱한 '심쿵남'으로,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뇌섹남'에 등극한 바 있는 그는 '또 오해영'에서 그 이미지와 정반대인 캐릭터를 제대로 그려내고 있다.
김지석은 여심을 설레게 할 배역을 맡을만한 외모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도 그가 이진상을 맡은 이유는 "30대 중반에 들어서며 친숙하고 다양하게 많은 매력을 보여주고 싶어서"란다. 그 각오처럼 김지석은 이진상을 통해 진상인 남자부터 제법 진중한 남자까지 스펙트럼 넓은 캐릭터를 잘 표현하고 있다.
이진상은 지난 10회에서 친구 누나 박수경과 하룻밤을 보냈고, 박수경은 임신했다. 이 사건으로 이진상이 '진상 완전체'로 쐐기를 박을 지, 이름에 대한 편견을 버릴 지는 그의 손에 달려있다. 확실한 건 시청자들이 그가 이번만은 이름값을 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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