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기의 연예필담] '중국 이적설' 송중기와 드라마 '딴따라'

홍콩으로 출국하는 송중기. 배우 송중기가 중국 연예 기획사와 전속계약을 체결하려 한다는 보도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배정한 기자

[더팩트|권혁기 기자] 다음 대사를 먼저 보시죠.

이준석: "(전속계약 해지)승소 축하한다고 해야 하나? 새 회사는 준비 잘 돼 가고?"
신석호: "구멍가게로 시작해야죠."
이준석: "잭슨 데리고 나가면서 구멍가게라. 겸손한 멘트다? 너도 이 회사 초창기 멤버나 다름없는데. 난 부족함 없이 보살폈다고 생각했는데, 넌 서운한 게 많았나 보다."
신석호: "그런 거 아닙니다. 형님. 아무튼 마무리 잘하고 독립하겠습니다."
(중략)
이준석: "네가 할 말은 죄송합니다야 석호야. 농담이야 인마. 가 봐."

SBS 드라마 '딴따라'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연예기획사 이사 신석호(지성 분)가 K탑엔터테인먼트 최고 인기 그룹인 잭슨을 데리고 나가기 위해 소속사 대표인 이준석(전노민 분)과 나눈 대화죠. 이후 이준석 대표는 함정을 파고 신석호를 나락으로 빠뜨립니다. 결국 잭슨은 K탑엔터테인먼트에 남기로 하죠.

9일 배우 송중기가 중국 연예기획사와 접촉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스포츠월드가 단독으로 보도했는데 매우 자세합니다. '중국 최대 규모 연예기획사가 지난달 송중기를 직접 만났으며 중국 현지에서 안정적이고 체계적인 매니지먼트 관리의 필요성을 실감하고 있어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며 '송중기가 중국 기획사 측에 계약금 200억원을 얘기했다'라고 관계자의 말을 빌어 기사화했습니다.

현 소속사 블러썸엔터테인먼트(이하 블러썸)는 즉각 부인했습니다. "사이도 좋고 현재 계약 기간이 남아 있다"고 말이죠.

'송중기의 중국행'을 놓고 연예계의 시선은 엇갈립니다. '이미 떠날 채비를 끝낸 것으로 알고 있다'는 관계자도 있고, "아직 계약 기간이 남아 있어 어려울 것"이라는 매니저도 있습니다. 진실은 무엇일까요?

지금 상황만 놓고 본다면 송중기는 블러썸과 전속계약 기간이 남아 있습니다. 블러썸이 전속계약 만료 시점을 '대외비'로 하고 있지만 유추해볼 수는 있습니다.

송중기는 2013년 2월 싸이더스HQ와 전속계약 만료 후 자신을 발탁한 매니저 김정용 이사(당시 팀장)와 주방옥 대표(당시 팀장)와 함께 블러썸으로 보금자리를 옮겼습니다. 연예계 절친인 차태현과 손창민, 한상진, 송종호, 박보검과 함께였습니다. 매니지먼트를 세분화했던 싸이더스HQ의 한 팀이 고스란히 독립한 겁니다. 그중에는 전속계약 기간이 남은 배우도 있었습니다.

팬들에게 애정을 표현하는 송중기. 송중기는 팬미팅에서 실망시키지 않는 배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독자 제공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와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정한 전속표준계약서에 따르면 기획사와 연예인 사이에 계약 기간은 자유롭게 정할 수 있으나 7년 이내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일명 '노예계약'을 하지 못하게 정한 방편입니다. 신인이 아닌 경우 보통 2년과 3년 단위로 계약을 체결하는 편이죠. 여배우 손예진은 매번 1년 단위로 재계약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10년 넘게 한 기획사에 몸담고 있어 의리파로 알려져 있죠.

아무튼 송중기가 2013년 2월 블러썸과 전속계약을 체결했으니 2년 또는 3년으로 보는 게 타당한데, 그럼 전속계약 기간은 작년 2월이나 올해 2월에 끝났을까요? 아닙니다. 표준계약서상 군복무기간은 계약기간으로 보지 않습니다. 따라서 1년 9개월을 제하면 오는 11월 또는 내년 11월이 전속계약 만료 시점이 됩니다.

2016년 11월이라고 가정했을 때 계약 위반이 됩니다. 전속계약 만료 3개월 전까지는 다른 소속사와 접촉 자체가 계약 위반 사항이기 때문입니다.

송중기가 블러썸을 떠나지 못할 거라고 예측하는 관계자들은 이같은 계약상 문제와 함께 차태현을 꼽기도 합니다. 두 사람의 친분이 생각보다 훨씬 크다는 거죠.

싸이더스HQ 때부터 함께 일해온 주방옥 대표와의 관계도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이 있지만, 김정용 이사가 함께 중국 측과 타진 중이라는 일부 견해가 '중국행'에 힘을 실어 줍니다. 전속계약 기간이 남은 부분에 대해서는 금전적으로 보상하고 나오면 된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국내 기획사로는 꿈도 꾸지 못할 이적료 200억원, 가능할까요? 충분하다는 분석입니다. 송중기가 중국 팬미팅 한 번에 받는 돈이 3~5억원 정도라고 하니, 일주일에 한 번씩 한 달만 해도 12~20억원 정도가 되니까요. CF 촬영과 드라마 혹은 영화 출연으로 벌 수 있는 돈은 천문학적인 액수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미 '차이나머니'는 국내 연예계에 깊숙이 침투해 있습니다. 여러 한국영화에 투자를 하는가 하면 음원포털과 매니지먼트를 인수했습니다. 송중기에게 200억원을 주는 게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소속 배우와 매니지먼트의 관계는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내일 또 변합니다. "그래도 내 배우인데"라고 하다가도 "질릴 대로 질렸다"라고 하소연도 합니다. 10년 넘은 인연을 내팽개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요즘 예능에서 승승장구하는 L여배우는 영화의 인연으로 11년 차에 소속사를 떠났으며, U남매는 15년을 넘게 한 소속사에 있다가 둥지를 바꿨습니다.

11시부터 시계방향으로 손예진-김상경-박신혜-수애-장혁. 사진 속 배우들은 모두 10년 넘게 한 소속사에 몸담고 있다. /더팩트 DB

반면 동고동락하는 관계도 많습니다. 배우 김상경과 국세환 국엔터테인먼트 대표는 햇수로 17년째 인연을 이어오고 있으며 김정화와 박신혜는 솔트엔터테인먼트에서 13년째 한솥밥을 먹고 있습니다. 박효주와 열음엔터테인먼트의 관계도 17년째, 의리남 장혁과 싸이더스HQ 정훈탁 대표의 관계는 내년이면 20년이 됩니다. 손예진은 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김민숙 대표와 17년, BH엔터테인먼트 손석우 대표와 이병헌, 진구는 각각 15년 14년째 관계를 맺어왔습니다. 수애와 스타제이엔터테인먼트 정영범 대표는 17년간 희로애락을 함께 했습니다.

송중기가 김정용 이사와 함께 중국행을 선택하더라도 비난할 필요도, 축하할 이유도 없습니다. 물론 전속계약 기간이 남아 있다면 문제가 됩니다만, 어떤 이유와 목적이 있어 소속사를 변경하고 활동 무대를 한국에서 중국으로 바꿀 수 있죠. 그래도 떠날 때는 아름답게 이별했으면 합니다. 죽을 때까지 한 곳에 머물 수는 없습니다. 마지막 작별 인사는 잘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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