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강일홍 기자] 연예인들을 괴롭히는 악소문에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침묵하면 더욱 기승을 부린다는 사실이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연예인들은 자신을 둘러싼 소문을 애써 무시하려는 경향이 짙었다. 해명해봐야 믿어주지 않을 뿐더러 몰랐던 사람들까지 더 관심을 갖게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들어 연예인들은 조금만 사실과 다른 소문이 나돌아도 법적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분위기다.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선 데는 더이상 방치했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이미지 추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불필요할 만큼 지나친 대응으로 긁어부스럼을 만들지만 않는다면 당사자들한테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자구책이자 정면 대응인 셈이다.
브라운 아이드 걸스 멤버 가인이 지난 1일 악성 루머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섰다. 가인은 한 달 전 온라인상에 퍼진 남녀 성관계 동영상 속 인물로 지목되면서 치명적인 이미지 손상을 입었다. 당시 주지훈과 가인 측 모두 사실무근임을 강력히 피력했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판단, 결국 유포자들을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죄로 고소했다.
◆ 누구에게나 빠르고 쉽게 공유되는 지라시, SNS는 사실상 오픈된 공간
배우 이준기는 지난달 31일 소속사를 통해 자신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악의적인 비방을 일삼는 행위를 방치할 수 없다고 경고한 뒤 일부 네티즌에 대해 형사고소했다. 앞서 송혜교, 신세경, 강소라, 남보라 등도 성매매 및 스폰서 관련 악성 루머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밝히며 법적대응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악성 루머가 마치 기정사실처럼 떠돌자 더이상 손을 놓고 있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루머의 가장 흔한 진원지는 일명 '지라시'로 불리는 증권가 정보지다. 과거 인터넷 사이트에 종종 등장하던 때와 비교하면 SNS를 통해 보다 광범위하게 유포되면서 추적은 더 어려워졌다. 누구에게나 빠르고 쉽게 공유되는, 사실상 오픈된 공간이면서도 은밀하다. 표적이 되는 순간 누구라도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
배우 황수정은 이 지라시 루머의 가장 억울한 피해자 중 한명으로 꼽힌다. 지난 2013년에 이어 올 초 연예계를 강타한 여배우 성매매 사건의 불똥은 엉뚱하게도 황수정에게 튀었다. 최근에도 강력 법적 대응방침을 밝히고 나섰지만 그는 툭하면 성매매 관련 루머에 휩싸이는 치욕의 고통을 감수해야했다. 그 일과는 어떤 연관성도 없는 황수정의 억울함은 주변사람들이 더 안타까울 정도다.
◆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 vs "연예계는 군불 안 때도 연기나는 곳"
황수정의 주홍글씨는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예진아씨'란 애칭으로 더 잘 알려진 황수정은 시청자들에게 늘 '참신한 여배우'의 상징이었다. 황수정은 MBC 드라마 '허준' 등에 출연한 이후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무렵인 2001년 11월 필로폰 투약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그의 돌연한 구속은 연예가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특히 마약복용과 간통사건이 겹쳐 더욱 충격을 안겼다.
그로부터 무려 16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황수정은 수없이 복귀를 위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번번이 실패로 끝났다. SBS '소금인형' 이후 KBS2 드라마 '참 좋은 시절'에 캐스팅됐다가 번복되는 아픔을 겪었고, 최근에는 대극장 연극으로 활동을 재개하려다 또다시 루머에 휘말리자 포기했다. 그를 브라운관에서 다시 보고 싶어하는 팬들은 그래서 마음이 아프다.
극명하게 명암이 공존하는 연예계만큼 구설과 논란에 휘말리기 쉬운 곳도 없다. 근거 없는 루머는 당사자는 물론 가족, 그를 아끼는 모든 팬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사실무근'임이 밝혀진 뒤에도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억울함을 감수하는 일은 허다하다. 지라시의 역습(逆襲), 흔히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겠느냐'는 생각에 순간 혹하지만 군불을 지피지 않아도 연기가 나는 곳이 바로 연예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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