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강일홍 기자] "어른들이 화투를 가지고 놀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너무 오래 화투 가지고 놀다가 쫄딱 망했습니다."
주말인 28일 부산 벡스코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16 쎄시봉 친구들 콘서트'는 대작 논란 이후 조영남의 첫 공식행사란 점 때문에 관심이 컸습니다. 무대를 서느냐 마느냐로 설왕설래 끝에 예상을 깨고 모습을 드러냈는데요. 700여 명의 관객 앞에서 조영남은 90도로 고개 숙였습니다. 그는 "화투 가지고 놀다 망했다, 다 제 탓"이라고 짤막한 코멘트를 내놓은 뒤 감정이 북받친 듯 눈물을 쏟기도 했습니다. 그리고는 담담히 예정된 노래를 불렀습니다.
지금까지 조영남을 딱 한 마디로 지칭할 만한 단어를 찾는다면 '자유로운 영혼'입니다. 연예계에서 그는 후배들로부터 비교적 존경받는 선배로 꼽힙니다. 그가 때로 돌출적인 행동을 하거나 이해못할 말을 해도 '조영남 스타일'이어서 양해가 되는 일은 허다합니다. 쎄시봉 시절부터 반세기 가까이 이어진 '가수 조영남'의 모습은 변함없이 그대로입니다.
대작논란이 있기 전인 지난 10일에는 윤여정이 주연한 영화 '계춘할망' VIP 시사회에 참석했습니다. 조영남의 느닷없는 방문에 관심이 크게 쏠렸죠. 알다시피 조영남과 윤여정은 애증의 관계입니다. 이날 조영남은 영화를 관람한 후 눈시울을 붉히며 '(윤)여정이가 고생해서 영화를 촬영했구나, 잘 됐으면 좋겠다'는 후기를 남겼습니다. 혹자는 그게 바로 조영남 스타일이라고 말합니다.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가서 축하를 해줘야겠다'고 생각했을 뿐이라는 것이죠.
◆ 논란과 구설에도 꿋꿋...다시 대작논란 일생 일대의 위기
조영남은 매사 복잡하게 고민하지 않습니다. 자유로운 영혼입니다. 가고 싶으면 가고 오고 싶으면 와야 직성이 풀립니다.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그만의 아우라가 있습니다. 때로는 온갖 실언과 실수가 잇따르고 그의 대중적 위상 때문에 엄청난 사회적 파장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친일발언과 미네르바 논란 등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죠.
조영남이 일생일대의 위기를 맞은 것은 다름아닌 대작 논란입니다. 무명화가 송기창 씨가 "지난 2009년부터 7년간 그림을 대신 그려줬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진 파문인데요. 아마도 예술인임을 자부해온 조영남에게 가장 불편하고 껄끄러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미술계에서조차 "위작(가짜그림)이라면 몰라도 대작이란 게 도무지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고 할 만큼 낯설고 생소한 일이 벌어진 것이죠.
핵심은 사기죄 여부인데요. 과연 남의 그림을 내 그림으로 팔아 이득을 봤느냐는 것이죠. 송 씨는 "화랑에 전시 돼 있는 작품 중 상당수는 내가 그려준 그림"이라고 하고, 조영남은 "일부 내 그림을 보조한 것은 맞지만 90% 이상 완성해 제공한 것처럼 말한 부분은 사실과 다르다"고 합니다. 당사자들의 주장이 판이하게 엇갈리는 데다 그림 구매자들의 처벌의사도 중요합니다.
◆ 논란의 핵심은 사기죄 여부, 조영남이 가장 불편하고 힘든 대목
그런데 한가지 흥미로운 대목이 있습니다. 논란의 당사자인 조영남은 물론이고 검찰쪽도 부담이 만만찮다는 것입니다. 결과에 따라 어느 한쪽이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는 분석이죠. 조영남은 이미 '자신의 모든 그림을 직접 그리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대중적 이미지가 완전히 실추됐지만, 법적 판단은 별개이기 때문입니다. 검찰도 입증해야할 부분이 워낙 방대해 자칫 양날의 칼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죠.
송씨의 입장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조영남에 대한 송씨의 감정적 수위인데요. 그는 "돈을 적게 받아서 (내가) 나선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기자에게 제보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원치 않는 일이 벌어져 만신창이다. 지금 너무 괴롭고, 빨리 마무리돼 본업으로 되돌아가고 싶다"고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죠. 적극적인 처벌의사보다는 이번 일로 (조영남과의) 인간적 관계가 비틀어진데 대한 고충을 털어놓은 것입니다.
자타가 공인하는 대중스타는 인지도 못지않게 신뢰와 솔직함을 요구받습니다. 조영남은 화투 소재의 그림을 그리며 화가로 미술계에서 입지를 다진 가수 겸 인기 방송인입니다.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아온 그의 '예인(藝人)' 인생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였습니다. 사건 직후 조영남은 필자와의 단독인터뷰에서 "솔직해서 구설에 오른 적은 있지만 거짓말로 살아본 적은 없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복잡합니다. 과연 어떤 대목이 진실이고 진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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