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부남 ★, 결혼이 싫으면 하지 말지 그러셨어요
[더팩트ㅣ김민지 기자] 최근 SBS '자기야-백년손님'(이하 '자기야')을 보고 있으면 결혼 생각이 싹 달아난다. 물론 장서 간이 가까워지는 프로그램의 주요 내용은 여전히 찡하고 또 큰 웃음을 준다. 문제는 패널로 출연하는 유부남들의 토크다. 이들은 '자기야'에서 자신이 결혼을 해서 얼마나 불행한지를 자랑하고 가부장적인 문화를 그리워한다. 더 큰 문제는 이것이 하나의 유머 코드라 생각하고 즐거워하는 이들의 태도다.
지난 12일 방송된 '자기야'에는 개그맨 김재욱이 게스트로 출연했다. 이날 김재욱은 20살인 아내와 처음 만나 5년을 사귄 후 결혼을 했다고 밝혔다. 결혼 전 김재욱은 그야말로 지극정성이었다. 승무원 시험을 보는 아내를 극진하게 외조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김재욱은 '사랑꾼'으로 남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이후 발언은 실망감을 안겼다. 그는 '승무원 남편이 일탈하는 법'을 상세히 알려주고 아내를 귀찮아하는 듯한 생각을 기저에 깔고 있는 개그를 해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했다.
부부가 합을 맞춰가는 결혼 생활, 행복할리만은 없다. 그러나 이렇게 방송에 나와 공개적으로 '결혼 생활이 다 행복하진 않아요'라는 뉘앙스의 개그를 할 필요가 있을까. 이는 그다지 유쾌한 웃음 소재가 아닌 것은 물론 본인의 배우자 역시 배려하지 못한 태도다. 김재욱의 아내가 이 방송을 보았다면 굉장히 서운하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김재욱의 '불편한' 개그를 '자기야'는 웃음으로 연결했다. 그의 태도는 '얄밉다' 정도로 가벼이 치부됐다. '남편은 아내에게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는 이상한 사상이 개그에 녹아들었음에도 프로그램에서 누구 하나 김재욱을 비판하는 이는 없었다. 여기서 '자기야'의 문제점이 명확히 드러난다.
사실 '자기야'에 출연한 게스트나 패널들의 발언이 논란이 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지난해 방송된 프로그램에서 성대현은 자신의 아내를 화성에 이주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아내와 함께 살기 힘들다'는 뜻이 바탕에 깔린 발언이었다. 김환 아나운서 역시 승무원인 아내가 긴 비행 스케줄을 갔을 때 좋았다고 털어놨다. 게스트들 역시 '자기야'에 나오면 결혼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눈총을 받는다.
물론 본인들은 웃기려는 의도로 한 말이겠지만 보는 시청자들에게는 씁쓸함만 줄 뿐이다. 무엇보다 이들이 '결혼=감옥'이라는 공식을 설정해놓고 결혼 생활을 폄하하는 말을 하는 건 정말 '제 얼굴에 침 뱉기'다. 이럴 거면 결혼을 하지 말지. 서로 아껴주고 사랑해줘도 모자랄 관계에서 남편이 아내를 비하하는 개그는 당연히 많은 이들에게 불편함을 준다. '자기야' 제작진이 이런 토크들을 통해 문제사위들의 캐릭터를 부각하고 싶어하는 것은 알겠으나 그 정도가 과하게 느껴진다. 문제사위들이 주인공이라고 해서 이들의 그릇된 생각을 널리 알릴 필요는 전혀 없지 않나.
'자기야' 제작진과 패널들은 제발 MBC '무한도전' 하하나 tvN '신서유기2' 안재현의 '사랑꾼' 면모를 꼭 한 번 보길 바란다. 하하는 지난 14일 방송된 '무한도전'에서 아내 별과 정용화가 즉석에서 아름다운 하모니를 들려주자 질투심을 숨기지 못했다. 이 '날 것'의 반응은 큰 웃음을 줬고 온라인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안재현 역시 '신서유기2'에서 연인 구혜선에 대한 사랑을 솔직하게 표현해 호감을 샀다. 배우자를 깎아내리지 않고도 얼마든지 재미를 만들 수 있다는 게 증명된 셈이다.
결혼 생활을 무덤이라 말하고 아내를 '악처'로 묘사해 웃음을 주는 지질한 개그가 통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 낡아버린 프레임은 안고 갈수록 짐만 된다. '자기야'는 배우자를 비하하는 개그 코드가 아닌 걸로도 시청자들에게 충분히 즐거움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장서 간의 이야기를 다룬 내용은 이미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지 않나. 부디 '자기야' 팀이 일부로 인해 프로그램 전체를 망치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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