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해어화' 한효주 "하나님께 '정소율'로 살게 해달라 빌었죠"

한층 성숙된 연기를 펼친 한효주. 한효주는 영화 해어화를 통해 기존 작품들과는 다른 매력을 발산했다. /이덕인 기자

"정소율이란 캐릭터가 살아 있는 실존 인물 같은 기분…첫 경험"

[더팩트|권혁기 기자] 데뷔 14년 차 배우가 연기에 있어 하나님까지 찾을 이유가 무엇일까? 얼마나 큰 압박감이 덮쳤을지 가늠이 되질 않았다. 배우 한효주(29)에 대한 이야기다.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오직 그대만'에서 생애 첫 시각장애인 연기를 매끄럽게 소화, 청순 이미지를 벗어버리고 도전한 '반창꼬'와 '감시자들', "역시 멜로퀸"이라는 평을 들은 '뷰티 인사이드'까지 팔색조 연기를 펼친 한효주가 고민하고 또 고민한 작품은 지난 13일 개봉된 '해어화'(감독 박흥식, 제작 더램프)다.

지난 11일 오후 4시, 기나긴 인터뷰 일정 중 가장 마지막 타임에 만난 한효주는 후련해 보였다. 뻑뻑해진 눈의 피로를 덜어주기 위해 안경을 끼고 나타난 한효주, 아직 무대인사 등이 남았지만 이미 영화는 그의 손을 떠났다.

먼저 작품 선택의 이유를 묻자 "보통 시나리오 전체를 보는 편"이라며 "이번에는 배우로서 욕심이 컸다. 밝디밝은 역할만 하다 극적인 연기가 하고 싶었다. '해어화'의 '정소율'이 딱이라는 생각에 출연을 결심했다"고 회상했다.

노인분장 때문에 잠도 자지 못했어요. 배우 한효주가 첫 노인분장에 대한 압박감을 털어 놓았다. /이덕인 기자

'해어화'는 1943년 경성 제일의 마지막 기생학교 '대성권번'을 배경으로, 대표 예인 정소율(아역 김수안 분/한효주 분)과 아버지가 진 빚 때문에 권번으로 들어온 연희(아역 방유설 분/천우희 분)가 당대 최고의 작곡가 김윤우(유연석 분)를 사이에 두고 사랑, 그리고 노래에 대한 인정을 받기 위해 변해가는 모습을 담은 영화다.

한효주는 "감정연기가 힘들고 괴롭기는 했지만 촬영 준비 기간부터 크랭크인까지 감정을 쌓아갈 수 있는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연기에 도움이 많이 됐다. 소율의 감정을 따라가니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도 없었다"고 말했다.

처음으로 노인분장에 도전한 한효주는 "아무래도 노인 분량이 가장 어려웠다"고 말문을 열었다.

"잠도 잘 자지 못했어요. 분장을 하고 대사를 하기 직전까지도 체한 것 같았어요. 촬영 기간 중 제일 마지막 날, 마지막 촬영이라 더 그랬을지도 모르죠.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엄청났어요. 첫 테이크에서 연기가 안돼 화장실에 가서 기도를 했어요. 하나님께 '몇 시간만 소율이가 되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했어요. 촬영이 끝나자 마음이 아주 편해지더라고요. 긴 여정의 끝이 났다는 느낌이었어요. 그만큼 많이 빠져 있었나 봐요. 배우로서 처음 겪어보는 느낌이었어요. 마치 정소율이 실존하는 기분이 들어 정말 신기했어요. 소름이 돋기도 했죠."

천우희, 바로 끓어오르는 배우. 한효주가 천우희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효주 역시 해어화를 통해 한층 성숙된 연기를 뽐냈다. /이덕인 기자

노인 정소율의 마지막 상대는 배우 김영민이었다. 독립영화 '아주 특별한 손님'에서 남녀 주인공으로 만난 적이 있는 한효주는 김영민에 대해 "하나도 변한 게 없더라. 그래서 제가 '오빠는 뱀파이어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말해 웃음을 유발했다.

김영민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들 역시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다. 천우희와 유연석은 '뷰티 인사이드'에 함께 출연했다. 유연석은 '해어화'에서 해맑은 소율에서, 제일 친한 동무에게 정인(情人)을 빼앗긴 후 악에 받친 소율까지 연기한 한효주에게 "'뷰티 인사이드'에서는 그저 참한 여성이었는데 지금은 180도 달라져 놀랐다"고 말했다는 후문.

한효주는 천우희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먼저 "예전에는 연기 경험이 부족해 제 경험을 끌어다 쓴 기억이 많다"며 "눈물 흘리는 연기를 할 때는 제가 살면서 제일 힘들었을 때를 떠올렸는데 이번에는 '정소율이라는 캐릭터는 어땠을까'라고 고민하면서 연기를 했다. 작품들을 거치다 보니 그게 더 편하더라"라고 운을 뗐다.

"그래서 (천)우희가 부러웠어요. 우희는 현장에서 '스스로 달구는 시간' 없이 한번에 확 올라오더라고요. 그래서 당황스럽기도 했어요. 눈앞에서 바로 보니까요. 감독님이 '슛' 전에 3, 2, 1을 외치는데 우희는 2까지 웃고 있다가 바로 연기를 하니까요."

영화란 종합예술. 한효주가 영화에 참여하면서 느낀 감정, 솔직한 심정을 고백해 눈길을 끌었다. /이덕인 기자

천우희 못지 않게 감정연기로 관객들의 마음을 훔친 한효주는 "해보지 못한 역할에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아주 센 캐릭터도 재미있을 것 같다. 저도 할 수 있다"면서 "시나리오가 좋고 캐릭터가 매력적이라면 무조건 오케이"라고 덧붙였다.

"작품을 하면 할수록 좋았고 값진 시간이었다고 생각해요. 제가 영화를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벅찬 감동이 있을 때도 있죠. 골을 향해 달려가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이 뭉쳐 퍼즐을 맞춰가는 과정 같아요. 퍼즐이 맞아 떨어질 때 느끼는 쾌감, 영화는 종합예술이라는 게 가슴에 와 닿아요. 감독부터 스태프, 배우, 그 누구 하나 빠져서는 안 된다는 걸 느끼죠."

한효주가 '해어화'에서 한층 성숙한 연기를 펼친 이유를 알 것 같은 대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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