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씨네리뷰] 스포츠에서 '4등'한 선수 혹시 아시나요?

4등이 어때서요? 영화 4등이 체육계에 잔존하는 체벌을 정면으로 다뤘다. /영화 4등 포스터

인터넷 뉴스 한줄 없어…

[더팩트|권혁기 기자] 흔히 스포츠에서는 1등만 기억한다고 얘기한다. 2등은 그냥 2등이고, 1등의 이름만 기억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4등은 어떨까?

예컨대 지난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1500m 4등은 누구인지 아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기사를 검색해봐도 4등에 대한 보도는 눈을 씻고 봐도 없다. 동메달을 목에 건 러시아 귀화 선수 안현수에 대한 보도만 있을 뿐이다.

'해피 엔드' '은교'를 연출한 정지우 감독의 신작 '4등'(제작 정지우 필름, 국가인권위원회)은 제목 그대로 4등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비공식이지만 수영 국가대표로 연습 때마다 한국신기록을 몇 초씩 앞당겼던 광수(아역 정가람 분)는 타고난 천재였다. 수영뿐 아니라 술도 쎄 학생 신분으로 스포츠전문기자 영훈(최무성 분)과 글래스로 대작을 해도 끄떡이 없었다. 거기다 도박에도 능해 고향 마을 어른들과 노름에서 몇 백만원씩 따기도 했다.

태릉 선수촌 박 감독(유재명 분)은 도박 때문에 몇 날 며칠을 입소하지 않은 광수에게 화가 나 매질을 했다. 광수는 박 감독의 매질에 분을 이기지 못하고 선수촌을 뛰쳐 나왔다. 광수는 영훈에게 "억울해서 그럽니다. 기사 좀 내주십시오. 아시안게임 자신있었습니다"라고 기사를 내달라고 부탁했지만, 영훈은 "네가 맞을 짓을 해서 그런 게 아니냐"고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맞으면 더 잘하나? 영화 4등이 체육계에 잔존하는 체벌을 정면으로 다뤘다. /영화 4등 포스터

영훈의 아들 준호(유재상 분)는 수영을 정말로 사랑했다. 그러나 만년 4등인 준호는 입상 메달만 있을 뿐, 금·은·동메달이 없었다. 준호의 엄마 정애(이항나 분)는 한마디로 극성이다. "취미로 하라"는 영훈의 말에 정애는 "어떻게 취미로 하냐. 나는 준호가 맞는 것보다 4등을 하는 게 더 무섭다"고 말할 정도다.

정애는 준호를 1등으로 만들기 위해 다니지 않던 교회에까지 발을 들였다. 교회 권사 중 한 명이 아들을 1등 수영선수로 만들었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 교회에 성금도 많이 하면서 끈질기게 알아낸 결과 정애는 광수의 존재를 알게 됐다.

비공식 코치로 활동하는 광수(박해준 분)는 정애에게 "메달 반드시 따게 해주겠다. 대신에 훈련 방식에 대해서 말해서는 안된다"면서 훈련기간동안 수영장에도 찾아오지 못하게 했다.

처음에는 수영을 시키지도 않고 그저 PC방만 다니던 광수는 "수영을 하고 싶다"는 준호의 말에 자신을 가르친 학교 선생이자 구립 체육관장(남문철 분)에게 부탁해 새벽 시간에만 수영장을 쓰기로 했다. 준호의 천재적인 재능을 한눈에 알아본 광수는 열정적으로 코치하지만, 자신이 수영을 그만둔 이유인 '체벌'을 그대로 활용했다.

이후 준호는 '거의 1등'으로 결승선을 통과,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정애는 준호가 체벌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지만 묵인했고, 아빠 영훈은 분노했다.

영훈은 광수를 찾아가 돈봉투를 주며 "내 아들 또 때렸다가는 신문에서 당신 기사 보게 될 겁니다"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광수는 여전히 준호를 때리려고 했고, 준호는 광수를 피해 영훈이 일하는 신문사로 도망갔다. 준호는 영훈에게 "수영 그만둘래"라고 말했고 영훈은 정애에게 "준호 수영 그만둬"라고 말했다.

정애는 준호에게 "정말이야? 진짜야? 우리 열심히 했잖아. 우리 메달 따기로 했잖아. 말해봐. 아빠가 그러래?"라고 물었고 준호는 "맞기 싫어"라고 짧게 답했다.

그러자 정애는 준호를 때리며 "누구 마음대로 그만두냐. 엄마가 더 열심히 했는데 왜 네가 그만두냐"라고 소리쳤다. 수영을 '좋아만'하고 싶어하는 아들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는 엄마와, 그런 엄마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는 아들. 그런 준호를 보며 예전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는 광수. '4등'은 있을 법한 일을 영화로 만든 게 아니라 바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담아냈다.

1등 같은 2등! 영화 4등이 체육계에 잔존하는 체벌을 정면으로 다뤘다. /영화 4등 포스터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돋보인다. 대학로에서 유명한 배우인 이항나는 '극성 엄마'를 메소드 연기로 풀어냈다. 관객들이 "우리 엄마 같다"고 느낄 수 있을 정도다.

박해준 역시 비운의 수영 천재 광수로 완벽하게 분했다. '화차'와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에서 보여준 카리스마는 여전했다. 최무성 역시 말이 필요없는 연기를 펼쳤다. 케이블 채널 tvN '응답하라 1988'에서 별난 아버지를 연기했다면, '4등'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아빠를 연기했다.

실제 수영 선수 출신인 유재상은 '4등'의 숨은 공신이나 마찬가지이다. 2003년생으로 올해 만 12세인 유재상은 앞날을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다.

'4등'이 사회에 던지는 화두는 분명하다. '선후배간 위계질서를 중요시하는 문화 속에서 빈번하게 벌어지는 체벌이 과연 옳은 일인가?' 실제로 신문 사회면을 보면 되물림되는 학교폭력이 여전함을 알 수 있다. 지나친 관습과 체벌행위가 잔재하다.

월드비전 친선대사 김혜자는 저서를 통해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고 말했다. 어떤 일이든 체벌이 정당화될 수 없다. 맞는다고 운동을 더 잘하지 않는다. 오는 13일 개봉된다.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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