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그런거야' 뒷심을 부탁해
[더팩트 | 김경민 기자] '김수현 작가 손은 약손'이란 흥행 공식은 옛말이 된 걸까.
SBS '그래 그런거야'가 주말극 대결에서 영 힘쓰지 못하는 모양새다. 가족극의 대가 김수현 작가가 나섰지만 14회 동안 평균 시청률 7.7%로 한 자릿수에 머물며 아쉬운 성적을 내고 있다.
2일 오후 방송된 '그래 그런거야' 15회는 시청률 8.6%(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지난달 27일 방송된 '그래 그런거야' 14회는 시청률 10.1%를 기록했다. 두 자릿수 벽을 넘어섰지만 같은 시간대 경쟁작인 MBC '가화만사성' 시청률 14.4%과는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그래 그런거야'가 '가화만사성'보다 2주 빨리 출발한 것을 고려하면 후발주자에게 꾸준히 10%대 시청률을 내주고 있는 셈이다.
김수현 작가는 여전히 이름만으로 방송가를 흔들만한 영향력을 지닌 스타작가다. 그의 신작 '그래 그런거야' 역시 방송 전부터 화제였다. 정작 뚜껑을 열고 나니 기대치를 충족하기엔 부족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그래 그런거야'는 일명 '김수현 사단'으로 불리는 배우들의 라인업, 문어체의 대사와 연극톤 연기, 3대에 걸친 대가족 이야기 등 김수현 작가만의 특징이 모두 담고 있다. 사회를 향한 메시지를 대사에 담아낸 것도, 사회적 문제들이 가족이라는 울타리 내에서 해소되는 양상도 익숙하다.
김수현 작가의 가족극 중 비교적 현대시대에 방송된 KBS2 '부모님 전상서'나 '엄마가 뿔났다'와 크게 다르지 않으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벌써 20년 넘게 안정적인 시청률을 얻으며 유지되던 김수현 작가의 색깔이 이제 와서, 유독 '그래 그런거야'로는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으니 이상한 노릇이다.
'그래 그런거야'에는 취업준비생, 맞벌이 젊은 부부의 육아 고민, 반전세로 시작해야하는 신혼에 결혼을 머뭇거리는 커플 등 현 시대의 문제점들이 하나씩 배치돼 있다. 그런데도 대가족이라는 배경 자체가 어느덧 현실과는 동떨어진 거리감을 준다. 가족극에 매료되던 때와는 또 시간이 많이 흐른 탓이다.
물론 김 작가의 작품은 뒷심을 발휘했던 경우가 많았다. '그래 그런거야' 전작인 SBS '세 번 결혼하는 여자'만 봐도 마지막 40회에서야 17.2%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고, JTBC '무자식 상팔자' 또한 첫회 시청률 1.6%에서 시작해 8.5%로 끝을 맺었다.
반면 '그래 그런거야'는 아직 발단 단계이기 때문인지 조금의 오차도 없이 자로 잰 듯한 갈등과 해소의 반복으로 평범하게 머물러 있다. 김 작가만의 현실적이지만 특별했던 고유의 소재가 두드러지지 않아 아쉬움을 자아낸다.
요즘 드라마 시청률에서 좀처럼 '대박'을 볼 수 없는 추세이긴 하지만, 주말 드라마는 엄연히 다른 분류였다. 주말 오후 시간대 폭넓은 연령층, 특히 고정적인 중장년층 시청자를 타깃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지지를 얻을 수 있는 게 특징이었다. 하지만 케이블 채널과 종합 편성 채널에서 금토드라마를 편성해 밀고 있어 지상파의 위엄도 떨어진 상황이니 적색 경보등이 켜졌다.
'그래 그런거야'가 앞으로 남은 이야기에선 숨겨둔 필살기를 꺼내 김수현 작가의 전유물 그 이상의 반전 성적표를 받을지 눈과 귀가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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