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맨과 슈퍼맨, 각자의 정의보다 더 중요한 인류애
* 이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더팩트ㅣ김민지 기자]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감독 잭 스나이더, 이하 '배트맨 대 슈퍼맨')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는 것은 배트맨(브루스 웨인/벤 에플렉 분)과 슈퍼맨(클락 켄트/헨리 카빌 분)의 격돌이다. 두 히어로의 대결은 카툰과 몇몇 영화에 장치로 등장한 적은 있지만 이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배트맨 대 슈퍼맨'이 처음이다. 인간과 신의 대결, 그것도 추앙받는 두 슈퍼 히어로의 대결은 그 자체로 관객들에게 흥미진진하게 다가온다.
실제 초반에는 두 슈퍼 히어로가 갈등하는 계기와 그 과정을 그리는데 집중한다. 영화에서 배트맨은 슈퍼맨에게 적대감을 가진 것으로 묘사된다. 앞서 벌어진 슈퍼맨과 조드 장군의 전투 '블랙 제로' 사건이 수많은 희생자를 남기면서 배트맨이 분노에 휩싸인 다. 그동안 '선의의 결정체'로 여겨졌던 슈퍼맨을 배트맨이 의심하기 시작하면서 미묘한 균열이 발생한다.
슈퍼맨을 의심하는 것은 배트맨뿐만이 아니다. 그가 벌인 사건으로 인해 희생자들이 발생하자 이는 국가적인 논쟁으로 발전하고 슈퍼맨 자신 역시 괴로워하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한다. 그가 추구하는 정의와 그가 행한 '선'이 과연 옳기만 한 것일까에 대한 의문을 던지며 영화는 시작된다.
여기에서 중요하게 등장하는 인물이 바로 악당 렉스 루터(제시 아이젠버그 분)다. 그 누구보다 강력한 힘을 원하는 루터는 슈퍼맨을 쓰러뜨릴 수 있는 자신만의 무기를 개발하는데 공을 들인다. 또 한 편으로는 배트맨과 슈퍼맨의 싸움을 부추기려 그들의 트라우마 혹은 '아킬레스건'을 자극하고 둘 사이를 이간질하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배트맨의 의심에 루터의 이간질이 더해져 결국 두 히어로는 피할 수 없는 대결을 벌인다. 어머니를 구해야만 하는 슈퍼맨과 '인류에게 위험한 존재인' 슈퍼맨을 없애려는 배트맨은 치열하게 싸운다. 각자의 신념 혹은 정의를 내세운 대립이기에 더 팽팽하다. 이 과정에서 슈퍼맨은 막강한 괴력으로 배트맨을 누르지만 상대 역시 당하지만은 않는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 이어지는 숨 쉴 틈 없는 액션이 보는 이들을 정신없이 몰아붙인다. 영화 전반부의 가장 큰 볼거리가 바로 이 장면이다.
어느 한쪽이 죽어야 끝날 것으로 예고됐던 이 싸움이 멈추는 계기는 바로 '인류애'다. 두 사람의 대결에서 배트맨에게로 승기가 기울자 슈퍼맨은 그에게 어머니 마사(다이안 레인 분)를 루터에게서 구해달라고 부탁한다. 이에 배트맨의 눈빛이 흔들린다. 마사는 바로 배트맨 어머니의 이름이기도 하기 때문. 가족을 사랑하는 슈퍼맨의 마음을 안 배트맨은 오해를 풀고 두 히어로는 '마사의 구출', 더 나아가 인류를 위기에서 구하는 공동 목표를 가지고 이를 향해 함께 나아간다. 사람을 사랑하는 두 히어로의 마음 덕분에 어제의 적이 최고의 동료가 된 셈이다.
이후 배트맨과 슈퍼맨은 공동의 적인 루터와 악의 상징인 둠스데이를 무너뜨리는데 총력을 기울인다.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치열한 고민의 과정을 보여준 영화는 후반부에서 '인류애'가 최고의 가치이며 이를 위해 평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암시한다. 암적인 존재를 없애 도시를 지키려는 배트맨도, 사랑하는 사람을 보호하고픈 슈퍼맨도 이에 동의한다. 심지어는 원더우먼까지 이들의 생각에 공감하고 둠스데이와 벌이는 대결에 합류한다.
'배트맨 대 슈퍼맨'은 돌고 돌아 결국 히어로물의 기본 주제인 '세계 평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영화는 이를 1차원적으로 그려내지 않고 여러 캐릭터들의 철학적 고민을 통해 더 입체적으로 표현한다. 캐릭터들 역시 더 '인간적'으로 느껴진다(심지어 외계인인 슈퍼맨마저도!). 이에 이야기는 지루하지 않고 흥미진진하게 흘러간다. 그러면서도 무엇보다 평화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긴 덕에 영화는 '저스티스 리그' 프리퀄의 역할 역시 제대로 해냈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다. 정의에 대한 히어로들의 고민과 서로 간의 갈등이 일어나는 전반부에 비해 예상 가능하게 이야기가 흘러가는 후반부는 관객에 따라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럼에도 배트맨과 슈퍼맨의 대결이라는 흥미진진한 소재와 다채로운 캐릭터들의 매력, 신 스틸러 원더우먼의 등장은 영화를 볼 충분한 이유가 된다.
이번 달 극장가 최고의 화제작인 '배트맨 대 슈퍼맨'은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51분이다. 24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