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강일홍 기자] 인간 최고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바둑 대결이 15일 오후 1시 마지막 5국을 앞두고 또 다시 전세계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5전 3선승제로 이미 승패는 갈렸지만 지난 13일 이 9단이 4국을 극적으로 이기면서 '인간이 넘을 수 없는 벽'으로 여겨졌던 AI에 대한 한계를 극복한 덕분이다.
"이세돌 9단이 드디어 4국에서 알파고의 허점을 찾았습니다. 빈틈없는 인간의 응수에 컴퓨터가 실수를 하고 엇박자를 낸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은 인류에게 커다란 희망이죠. 때문에 이번에는 아예 사람과 두듯이 침착하게 자기 페이스를 지킨다면 5국은 필승이라는 확신입니다."
연예계의 바둑 1인자로 불리는 엄용수가 이세돌-알파고의 5국을 이렇게 전망했다. 엄용수는 한국기원이 인정하는 아마 공인 7단의 연예인 바둑 고수다. 4국이 진행되는 동안 YTN과 채널A 뉴스프로그램에 출연해 해박한 바둑 지식과 깊이있는 해설로 주목을 받은 엄용수를 <더팩트>가 직접 만났다. 평소 바둑인으로서 깊은 자부심을 갖고 있는 그를 통해 이번 '이세돌-알파고 5번기' 바라보는 소감과 함께 최종 대국을 전망해본다.
-지금 가장 큰 관심사가 5국의 승패다. 마지막 대국을 어떻게 보나.
5국은 80% 이상 이세돌 9단의 승리를 장담한다. 4국을 이김으로써 컴퓨터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났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알파고에게 단점도 있다는걸 알았으니 평소 실력대로만 침착하게 둔다면 5국은 필승이다.
-이세돌 9단이 4국을 이긴 뒤 엄청난 찬사와 환호를 받았다.
내리 3국을 지고 나서 전세계인들이 절망했다. 인간만이 갖고 있는 감성과 창의성이 인공지능한테 무너지는걸 봤기 때문이다. 바둑을 모르는 분들조차 엄청난 충격이었을 것이다. 그 점에서 보면 4국 승리는 승패를 떠나 안도의 가슴 찡한 한판이었다.
-인간 첫승의 4국에 대한 의미를 부여한다면.
1~3국에서 진 뒤 모두가 '또 질 것'이라는 좌절감에 싸였다. 작년 9월에 유럽 바둑 챔피언 판후이도 알파고한테 5대0으로 졌다. 그 사이 알파고는 더 진화했고 그런 상황에서 이세돌의 4국 승리는 전체 승패를 떠나 너무나 값지다.
-그동안 승률로만 보면 5번국에서는 알파고가 이길 가능성이 많지 않나
그건 인간과 인간, 또는 기계와 기계의 대결에서나 비교대상이다. 특수한 상황이니만큼 굳이 승률을 따질 필요는 없다. 지금부터 앞에 둔 세 판은 없는 셈 치면 된다. 4국 이후의 상황은 매우 유리한 국면이다. 알파고가 이미 입력된 자료를 가지고 그때 그때 분석을 통해 자체배양능력을 갖고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4국에서 봤듯이 인간의 창의적인 묘수에는 쉽게 대처하지 못했다.
-룰이 공정하다고 생각하나.
여러가지 기준을 만들어 최대한 객관적 잣대를 만들었다고 본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불공정하게 느끼는 부분도 많다. 알파고한테는 1200대의 컴퓨터 훈수꾼이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시간제한 룰도 기계와 인간에게 똑같이 적용하는건 무리가 있다. 인간이 아무리 산술 능력이 뛰어나고 이세돌이 끝내기 계가의 대가라도 기계와 시간싸움을 할 수 있겠는가.
-바둑에 대한 관심도가 엄청나게 뜨거워졌다. 바둑인으로서 개인적 견해가 있다면.
대한민국은 전통적으로 바둑 강국이다. 동양 3국(한중일) 프로기사들 중에도 한국 기사들의 실력은 특출하다. 인류가 발달하고 모든게 컴퓨터화 되면서 아날로그형 바둑이 시들해졌는데 컴퓨터인 알파고와의 대결로 다시 바둑이 이슈가 됐다는 사실은 정말 아이러니하다. 바둑을 몰랐던 분들도 아마 이번 빅 이슈로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두뇌게임인 바둑을 배우면 평생을 즐겁게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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