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인더트랩' 제작진, 원작 속 유정 캐릭터 매력 못 살려
[더팩트ㅣ김민지 기자] 웹툰 '치즈인더트랩'의 최고 '매력남'이었던 유정이 tvN 월화드라마 '치즈인더트랩'(극본 김남희 고선희 전영신, 연출 이윤정)에서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배우 박해진의 연기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문제는 드라마에서 캐릭터를 그려내는 방식이다. 제작진이 유정이라는 캐릭터의 서사를 제대로 다루고나 있는지 의문이다.
극에서는 유정의 감정선이 세밀하게 그려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분량마저 적다. 이에 몇몇 시청자들은 '유정이 주인공 맞냐'고 볼멘소리도 낸다. 물론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주인공이어도 분량이 적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치즈인더트랩'이 비판을 받는 것은 유정의 심리를 충분히 묘사해줘야 하는 장면에서도 이를 흐지부지 넘겨 캐릭터가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도록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드라마에서 유정의 감정선은 명확히 보이지 않는다. 그가 극의 화자가 아닌 것을 감안하더라도 확실히 불친절하다. 아무리 속을 알 수 없는 인물이어도 캐릭터의 행동에 대해 어느 정도 납득하고 공감할 만한 단서는 있어야 하는데 유정의 숨겨진 이야기는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 그렇기에 백인호에게 민감하게 굴고 홍설(김고은 분)과 부딪치는 부분에서 유정은 지나치게 예민한 인물로 보였다.
유정이 백인호에게 날을 세우는 이유는 지난 16일 방송된 12회가 돼서야 알려졌다. 유정은 백인호가 자신의 험담을 하고 아버지가 백인호와 백인하(이성경 분)를 통해 자신을 감시하려 해 심한 배신감을 느꼈다. 그가 백인호와 관련한 일에 불필요할만큼 예민했던 이유였던 셈이다.
그러나 이 한 장면만으로 유정이라는 인물에 대해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다. 캐릭터 자체가 굉장히 복잡한 심리상태를 지닌데다 시청자들이 보기에 유정이 한 행동 가운데 좀처럼 납득되지 부분도 있다. '유정이 과거에 믿었던 이에게 아픔을 지닌 경험이 있다'로 모든 상황을 설명하려 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그럼에도 '치즈인더트랩'에서는 과거 일화 하나를 통해 남자 주인공의 감정선을 모두 설명하려는 욕심을 부리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박해진이 뛰어난 연기력으로 개연성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박해진은 유정이라는 인물을 이해하고 짧은 분량 안에서 그의 감정을 보여주려 노력한다. 만나기만하면 싸우는 것 같은 '정설(유정+홍설) 커플'이 계속 사귀어도 이상하지 않은 것은 유정이 항상 홍설을 꿀 떨어질 듯한 눈빛을 보여서다. 또 화를 내는 게 이해가 되지 않을 때도 유정의 복잡한 심리를 표현하는 박해진의 연기만은 자연스럽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배우의 연기력으로 캐릭터의 매력을 모두 메우기에는 한계가 있다. 연출과 대본이 뒷받침됐을 때 배우의 연기력은 무한대의 빛을 발한다.
차리리 유정에 대해 온전히 이해하고 싶다면 드라마보다 원작 웹툰을 보기를 추천한다. 웹툰에는 유정이 사람들 앞에서 가면을 쓰고 백인호에게 차갑게 굴 수밖에 없는 이유가 모두 나타나 있다. 유정을 이해하려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는 시청자 각자의 선택이다. '제작진이 불친절하니 아쉬운 사람이 우물을 파야하는 상황'을 바라보는 시청자 입장에서는 이래저래 불편하고 피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