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강일홍 기자] 최성수(55)는 '풀잎 사랑', '동행', '남남', '기쁜 우리 사랑은' 등 주옥 같은 히트곡을 내면서 80~90년대 인기를 누린 대중가수다. 감미로운 목소리와 함께 수줍은 듯 짓는 싱그런 미소 덕분에 유독 여성팬들이 많았다. 그가 아내 박영미(52)씨를 만난 사연과 러브스토리도 매우 로맨틱하다. 결혼에 한 번 실패한 뒤 이룬 박 씨와 인연은 만남부터 데이트, 그리고 결혼까지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다.
90년대 후반 미국 유학 중이던 최성수는 우연히 국내 라디오프로그램과 전화로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이때 청취자 중 한 명이던 박 씨가 최성수의 진솔한 얘기를 듣고는 수소문 끝에 연락을 취했다. 당시 최성수는 버클리 음대에서 뮤지컬을 공부하고 있던 중이었고, 스포츠 의류업체를 운영하던 박 씨는 남편과 사별하고 두 아이를 키우는 '돌싱녀' 사업가였다. 훗날 최성수는 필자와 사적 만남에서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한 적이 있다.
"모르는 사람이 대뜸 전화를 걸어 '당신을 좋아하는 팬'이라고 말하더군요. 이례적인 일이죠. 당돌하기도 하고요. 근데 저는 이상하게도 (그분의 전화가)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더라고요. 제가 당시 가수활동을 중단하고 해외 유학중이어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국내 여성팬의 칭찬이 싫지는 않았죠. 그렇게 시작이 됐는데 나중에는 거의 매일 통화를 하게 됐어요. 제가 전화를 걸면 '당신은 돈 없는 유학생이니 제가 다시 하죠'라며 끊고 다시 걸어주곤 했고요."
국제전화로 연결된 두 사람의 사랑은 4개월 여에 걸쳐 이어졌고, 그해 연말 크리스마스 때 박 씨가 비즈니스차 미국을 건너가면서 보스톤 공항에서 첫 만남을 가졌다. 미국 출장은 핑계였지만 이후 서울과 미국을 오가며 그들의 만남은 강렬한 사랑으로 깊어갔다. 이미 두 사람에게는 한 차례 결혼의 실패도, 두 아이도 장애가 되지 않았다. 이듬해 2월14일 밸런타인데이에 두 사람은 보스턴의 한 성당에서 조촐한 결혼식을 치른다. 그리고 결혼 4년 만인 2002년 세 차례의 인공수정 끝에 늦둥이 동현 군을 얻으며 완벽한 사랑의 결실을 완성한다.
◆ 최성수 아내 박영미씨, '인순이 탈세 고발 왜 했을까' 의구심
호사다마(好事多魔)라던가. 이런 최성수의 행복한 가정에 마(魔)가 끼어들었다. 동료가수 인순이와의 긴 '악연' 때문인데 최근 최성수는 아내 박영미 씨가 가수 인순이(59)를 세금 탈루 및 탈세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다시 이슈의 중심에 섰다. 원래 최성수와 인순이는 가요계에서도 소문난 절친이다. 재혼한 이후에는 부부끼리 자주 어울리며 믿음과 신뢰를 쌓았다. 이후 사업가인 박 씨가 인순이에게 투자 등의 자문을 하며 스스럼없는 관계로 발전했지만, 결국 돈 때문에 금이 가고 말았다.
박씨는 인순이가 2005년 6월 22일부터 2007년 11월 23일까지 약 2년동안 약 40억원을 차명 계좌로 받거나 현금으로 받아 세금을 탈루하고 이자소득 26억원을 탈세했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구체적 증빙내용까지 제출해놓은 상태다. 박 씨가 공개적으로 '확실한 물증을 갖고 있다'는 주장이고 보면 쌍방이 이미 금전문제로 법정소송 중인 상태에서 무고죄의 역풍을 감수해가며 무리수를 두지는 않았을거라는 분석도 있다. 박씨가 느닷없이 탈세 고발을 왜 했을까 싶지만, 인과관계가 없는 다툼이 있을리 없다.
앞서 인순이는 지난 2011년 박씨가 서울 흑석동 마크힐스 빌라 사업에 투자할 원금 50억원과 투자 수익금 26억 원(합계 76억원)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박씨를 사기혐의로 고소한 바 있다. 인순이는 또 대물변제로 받은 그림을 본인 승낙 없이 모 갤러리에 담보로 맡겨 횡령했다고 주장, 이 부분에 대해서도 박 씨를 고소했다. 이후 박씨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지만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지난 1월 말 항소심에서 기각되자 다시 대법원에 상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 밤무대 출연 가수와 개그맨 등 연예인 세무조사, 수백억 추징
도대체 최성수의 아내 박씨와 인순이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사건의 발단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측근들에 따르면 박씨와 인순이는 통장거래를 트고 지내는 막역한 관계였다. 인순이가 박씨의 통장을 빌려쓰는 소위 차명계좌를 활용할 만큼 가까웠다. 당시는 연예인 출연 나이트클럽이 활황이던 시기이고, 인순이의 수입은 밤 무대 출연 회당 개런티 2000만원의 '스페셜 A 등급'이었다. 그 무렵 높은 인기를 구가하던 가수 장윤정조차도 1000만원이던 것과 비교하면 인순이의 폭발적 주가가 어느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이번 사건에 등장하는 세금탈루 문제는 또 국세청이 지난 2008년 밤무대 출연 연예인들을 대상으로 단행한 대대적인 탈세조사와 무관하지 않다. 국세청은 가수와 개그맨, 밤무대에 자주 출연하던 배우들까지 무자료 거래 자금 등을 파악해 무려 200여 명의 연예인들로부터 신고누락 부분에 대한 가산세금 수백억원을 추징한다. 당시 가장 잘 나가던 인기 트로트 가수 중 인순이 남진 장윤정 주현미 등은 8억~10억 원의 세금을 납부했다. 연간 수익이 수십억 원에 이르던 몇몇 가수들 중에는 가족과 친한 지인들의 이름을 빌려 10여개의 차명통장을 이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와 인순이의 관계는 이후 투자금 회수 문제로 갈등을 빚으며 금이 가기 시작했고 급기야 인순이가 박씨를 사기혐의로 고소하면서 돈독했던 최성수와 인순이도 사이도 갈라졌다. 항간에는 인순이의 금전문제를 가장 잘 알고 있는 박 씨가 두 사람의 마지막 보루였던 탈세 문제까지 언급하게 된 것은 이런 피치못할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인순이에 대한 박씨의 고발이 보복성이든 아니든 중요치 않다. 안타까운 것은 한때 최성수와 인순이의 애틋했던 사이가 돈을 사이에 두고 악연으로 막을 내렸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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