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영의 펜질팬질] SMAP은 말했죠, '넘버원' 아닌 '온리원' 되라고

일본 그룹 SMAP의 앨범 드링크! 스맙! 표지. 이 앨범의 타이틀 곡인 세카이니히토츠다케노하나(세상에 하나뿐인 꽃)는 발매 14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많은 일본인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정진영 기자

'해체 위기 극복' SMAP, 짐 내려놓고 행복 찾길

[더팩트ㅣ정진영 기자] '해체 위기'로 아시아를 들었다놨다한 일본의 톱 아이돌 그룹 SMAP이 제자리를 찾았다. 4인 탈퇴로 위기에 직면했던 그룹은 다시 안정을 찾은 모양새다.

팬들에게는 악몽 같던 6일이었다. 처음 해체 논란이 불거진 건 지난 13일이다. 데뷔 때부터 함께한 매니저 이이지마 미치가 SMAP의 소속사인 쟈니스사무소를 퇴직하며 리더인 나카이 마사히로를 비롯해 이나가키 고로와 '초난강'이라는 이름으로 국내에서 유명한 쿠사나기 츠요시, 막내 카토리 싱고 등이 미치를 따라 사무소를 나갈 뜻을 밝히면서다.

이례적으로 쟈니스사무소는 SMAP이 해체 위기에 직면했음을 솔직하게 인정했고, 이후 소속사 잔류를 결정했던 멤버 기무라 타쿠야의 중재로 4명은 회사와 극적으로 타협했다. 이들은 18일 자신들이 진행하는 일본 후지TV의 간판 예능 프로그램 '스마스마'에서 논란을 일으킨 점에 대해 사과했다.

SMAP의 멤버 기무라 타쿠야. 그의 중재로 다른 4명의 멤버들과 소속사는 타협점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팩트DB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갈등이 봉합되기까지 일본은 물론 아시아 전체가 들썩였다. 그도 그럴 것이 SMAP은 지난 1991년 데뷔한 이래 줄곧 일본에서 최고의 지위를 지켜온 톱 아이돌 그룹이다. 데뷔 25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일본 내에서 SMAP의 아성을 넘볼 그룹은 없다. 오리콘 장기 1위 집권으로 '괴물꽃'이라 불리는 세 곡의 노래 가운데 한 곡이 바로 SMAP의 '세카이니히토츠다케노하나'(세상에 하나뿐인 꽃)다. (다른 두 곡은 나카시마 미카의 '유키노하나'(눈의 꽃)와 모리야마 나오타로의 '사쿠라'다.)

'그래, 우리들은 세상에 하나 뿐인 꽃이에요. 한 사람, 한 사람이 다른 씨앗을 갖고 있죠. 우린 그 꽃을 피우는 일에만 최선을 다하면 돼요.'

이 노래를 처음 들은 건 약 10년 전이다. 일본에서 홈스테이를 할 때 가족들과 노래방에 갔다. 그때 친구 아빠가 이 노래를 불렀다. 폭발적인 가창력은 아니었지만 한 구절, 한 구절 목청껏 부르는 모습이 인상 깊어 가사를 유심히 들었다.

SMAP의 앨범 드링크! 스맙!에 수록된 가사집. 세상에 하나뿐인 꽃은 경쟁보다 자신이 가진 씨앗을 꽃피우는 데 힘쓰자는 가사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정진영 기자

'세상에 하나뿐인 꽃'은 제목 그대로의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 모두는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꽃이며, 그렇기에 누가 제일 예쁜지 누가 제일 잘났는지를 비교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넘버원이 되지 않아도 좋아요. 원래부터 특별한 온리원'이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이 노래는 시종일관 따뜻한 시선으로 전개된다. 늘 남들과 자신을 비교하고 앞서나가기 위해 이를 악무는 경쟁사회를 사는 현대인들에게 '힘들여 핀 꽃은 어떤 것이든 예쁘니까'라는 말보다 큰 위로가 있을까.

다소 단조로운 멜로디와 기교 없는 SMAP 멤버들의 목소리는 발매된 지 약 14년이 지난 이 곡을 여전히 촌스럽게 느껴지지 않게 한다. 이 덕에 이 노래는 여전히 연말 가요제나 SMAP의 콘서트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SMAP의 열렬한 팬은 아니다. 매번 앨범을 사는 것도 아니고 콘서트 장에 가본 적도 없다. 이들이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나 드라마를 챙겨보는 편도 아니다. 그렇지만 가끔씩 SMAP의 노래가 듣고 싶어진다. '세상에 하나뿐인 꽃'처럼 이들의 노래에는 사람의 마음을 토닥여주는 묘한 따뜻함이 있다.

'커다란, 아주 커다란 애정만으로 우리들은 분명 강해지는 거야. 이유도 없이 사람은 외로워지지만 혼자는 아닌 거야.'('아리가또' 가사 일부) '너는 언제나 내게 약 상자와 같지. 어떻게 이렇게 늘 나를 치료해 주는 거니.'('라이온하트' 가사 일부) 이렇게 SMAP은 미사여구 없이 소소하게 지친 마음을 위로하고 감사와 사랑을 전한다.

SMAP 멤버들이 세상에 하나뿐인 꽃을 부르고 있다. 아래는 SMAP의 리더 나카이 마사히로(왼쪽에서 두 번째)와 기무라 타쿠야(왼쪽에서 세 번째). 지난해 중순 일본에 갔다 좋아하는 노래를 하는 SMAP이 반가워 호텔 TV 화면을 찍었다. /정진영 기자

해체 위기는 넘겼지만 그 여파는 여전히 세다. 18일 전파를 탄 '스마스마' 생방송 직후에는 일본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SNS인 트위터의 서버가 일시적으로 마비됐다. 또 일본 차기 총리 후보로 꼽히는 이시바 시게루 내각부 대신은 지난 15일 "SMAP의 존속을 바란다"는 발표까지 했다. 현지 팬들은 해체에 반대해 '세상에 하나뿐인 꽃' CD 구매 운동까지 벌였다. 싫든 좋든 SMAP은 이번 사태로 자신들의 입지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새삼 깨달았을 터다.

이 같은 관심과 응원이 이들에게 부담이 될지 힘이 될지는 모를 일이다. 해체도 마음대로 못 하는, 너무 큰 그룹의 이름은 어쩌면 멤버 개개인이 짊어지기엔 다소 무거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가능하다면 이들이 이를 부담보다는 힘으로 느껴주길 바란다. 작은 꽃이 있다면 큰 꽃도 있는 법이고, 비바람 좀 맞는다고 꽃이 꽃이 아니게 되는 것도 아니니까. 자신들이 불렀던 노래처럼 이제는 그 무게를 조금 내려놓고 마음 편히 활동하는 SMAP을 보여줘도 되지 않을지.

'작은 꽃이든 큰 꽃이든 하나하나 보면 같은 건 없어요. 넘버원이 되지 않아도 좋아요. 원래부터 특별한 온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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