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결산-영화②] 다사다난 영화계, 올해의 사건·사고는?

2015 영화계를 뜨겁게 달군 사건은? <더팩트>가 올 한해 영화계에서 일어난 3대 사건·사고를 한데 모았다. /문병희·남윤호 기자

'한국영화 르네상스', 찬물 끼얹은 3대 사건은?

[더팩트ㅣ성지연 기자] 다양한 장르와 풍성한 배우들이 함께한 2015년 극장가였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사건 사고가 동시에 찾아왔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다이빙벨' 상영으로 갈등을 빚은 부산국제영화제와 부산시 사이의 힘겨루기는 해를 넘겼고 반백 년 역사를 자랑한 대종상영화제는 스스로 명성에 먹칠을 했다. 특정 배우를 향한 '평점테러' 또한 그랬다.

'한국영화 르네상스'라 불렸던 2015년 극장가에 찬물을 끼얹은 3대 사건을 <더팩트>가 정리했다.

부산광역시 시장 서병수(왼쪽) 의원과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집행위원장. 지난해부터 마찰을 겪은 부산시와 부산국제영화제의 갈등이 올해까지 이어졌다. /더팩트DB

◆ BIFF vs 부산시, 해를 넘긴 갈등

지난해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 상영을 시작으로 서로에게 칼을 겨눈 부산시와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힘겨루기는 해를 넘겨 올해도 계속됐다.

지난해 부산시는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작으로 지명된 세월호 참사 다큐멘터리 '다이빙벨'을 두고 영화제 측에 상영을 금지할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영화제 측은 프로그램 선정의 자율성을 주장하며 상영을 강행했고 이후 부산시의 요청으로 내부감사에 들어간 영화제는 폐지위기까지 조심스럽게 언급된 바 있다.

올해 스무 살이 된 영화제 측. 관계자들은 예산안 삭감, 공동집행위원장 역임 등 갑작스러운 변화에도 유동적으로 대처하며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작년보다 조촐했지만, 내실 있게 꾸려진 영화제 행사와 배우 강수연이 이용관 집행위원장과 함께 공동 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하게 된 부분에서 부산시와 영화제 측이 깊은 갈등의 골을 어느 정도 해소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5년부터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위촉된 강수연(왼쪽)과 이용관 집행위원장. 부산시는 지난해 영화제 감사와 관련해 이용관 집행위원장을 검찰 고발한 상태다. /이새롬 기자

하지만 지난 15일 뒤늦게 부산시가 집행위원장 이용관을 형사고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또 한번 격렬한 갈등을 예고했다.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지난 15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부산시의 이번 검찰고발을 맹렬히 비판하며 '다이빙벨' 상영 관련 논란 이후 거듭된 부산시의 부적절한 행태를 꼬집었다. 주최 측은 "이번 부산시의 행태를 통해 20년간 쌓아온 부산국제영화제의 명예와 국제적인 위상이 크게 손상됐다"라며 "이는 국가적인 문화자산의 훼손과 같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용관 집행위원장의 검찰 고발과 함께 부산영화제 측은 이번 일을 최대한 빨리 복원하고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준비할 예정이다.

제52회 대종상영화제 사회자로 나선 배우 한고은과 신현준. 대종상 영화제는 대리수상 불가 규정을 내세워 수상후보들이 대거 불참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로 논란을 샀다. /남윤호 기자

◆ 대종상 파행, 위태로운 반백 년 역사

반백 년 역사를 자랑하는 대종상 영화제는 그간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와 역사로 연말 시상식의 기준선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수년전부터 편파 수상 등 각종 논란에 휩싸인 대종상은 파행의 길을 걸었고 올해 수상 후보들이 대부분 불참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지난달 20일 열린 제52회 대종상 영화제는 개최에 앞선 기자회견에서 올해부터 대리수상 불가 규정을 통해 시상식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당시 대종상영화제 조근우 위원장은 "국민이 함께하는 영화제인데 대리 수상은 바람직하지 않다"라며 "올해는 수상자를 두 명 선정해 참석하지 않는 배우에게는 상을 주지 않고 참석하는 배우에게 상을 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발언은 작품성과 연기력과 무관하게 참가에 의의를 둔 불합리한 수상기준이라며 논란을 빚었다. 그러자 조 위원장은 지난 12일 "대중과 업계의 의견을 고려해 대리수상 제한에 대해 재검토 중이다. 조만간 공식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입장을 번복했지만, 시상식 당일까지 어떤 공식입장도 발표하지 않았다.

그러자 대종상 영화제를 하루 앞둔 11월 19일 남녀주연상 후보에 오른 배우들이 하나둘 소속사를 통해 불참한다는 의사를 전했다. 불참한 스타는 남우주연상 후보 황정민('국제시장'), 손현주('악의 연대기') 유아인('사도' '베테랑), 하정우('암살')과 여우주연상 후보인 전지현('암살'), 김윤진('국제시장'), 김혜수('차이나타운') 엄정화('미쓰와이프'), 한효주('뷰티인사이드') 등 이다.

인기상 투표 후보에서 1위를 차지한 김수현과 공효진까지 불참의사를 전한 상태고 감독상 후보도 각자 다른 이유로 불참했다. 표면적으로는 이번 수상기준과 관련해 언급하지 않았지만, 영화 시상식에 주요 수상자가 모두 참석하지 않은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결국 지난달 20일 여의도 KBS홀에서 개최된 대종상영화제는 공정하지 못한 시상식이란 오명과 텅텅 빈 관객석으로 초라하게 마무리됐다.

지난 2월 개봉한 영화 쎄시봉의 주연배우 한효주. 한효주가 출연한 쎄시봉은 누리꾼들의 별점 테러로 초라한 관객 수를 기록했다. /더팩트DB

◆ 위기의 이병헌·한효주, 상처 남은 평점 테러

2015년 2월과 8월은 같은 소속사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배우 한효주와 이병헌에게 상처로 남았다. 이들이 출연한 영화 '쎄시봉'(감독 김현석)과 '협녀, 칼의 기억'(감독 박흥식)이 평점 테러로 몸살을 겪었기 때문이다.

2월 개봉한 한효주 주연의 영화 '쎄시봉'은 화려한 캐스팅으로 개봉 전부터 관심이 쏠렸던 작품이지만, 개봉 전부터 시작된 평점 테러가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불거진 '김일병 사건'에 한효주가 연루됐기 때문이다.

'김일병 사건'은 지난 2013년 7월 공군 성남비행단 단장 부관실에서 근무하던 김모 일병이 부대 내 가혹 행위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다. 해당 사건이 알려지자 대중은 분노했고 특히 가해자가 한효주의 친동생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한효주에게 공개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사건과 관련해 공군은 지난해 1월 "가혹 행위는 없었으며 무장 구보 등은 통상적으로 군인으로서 감당할 수준"이라며 일반 사망으로 결론 내렸고 이후 유족의 요구에 따라 순직 처리했다. 지난해 9월에는 한 중위의 기소유예 처분 소식이 알려졌지만, 대중의 차가운 반응은 여전했다.

이후 한효주가 출연한 작품의 불매운동부터 별점테러 등이 이어졌고 애꿎은 '쎄시봉'은 흥행면에서 참패했다. 결국 영화는 누적 관객 171만 5370명(이하 영진위 통합전산망 집계결과)이란 초라한 기록을 남겼다.

협박 사건 이후 협녀, 칼의 기억을 통해 공식석상에 처음 나선 이병헌. 흥행보증수표로 불린 이병헌이었지만, 사건 후 개봉한 협녀, 칼의 기억은 초라한 성적을 거뒀다. /남윤호 기자

이병헌 또한 누리꾼 '평점 테러'로 쓴맛을 봤다. 그동안 출연작마다 흥행에 성공했던 이병헌은 지난해 걸그룹 멤버와 '50억 협박사건'에 연루돼 대중의 뭇매를 맞았다.

그간 신사적인 이미지로 대중에게 사랑받았던 이병헌이기에 해당 사건은 팬들에게 충격을 안겼고 그를 조롱하는 유행어까지 생겨났다. 결국 사건 이후 이병헌의 첫 국내영화인 '협녀, 칼의 기억'은 제작비 100억 이상, 화려한 캐스팅에도 누적 관객 430만 명을 동원하며 쓸쓸하게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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