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계상 "배우가 되고자 욕심만 앞섰던 나의 20대"
[더팩트ㅣ성지연 기자] 가수 겸 배우 윤계상은 요즘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 영화 '극적인 하룻밤'을 홍보하랴 연말 예정된 god 콘서트를 준비하랴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판. 하지만 이 정도 스케줄은 그에게 '누워서 떡 먹기'다. 그룹 god의 멤버로 1990~2000년대를 누구보다 바쁘게 살았던 그이기에.
배우 윤계상이 6개월 만에 스크린에 돌아왔다. 지난 6월, '소수의견'에서 국선변호사 윤진원을 연기했던 그가 차기작으로 선택한 작품은 로맨틱 코미디물 '극적인 하룻밤'이다. 영화는 전 애인의 결혼식에 참석한 정훈(윤계상 분)과 시후(한예리 분)가 술의 힘을 빌려 하룻밤을 함께 보낸 뒤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극 중 윤계상은 평범하고 지질한 청년 정훈을 연기했다.
그리고 지난 3일, '극적인 하룻밤'(감독 하기호, 제작 연우무대, 배급 CGV아트하우스) 개봉 당일, 서울 종로구 팔반동 카페에서 윤계상을 만났다. 윤계상의 수줍은 미소가 영화 속 정훈을 연상하게 한다.
-로맨틱 코미디를 차기작으로 선택했다
"그동안 힘주는 영화만 했으니까(웃음). 그러다 보니 가볍고 즐거운 종류의 영화가 그리웠다. 그렇다고 해서 '극적인 하룻밤'을 계획적으로 선택한 건 아니다. 시나리오가 재밌어서 출연을 결심한게 맞다."
-'극적인 하룻밤'에 매료된 이유는?
"영화 속 주인공은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남자와 여자고 그들의 러브스토리 또한 특별하지 않다. 그 부분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주인공이 '사랑하는 남녀'가 아니라 '사랑 때문에 상처받은 남녀'라 더욱 좋았다. 누군갈 사랑하고 연애해본 사람들이면 공감할 수 있는게 실연의 아픔이니까. 극 중 정훈이란 캐릭터가 실제 나와 닮았다는 부분도 흥미 있게 본 이유다."
-극 중 캐릭터와 공통점을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아무래도 지질한 성격이 가장 닮지 않았나? (웃음) 나도 대한민국 보통의 남자와 다를 바 없다. 여자가 보기엔 단순하고 멍청 할거다. 정훈은 평범한 사람인데 나 또한 평범한 인간이라는 것도 캐릭터와 잘 맞는 부분이다. 개인적으로 배우 윤계상은 '부담 없는 배우'라는 평가가 굉장히 마음에 든다. 이번 영화 캐스팅에도 '평범'이란 포인트가 크게 작용하지 않았을까."
-윤계상은 '평범'과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사람들은 내가 연예이라 굉장히 다른 삶을 산다고 생각하는데 절대 아니다. 오히려 더 지질한 순간이 많은데(웃음). 아, 사실 20대엔 모든 걸 스스로 통솔할 수 있을 거라는 오만이 있었다. 심지어 사랑까지도. 하지만 일도 사랑도 뭐하나 뜻대로 되는 게 없었고...직접 겪어봐야 알더라(웃음)."
-일련의 과거가 현재의 윤계상에게 무엇을 남겼는지
"편안해졌다. 포장하는 게 아니라 지금 난 정말 편안한 상태다. 아이돌에서 배우로 전향한 뒤 내 머릿속엔 '연기를 잘 해야 한다'라는 생각 오로지 하나였다. 그래서 작품도 무거운 스타일을 선호했었고 항상 힘을 잔뜩 넣어 연기하곤 했다(웃음). 그만큼 욕심을 부렸던 이유는 연기하는 삶이 너무 좋았기 때문인데 욕심을 내면 낼수록 출구 없는 터널을 걷는 기분이었다."
-'출구없는 터널'에서 나온 계기가 있다면
"현장에서 만난 선배들에게 솔직하게 나의 이야기를 털어놨다. 선배들은 입을 모아 '힘 빼고 연기해'라는 조언을 해줬다. 그 과정에서 '나만 연기가 힘든 게 아니구나'라는 것, 배우의 이미지는 스스로 만드는 게 아니라 내 연기를 본 대중이 만들어 주는 거란 걸 배웠다. 욕심을 버리고 나니 무서웠던 현장을 즐기게 되고 꾸준히 다양한 장르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배우로서 30대 윤계상은 어느 지점에 있다고 생각하는지
"기타에 비유해 이야기하겠다. 기타를 처음 시작하면 도레미파솔라시도를 배우고 약 6개월 정도 기타를 잡는 방법을 배운다. 그리고 몇 년이 걸려 비로소 기타를 치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치기 전에 조율을 잘 해야 하는 건데 지금 난 조율이 된 기타다(웃음). 이제 연주하면 된다. 되도록 다양한 장르의 많은 곡을 연주하고 싶다. 감독님들, 저를 연주해 주십시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