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MAMA-현장②] "K팝 찾아 韓 유학"vs배려 없는 통역 '온도 차'

2015 MAMA 덕분에 한국인 기자도 팬미팅? 2015 MAMA 현장을 찾은 팬들 사이에서는 한국어를 한다는 것만으로 스타가 됐다. /홍콩=김경민 기자

'2015 MAMA', 'K팝 들으러 한국 가는' 팬들이 모였다

[더팩트 | 홍콩=김경민 기자] 50명은 족히 돼 보이는 홍콩 소녀떼가 순식간에 기자를 원으로 에워쌌다. 기자가 '2015 MAMA'(Mnet Asian Music Awards,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 현장을 찾은 팬들과 인터뷰를 하는 사이, 갑작스럽게 몰려든 구경꾼들이 예상하지 못한 팬미팅(?) 장면을 연출했다. 그들의 시선은 가장 먼저 기자의 목에 걸린 '2015 MAMA' PRESS 출입 확인증에 머물렀다. 인터뷰를 마치고도 기자를 졸졸 따라다니던 한 소녀 무리는 눈이 마주치자 너도나도 수줍게 입을 열었다. "한국 좋아요. 멋있어요."

'2015 MAMA'는 2일(이하 한국 시각) 오후 홍콩 AWE(Asia World-Expo, 홍콩 아시아 월드 엑스포)에서 성대한 막을 열고 1만여 석을 빼곡히 채운 관중과 장장 4시간 넘게 흥콩을 '들었다 놨다' 했다. 한 자리에 모아놓기 힘든 'K팝' 주역들이 총출동한 만큼 현장의 열기는 도통 식을 줄 몰랐다.

특히 시상식이 진행되는 AWE 아레나홀 뿐만 아니라 공연장에 입장하지 못하고 문밖에서 진을 치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더욱 뜨거운 'K팝' 사랑을 느꼈다. 티켓이 매진돼 공연장 안에 들어가진 못했지만 "티켓이 생길 수도 있다"는 막연한 희망을 품고 입구에서 떠날 줄 몰랐다.

티켓 얻을 수도 있잖아요 2015 MAMA 공연장 입구에서 막연하게 기다리고 있는 홍콩 팬들. /홍콩=김경민 기자

◆ K팝 열기 진짜 느끼고 싶다면 '홍콩 웰컴'

아레나홀 입구로부터 열 발짝 떨어져 빨간 모자를 쓴 보안 요원이 가이드 라인을 만들고 장내를 정리했다. 수많은 팬은 보안 요원과 대치하듯이 마주 보고 서서 입구만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처음엔 'MAMA'에 참석한 스타들이 나오는 문도 아니어서 어떤 이유로 기다리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며 어느 한곳으로 몰려갔다. 스타라도 나온 줄 알았지만 금세 발길을 돌리는 한바탕 소동이었다.

"아까도 그랬는데. 방금 저곳에서 어떤 사람이 티켓을 받았다는 말을 해서 갑자기 다른 사람들도 단체로 뛰어간 거예요."

방금 허탕한 발길을 돌린 유지니아 이웽카(15) 양은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방금 일어난 '소녀 대이동'에 대해 설명했다. 암표가 있는 것도 아니고 티켓이 갑자기 나올 리도 없지만 다들 희망에 기대 기다리고 있던 것이다. '2015 MAMA' 티켓은 약 600~2000 홍콩 달러, 10만 원에서 30만 원 사이 가격은 가볍지 않지만 1만여 좌석은 예매 시작과 함께 매진됐다.

유지니아 이웽카 양은 친언니와 친구들과 '2015 MAMA'를 찾았다. 홍콩 AWE에서 열렸던 '2013 MAMA'부터 3년째 시상식을 찾았다. 엑소나 빅뱅은 물론 방탄소년단과 갓세븐의 현지 인기도 놀라울 정도로 대단했다.

"BTS(방탄소년단) 좋아해요! 지난해 여름에 콘서트에서 본 후로 계속 좋아하게 됐어요. 사실 3년 전부터 엑소를 가장 먼저 좋아하기 시작했고요. 유튜브에 'K팝'을 검색해서 보다가 음악도 좋고 잘생겨서 빠져들었어요."

AWE 소녀 대이동. 2015 MAMA가 열린 홍콩 AWE에서는 시상식장에 입장하지 못한 이들이 티켓을 얻을 수 있다는 희망에 이곳저곳으로 무리 지어 뛰어다녔다. /홍콩=김경민 기자

옆에 있던 친언니 유나스 이웽카(17) 양도 잔뜩 들뜬 목소리로 엑소와 방탄소년단의 자랑을 늘어놨다. 이웽카 자매는 대답 중간 한국어도 곧잘 섞어가며 대화를 이어갔다. 언뜻 들리는 한국어 대화와 '인터뷰'라는 거창한 소문에 주위 반경 100m에 있던 모든 사람이 기자를 둘러쌌다.

'엑소', 'BTS', '빅뱅', '갓세븐' 등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영어 그룹명이 언급될 때면 기자의 뒤통수 쪽에서도 '꺅'하고 환호가 터졌다.

중은(27) 씨도 아레나홀 뒷문 앞에서 엑소와 빅뱅 영상들을 검색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영어로 질문을 던지자 3초 만에 "한국어 할 줄 안다"고 밝게 웃었다.

"K팝에 빠져서 한국의 대학교에 입학했어요. 대학 생활을 한국에서 해서 대화도 가능하고요. 옆에 있는 제 친구도 오로지 K팝 때문에 2년 정도 어학원을 다니고 왔어요. 부모님도 반대 안 했는데요? K팝은 일단 다양해요. 전 가수들 외모보다도 음악 자체가 너무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음악, 문화 때문에 다른 나라 대학 진학을 결심한다는 것이 정말 놀라웠지만 중은 씨는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K팝이 아시아 전역에서 단순한 인기를 넘어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게 하루 이틀은 아니다. 국내에서도 그 위상을 실감한 지 오래다. 그런데도 이날 체감한 팬들의 사랑과 열정은 새삼 한국인으로서 뭉클한 감정까지 차오르게 했다.

수상 소감이 무슨 내용? 2015 MAMA 전문 부문 시상식과 본 시상식에서 해석이 제대로 되지 않아 불편을 겪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CJ E&M 제공

◆ '이렇게 뜨거운데' 부족한 배려…못 알아들어도 박수 치면 그만?

'2015 MAMA'만으로 홍콩 내 'K팝'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충분히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식지 않는 열기는 'MAMA'가 홍콩에서 4년 연속 열리는 이유 중에 하나다. 하지만 현지의 'K팝'을 향한 애정에 보답하지 못하는 서비스들이 작은 흠집을 남겨 아쉬움을 자아냈다.

'2015 MAMA'는 아티스트에 수여하는 시상 부문 외에 기술적인 부분과 예술적인 부분에서 대중음악 발전에 기여한 음악 전문가들을 조명하는 전문 부문 시상을 신설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아시아에서 활동한 프로듀서와 엔지니어, 공연제작자 중 국내외 음악 전문가로 구성된 전문심사위원단의 심사를 거쳐 베스트 프로듀서, 베스트 엔지니어, 베스트 공연 각 부문별로 3명씩 9명의 수상자를 선정했다. 가수 박진영을 비롯해 중국 일본 태국 베트남 등 다양한 국가의 음악 전문가들이 공로를 인정받았다.

전문 부문 시상식에는 'MAMA'와 음악 분야 관계자들이 대거 자리했다. 영어 한국어 만다린 통역을 위한 헤드폰이 의자마다 올려져 있었다. 주로 만국공통어인 영어 수상 소감이 이어졌고, 헤드폰을 착용해 한국어 통역을 기다렸다. 그런데 어색한 통역은 헛웃음을 터뜨렸다. '2015 MAMA'가 국내 행사인 만큼 한국 관계자들이 가장 많았다. 그들은 헤드폰을 아예 벗고 영어 수상 소감을 듣는 쪽을 택하기도 했다.

자막 없는 모니터. 2015 MAMA에서 화면으로 가수들의 얼굴과 말을 대신 파악해야 하는 팬들에겐 해석 자막이 없어 불편이 생겼다. /CJ E&M 제공

더군다나 베스트 프로듀서상을 받은 베트남 출신 퍽보의 베트남어 수상 소감은 해석조차 되지 않았다. 자리를 채운 관계자들은 그저 수상 소감을 마친 퍽보에게 형식적인 박수를 보내야 했다.

그 밖에도 'MAMA' 본 시상식이 진행되는 동안 공연장 내 큰 모니터에 가수들의 한국어를 해석한 광동어나 영어 자막이 드문드문 삽입되지 않았다. 팬들이야 화면에 좋아하는 가수 얼굴가 나오면 목청껏 소리를 지르는걸로 만족했다지만, 가수들이 팬들에게 전하는 진심까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아쉬움은 피할 수 없었다.

이제 'MAMA'는 음악 시상식을 넘어 아시아 최대 음악 축제로 거듭날 발판에 올라섰다. 시상식 취지에 걸맞는 대중적인 인기뿐 아니라 음악적인 전문성은 물론이고 음악을 매개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음악축제로 거듭나려면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어떻게 풀어가느냐도 매우 중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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