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자들'의 신스틸러, '냉혈한' 조상무 역 조우진을 만나다
[더팩트ㅣ성지연 기자] 영화 '내부자들'에서 이병헌 조승우 백윤식만큼이나 강렬한 잔상을 남긴 남자가 있다. 무표정한 얼굴로 겁에 질린 안상구(이병헌 분)를 잔인하게 요리하면서도 눈 하나 깜박이지 않는 냉혈한이다.
"여기하고 여기, 또 여기 잘라. 복사뼈 위를 썰어야 안 되겠나."
개봉 2주차가 지났지만, 여전히 박스오피스 정상을 유지 중인 영화 '내부자들'의 조상무를 12월 첫날 서울 금천구 가산동 <더팩트> 사옥에서 만났다.
직접 마주한 그의 얼굴엔 영화속 조상무의 서늘함이 서려 있지만, 이상하게 친근한 기분이다. 낯설지만, 익숙한 그는 지난 1999년 연극 '마지막 포옹'으로 데뷔한 16년 차 배우 조우진이다.
지난달 19일 개봉한 영화 '내부자들'(감독 우민호, 제작 내부자들문화전문회사, 배급 쇼박스)은 대한민국 사회를 움직이는 내부자들의 의리와 배신을 담은 범죄 드라마다. '미생' '이끼'를 집필한 윤태호 작가의 미완결 웹툰을 원작으로 했다. 극 중 조우진은 권력가의 숨은 해결사 조상무로 분해 잔인한 면모를 가감 없이 드러낸다. 조우진의 분량은 소박하지만, 존재감은 분량과 반비례한다.
-배우 조우진을 향한 관심이 뜨겁다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여전히 낯설고 어색하다(웃음). 최근 여러 매체를 돌며 인터뷰하고 있는데 부끄러운 기분이다. 하지만 귀결되는 질문은 결국 '너는 누구니?' 같은데."
-원고지 메모지라니, 인터뷰에서 함께 메모하는 배우는 처음본다
"원고지 메모지를 즐겨 쓰는 건 아닌데 우연히 받을 기회가 생겨서 여기에 메모하며 인터뷰를 진행한다. 신기하게 생각하시던데 머리가 안 좋아서 메모하며 꼼꼼히 대답하기 위해 도움을 받는 거다. 아직 인터뷰 초보라서 많이 부족하다."
-연기 경험은 풍부하지만, 연극 외엔 단역으로 출연했다. '내부자들' 캐스팅 계기는?
"에이전시에서 연락이 와서 '내부자들' 오디션을 보게 됐다. 오디션 당시 안상구(이병헌 분)를 협박하는 대사를 했는데 '청소를 시켰으면 청소만 해주면 되지 쓰레기를 훔칠라 카노?'라는 대사였다. 사투리를 자연스럽게 쓰니까 제작진이 좋아하더라. 대구가 고향이다(웃음)."
-사투리를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것도 캐스팅의 이유가 된 건가
"오디션을 보고 출연이 결정되지 않았을 당시 제작진이 영화에 사투리 자문을 부탁하더라. 그래서 계속 강조했다. '좋은 역할만 주신다면야 얼마든지 가능합니다'라고(웃음). 감독님은 기성 배우보다 이름도 얼굴도 생소하지만, 어디서 본 듯한 평범한 사람이 조상무를 연기한다면 그 섬뜩함이 배가 될 거라고 생각하신 듯하다."
-조우진이 생각한 조상무는 어떤 인물인가
"조상무는 조연이라 전사가 충분하지 않다. 그래서 나름대로 상상한 조상무를 종이에 죽 적어서 우민호 감독께 보여준 적 있다. 평범한 회사원처럼 양복을 입고 아무렇지 않게 출근해서 잔인하게 사람의 팔다리를 자르고, 집에 돌아와 자는 아이에게 뽀뽀하고 아내가 차려준 저녁을 먹는 그런 남자. 그리고 가족들이 모두 잠든 저녁, 쇼파에 누워 뉴스를 보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우민호 감독님이 '너무 과하다'고 하더라(웃음). 조상무에게 배경, 스토리가 있다면 관객들이 느끼는 서늘한 느낌이 줄어들 거라고. '아차' 싶어서 감독님 말에 충실히 서사를 모두 덜어내고 연기했다."
-'내부자들'에서 이병헌·배성우와 가장 많이 호흡을 맞추는데
"이병헌 씨는 남자인 내가 봐도 정말 멋있다. 보통 이름을 부르면 '네?' 라며 돌아보지 않는가. 이병헌 씨는 특유의 여유로운 몸짓, 지그시 상대를 바라보는 눈빛이 있다(웃음). 자신을 부르면 상대를 가만히 응시하는데 그게 그렇게 멋있더라."
-그렇다면 배성우는?
"나는 배성우가 그렇게 웃긴 사람인 줄 몰랐다(웃음). 내 유머코드가 굉장히 독특한 편인데 내 기준에서 배성우는 정말 웃긴 사람이다. 그 느낌 알려나? 너무 웃긴 나머지 웃음 대신 박수를 치고 싶은 기분. 하하하."
"사실 '내부자들' 현장에서 부담감을 크게 느꼈다. 훌륭한 작품에 흠집을 내면 안될 거 같다는 생각에. 그런 부담을 배성우 덕분에 상당 부분 덜어낼 수 있었다. 그를 보면서 나도 언젠가 선배로서 후배들을 현장에서 만난다면 저런 선배가 돼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내부자들'이 벌써 누적 관객 370만 명이 넘었다. 370만 명이 본인의 연기를 본거다
"지금 상당히 충격 받았다(웃음). '370만 명이 내 연기를 봤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 없다. 사실 우쭐해질까봐 의도적으로 기사 검색, SNS도 잘 들여다보지 않는 편이다. 여전히 어색하고 부끄럽다. 이런 관심이 과분한 부족한 배우라고 생각한다. 연극 드라마 영화 막론하고 최선을 다해 연기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