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88' 촌스러워도 진한 우정, 덕선 선우 정환
[더팩트ㅣ성지연 기자] '응답하라 1988'의 쌍문동 4총사 덕선(혜리 분) 정환(류준열 분) 선우(고경표 분) 동룡(이동휘 분)이 낙담한 친구를 위해 투박하지만, 진심 어린 위로를 건넸다. 거칠고 촌스러웠지만, 친구를 걱정하는 진심이 잔뜩 묻어난 '쿨'한 우정은 부담에 짓눌린 택이(박보검 분)에게 시원한 웃음을 선물했다.
14일 오후 방송된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연출 신원호, 극본 이우정)에선 바둑대회에서 패배한 택이를 위로하는 쌍문동 골목 친구들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바둑 천재'로 추앙받던 택이는 최근 연이은 패배를 겪은 뒤 압박을 느꼈다. 패배 후 택이는 방 안에 홀로 틀어박혀 내내 바둑연습만 했고 약으로 버티며 바둑연습에 집중하는 아들의 처량한 모습에 아버지 최무성은 한숨만 쉴 뿐이었다.
택이는 주말에도 기원에 나가 바둑연습을 했다. 조용히 바둑을 두는 그를 본 기원 동료들은 하나둘 위로의 말을 건넸다. 바둑 선생님은 "맨날 이길 순 없는 거다. 그래도 여전히 네가 승률 1위다"고 다정히 말했지만, 택이는 선생님이 승률과 순위 등을 언급하자 더욱 어깨를 움츠렸다.
택이의 눈치를 보는 사람들은 바둑을 함께 두는 동료들뿐 아니라 쌍문동 골목의 이웃들도 마찬가지였다. 성동일 이일화 부부는 우연히 마주한 택이의 눈치를 봤고 라미란 또한 "택아, 힘내"라는 인사를 전했다. 따뜻한 관심이었지만, 거듭 패배를 강조하는 사람들 탓에 택이는 더욱 부담감을 느꼈다.
하지만 그런 택이를 달리 대하는 이들도 있었다.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란 동네 친구 덕선 정환 선우 동룡은 막무가내로 택이의 집에 방문했다. 최무성은 천방지축 아이들이 몰려오자 택이를 위해 말리려 노력했지만, 떠들썩한 아이들에게 백기를 들었다.
처음으로 택이의 집에 찾아온 정환. 어두운 표정으로 바둑연습에 집중하는 택이의 모습에 "야, 너 처참하게 졌다며?"라며 '직언'을 던졌다. 이어 들어온 덕선과 동룡 또한 "택아, 너 발렸다며?"라고 놀려댔고 선우 또한 "야, 네가 진 것 때문에 창피해서 돌아다니질 못하겠다"고 몰아세웠다.
마음을 뒀던 친구들까지 자신의 패배를 꼬집자 결국 택은 발끈했다. 그는 아이들을 향해 "그럼 나라고 맨날 이겨야 하느냐"고 소리치며 분노했다.
하지만 친구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동룡은 "응. 너는 이겨야 해. 뭘 해도 이겨야 한다. 밥도 먹지 말고 아무것도 하지 말고 맨날 바둑만 둬서 이겨라. 아, 그래도 대변은 볼 수 있게 해줄게"라고 장난스럽게 받아쳤다.
동룡의 말에 당황한 택이었지만, 친구들의 장난은 그치지 않았다. 정환 "야, 답답하다. 욕이라도 해라"라며 "X발, X 같네! 자, 따라해봐"라고 외쳤다. 정환이 욕을 하자 평소 어른스러운 선우 또한 "X발, X 같네"라고 소리치며 힘을 보탰다.
친구들의 권유에 입으로 어색한 욕을 내뱉은 택. 어색한 그의 욕에 친구들은 박장대소했고 몇 번이고 거친 욕을 내뱉으며 소리 지른 택이는 가슴 가득 쌓인 압박감을 비로소 내려놨다.
이후 TV를 크게 튼 덕선. TV에서 흘러나오는 인기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한 덕선 뒤로 나머지 친구들도 몸을 흔들었다. '힘내'라는 말보다 더욱 힘나는 친구들의 '쿨'한 위로는 어른스러워야 했던 19살 소년 택이에겐 어떤 약보다 효과 좋은 '만병통치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