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네 로봇' 첫방] 그래서 로봇은 할머니 댁에 왜 간 거죠?

할매네 로봇 외로움 지친 할머니 위해 뭉친 세 사람. 배우 이희준, 방송인 장동민, B1A4바로는 tvN 할매네 로봇에서 로봇과 할머니를 연결해 주는 교집합으로 등장했다. /tvN 방송 화면 캡처

'할매네 로봇' 최첨단 로봇+세 남자, 쓸쓸한 할머니 2% 채워줄 수 있을까.

[더팩트ㅣ서다은 기자] '시골'과 '하이테크'를 결합한 '할매네 로봇'의 예능적 시도는 신선했다. 그러나 '하이테크'라 할 수 있는 로봇의 능력이 다소 부족해 그 재미를 살짝 떨어뜨렸다.

21일 오후 케이블채널 tvN 새 예능 프로그램 '할매네 로봇'이 첫 방송 됐다. 이날 방송에서는 프로그램의 할매가 될 장재님, 양계순, 양길순 할머니가 소개됐다. 그들이 간직한 노년의 외로움과 쓸쓸함, 그리고 젊은이들이 사라져 가는 농촌 현실을 그려지며 프로그램의 착한 의도를 담아냈다.

'할머니들을 위해 진심으로 도울 일은 없을까'를 기획의도로 한 '할매네 로봇'에는 곧 프로그램의 중심이 될 세 로봇도 등장했다. 이들은 영화나 소설에 나오는 로봇이 아닌 '농촌에 가장 적합한 로봇'을 표방하는 목표로 고안됐다. 할머니와 로봇의 중간자 역으로는 배우 이희준, B1A4 멤버 바로, 방송인 장동민이 뭉쳤다. M.I.B 강남도 3회부터 센터장이라는 역으로 합류한다. 수더분한 이희준의 예능 신고식, '자칭 할머니 전문가' 장동민의 시원한 매력, 다재다능한 꽃미남 아이돌 바로의 등장까지 이번 새 예능에 대한 기대감을 높일 요소가 충분했다.

할매네 로봇 할머니들, 우린 로봇엔 관심 없어유~ tvN 할매네 로봇에서 로봇을 만난 장재님, 양계순, 양길순 할머니는 로봇에게 뜻밖에 무덤덤한 반응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tvN 방송 화면 캡처

이날 이희준 장동민 바로는 시골 내 꾸며진 '로보-트 센타'에 모여 로봇과 할머니를 만날 준비를 했다. 할머니들을 만날 똘망이 OP2 러비 등은 모두 전문 기술자의 손에 의해 탄생한 고가의 최첨단 로봇이다.

각기 다른 기능과 성능을 가진 세 로봇은 이희준 바로 장동민의 도움으로 할머니들을 만나게 됐다. 시골 생활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신기한 기계에 놀랄 법도 한데 할머니들은 예상외로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특히 이희준은 장재님 할머니에게 보여주기 위해 로봇에게 "앉아봐" "걸어봐" 등 다양한 주문을 걸었지만 할머니의 반응은 영 싱거웠다. '예능 초보' 이희준은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장동민이 만난 양계순 할머니도 로봇에 별 반응이 없었고 "로봇인가 지X인가"라며 욕설로 무관심을 나타냈다. 이러한 할머니들의 일관성 있는 무반응은 웃음을 유발했다. 장동민은 "할머니들이 반응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며 "6.25전쟁도 겪으신 분이 아닌가. 왠만한 일이 아니면 거의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때문에 할머니와 로봇의 첫 만남은 어색해 보였다. 시청자에게 '왜 할머니가 쓰기도 어려운 값비싼 로봇을 선물 받았는가'에 대한 프로그램 초반부 설명이 부족했던 탓도 있다.

할매+로봇=의외의 케미기대해. tvN 할매네 로봇이 할머니와 로봇이라는 의외의 조합으로 케미를 형성하기를 기대한다. /tvN 방송 화면 캡처

첫 만남에는 다소 실패했지만 이제 로봇들이 숨겨진 기능을 자랑하며 할머니들의 흥미를 돋울 차례였다. 가장 먼저 이희준은 할머니에게 로봇이 밥을 해줄 수 있다며 요리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러나 계란말이에 도전한 로봇은 계란 깨기에 연달아 실패했고 소금을 왕창 붓는 등 여러 실수로 요리를 망쳤다. 이윽고 할머니는 "너 처음 왔는데. 너무 못한다. 이놈아"라고 로봇을 다그쳤다. 또 이희준 로봇은 밭으로 가는 내내 절뚝거려 할머니보다도 빨리 걷지 못했다. 이에 이희준은 "갈길이 너무 많고 깜깜하게 느껴졌다"고 로봇을 제대로 어필하지 못한 것에 대해 속마음을 털어놨다.

이희준의 로봇을 비롯한 다른 로봇들도 역시 설거지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특히 장동민의 로봇은 다리에 힘이 없어 자꾸만 넘어졌고 결국 화가 난 장동민은 "쓸모없는 쇳덩어리'라고 외쳐 웃음을 유발했다.

로봇들이 밥도 해주고 재롱도 피우며 할머니를 위로하러 시골에 간 것인데 '왜 완벽한 기능을 갖추지 못한 채 시골을 가게됐는지' 의문이 생겼다. 이와 함께 로봇과 세 명의 연예인들이 정말 할머니들의 외로움을 채워줄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렸다.

할매네 로봇 로봇 군단, 할매 삶의 도움될 날 올까. 할머니들의 농촌 생활에 이렇다할 도움을 주지 못한 로봇 군단이 앞으로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tvN 방송 화면 캡처

오히려 프로그램에 등장한 할머니들이 더 깨알 같은 재미를 선사했다. 양길순 할머니는 바로를 '바우'라로 부른다든지 "시골은 반찬이 없어 김치밖에"라고 말하면서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반찬들을 내놓는 등 귀여운 행동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진 방송 말미에 할머니들은 점점 로봇에게도 정을 붙이기 시작해 재미를 더했다. 양계순 할머니는 버려진 의자로 만든 유모차에 자꾸만 넘어지는 장동민의 로봇을 끌고 가려는 면모로 그런 부분을 증명했다.

'할매네 로봇'은 로봇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돌발 상황, 할머니들이 로봇을 보고 정을 붙이는 장면들은 확실히 재미요소였다. 하지만 '억' 소리 나는 로봇을 시골에 가지고 갈만큼의 필요성은 제대로 알리지 못했다. 앞으로 보여줄 로봇들의 기능적 발전과 할머니와 어우러지는 '케미'가 이 프로그램을 이어나갈 최고의 과제가 될 것이다.

한편 '할매네 로봇'은 출연자들이 로봇을 가지고 시골 마을로 가서 할머니들의 무료함을 달래주는 신개념 로봇 예능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다. 매주 수요일 오후 11시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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