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씨네리뷰] 판타지도 현실로 만드는 손현주의 '더 폰'

손현주의 세 번째 스릴러 더 폰 22일 개봉하는 영화 더 폰은 손현주의 세 번째 스릴러 영화다. /NEW제공

손현주 더하기 배성우, 그래서 두배 탄탄한 '더 폰'

[더팩트ㅣ성지연 기자] 스릴러 영화 '숨바꼭질'(2013년)과 '악의 연대기'(2015년)에서 강렬한 잔상을 남긴 배우 손현주가 세 번째 스릴러물 '더 폰'으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휴대전화와 타임슬립, 신인감독의 과감한 연출력을 무기로 기존 스릴러물과 차별화를 꾀한 영화는 탄탄한 연기력을 겸비한 배우들을 만나 시나리오가 지닌 장점을 배로 강조하고 단점은 교묘히 감춰 매끄러운 한 편의 영화가 됐다.

영화 '더 폰'(감독 김봉주, 제작 미스터로맨스, 배급 NEW)은 타임슬립과 판타지, 휴대전화란 매개체를 통해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추격 스릴러물. 영화의 시점도 현재와 과거를 오가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 또한 까탈스럽기에 관객들에게 어려운 숙제를 던져주는 듯 하지만, 긴박감 넘치는 전개는 '더 폰'이 복잡안 스토리 라인을 간단하고 명쾌하게 정리했음을 알 수 있다. 자칫했다가는 전체적인 스토리가 붕괴될 만큼 하나하나 촘촘히 연결된 일련의 사건을 정성껏 정리한 신인감독 김봉주의 열정이 오롯이 느껴진다.

산부인과 전문의 조연수 역을 연기한 엄지원. 그는 2014년 5월, 자신의 집에서 의문의 괴한에게 잔인하게 살해당한다. /NEW 제공

사건의 시작은 2014년 5월 16일. 서울 강남구 서초동 주택가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으로부터 시작된다. 살해된 피해자는 산부인과 전문의 조연수(엄지원 분). 연수는 퇴근을 마치고 돌아온 집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괴한에게 억울하게 살해당하고 뒤늦게 돌아온 남편에게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다.

연수의 국내 굴지의 기업 전문 변호사 고동호(손현주 분). 그는 직업상 끊이지 않는 협박에 시달리는 인물이다. 기업을 위해 일하는 '생활 변호사'지만, 가족을 끔찍하게 생각하는 인물로 지속적인 협박에 이직을 결심하고 가족들을 위한 삶을 살고자 계획한다. 하지만 애꿏은 운명은 그가 회사를 그만두던 날 아내 연수가 살해당하는 비극이 만든다. 그로부터 1년 뒤 폐인이 된 고동호에게 살해당한 아내 연수가 전화를 걸어온다.

조연수의 남편 고동호 역의 손현주. 그는 기업전문 변호사로 잦은 협박에 이직을 결심하지만, 퇴사 당일 아내가 살해당한다. /NEW 제공

'더 폰'에서 1년전 죽은 아내가 현재의 남편에게 전화를 건다는 허무맹랑한 설정은 휴대전화의 통신장애가 시공간을 뒤흔들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태양의 흑점이 폭발하면서 전 지구의 통신망이 영향을 받아 시공간이 뒤틀린다는 것. 판타지 요소가 영화의 기둥이 되지만, 이를 리얼한 연기력으로 받아치는 손현주와 현실감있는 영화배경은 묘하게 어우러져 관객들을 설득한다. 과거와 현재를 바삐 오가는 복잡한 전개지만, 이해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 정도로 매끄럽게 정리돼 보기에 불편하지 않은 것도 높이 살 부분.

1년전 죽은 아내를 살려 망가진 자신의 삶을 되찾고 어린 딸의 상처를 회복해야 한다는 목적이 분명한 고동호, 특히 고동호가 목숨을 걸 정도로 필사적으로 아내를 살리고자 하는 이유엔 깊은 죄책감이 자리한다. 아내 연수가 살해당하던 날, 술자리에 정신이 팔려 미처 아내의 전화를 받지 못했던 고동호. 그는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이 현실이든 비현실이든 그리 중요하지 않을 것이며 사랑했던 아내가 돌아올 수 있다면 모든 할 준비가 돼 있다. 배우 손현주는 이런 포인트를 제대로 짚어 손톱이 빠질 정도로 몸을 사리지않고 연기했다.

도재현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 배성우. 손현주와 대립하는 배성우의 서늘함은 남다른 흡인력을 선사한다. /NEW 제공

손현주의 몸사리지 않는 연기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건 그와 맞서는 배성우다. 지난해에 이어 충무로에서 가장 왕성한 활동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배성우는 '더 폰'에서 전작 '오피스'와는 다른 섬뜩함을 선사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고동호와 대립하는 잘린 형사 도재현을 연기한 배성우의 대사 한마디 한마디에서 느껴지는 서늘함은 손현주와 함께 '더 폰'을 이끄는 가장 큰 힘이다.

고동호의 아내로 분한 엄지원 또한 '더 폰'에서 없어선 안될 주춧돌이다. 정신없이 달려가는 전개 속 흐름을 잡아주는 안정적인 그의 연기는 청량한 느낌을 준다.

세 번째 스릴러에서 부상에도 아랑곳 않고 액션연기를 소화한 배우 손현주. 더 폰의 강점은 입봉감독의 패기와 안정감있는 배우들의 연기력이다. /NEW제공

입봉감독의 열정과 집념이 빚어낸 도심 촬영 장면은 '더 폰'의 색다른 볼거리. 김봉주 감독은 시나리오를 집필하면서부터 서울의 중심인 청계천광장 및 뱅뱅사거리 등을 '더 폰'의 추격장면에 넣고자했고 이를 위해 오랜시간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 감독의 열정 덕분에 강남 뱅뱅사거리에서 이뤄진 엄지원의 추격장면, 강북 광화문과 청계천 종로로 이어지는 손현주의 추격장면, 연등행렬 장면 등은 화려하게 스크린에 구현됐고 서울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

신인감독의 과감함과 경험이 풍부한 배우가 모여 독특한 스릴러를 완성했다. 외화에서 차용한 소재가 부분부분 눈에 띄거나 숨쉴 틈 없이 몰아치는 속도감이 다소 아쉬운 부분이지만, 관객을 한 순간도 눈 뗄 수 없게 몰입시키는 무서운 흡인력을 가진 것은 분명하다.

'더 폰'은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114분, 오늘(22일) 개봉한다.

22일 관객을 찾는 영화 더 폰 남다른 흡인력이 강점이다. /NEW 제공

amysung@tf.co.kr
[연예팀ㅣ ssent@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