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씨네리뷰] 이게 최선인가요, '특종: 량첸살인기'

10월 22일 개봉하는 추적스릴러 특종: 량첸살인기. 영화 연애의 온도를 연출한 노덕 감독의 신작 특종: 량첸살인기가 오는 22일 개봉을 확정하고 언론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노덕 감독이라 아쉬운 '특종: 량첸살인기'의 2% 과함

[더팩트ㅣ성지연 기자] 영화 '특종: 량첸살인기'(감독 노덕, 제작 우주필름,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오보를 특종으로 착각하고 보도한 기자와 중국 작가 왕시우잉의 소설 '량첸살인기'에서 영감을 얻어 살인하는 연쇄살인마를 주인공으로 한 추적스릴러다.

노덕 감독은 지난 2012년 현실적인 남녀의 사랑을 스크린에 담아 낸 로맨스 '연애의 온도'로 20, 30대 관객의 뜨거운 지지와 평단의 호평을 동시에 거머쥔 바 있다. '특종:량첸살인기'는 당시 '연애의 온도'를 통해 스타 감독의 반열에 오른 노덕 감독의 차기작이란 점에서 개봉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뚜껑을 연 '특종: 량첸살인기'는 감독의 전작과 달리 관객이 공감하기 힘든 면면이 도드라진다. 스토리 전반에 불필요한 장면 또한 얼기설기 삽입돼 정작 감독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전달되지 못한 채 방황한다.

특종: 량첸살인기의 주연배우 조정석. 영화는 해고위기에 처한 사회부 기자 허무혁(조정석 분)이 우연한 계기로 연쇄살인사건 제보를 받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는 언론사 광고주의 심기를 건드려 해고 위기에 놓인 기자 허무혁(조정석 분)이 위기를 모면하고자 철저한 취재없이 제보자의 말만 믿고 섣부르게 연쇄살인 사건을 보도하면서 벌어지는 끔찍한 사건을 그린다.

제보를 통해 자신이 단독입수한 메모가 연쇄살인범의 자필 메모라 생각했던 허무혁. 하지만 보도가 나간 뒤 자필 메모가 소설 '량첸살인기'의 한 구절임을 깨닫고 자신이 살인범이라고 의심했던 남성조차 선량한 시민임을 알고 당황한다. 엄청난 파장을 몰고온 허무혁의 특종보도와 함께 실직자에서 스타기자로 180도 인생이 뒤바뀐 허무혁은 자신이 사상 초유의 오보를 했음을 알고 부담감에 괴로워하지만, 이를 밝히는 것을 주저한다.

자극적인 후속기사를 원하는 데스크. 허무혁(조정석 분)의 오보는 자극적인 기사를 원하는 백국장(이미숙 분)의 지시로 확대·재생산된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기자의 실수에서 비롯된 오보는 데스크 백국장(이미숙 분)을 통해 더욱 확대·재생산된다. 자극적인 후속보도를 요구하는 데스크의 압박에 진실을 밝힐 수 없어 속이 타들어가던 허무혁은 결국 자신이 보도한 오보를 진실로 만들고자 하나의 그럴싸한 각본을 짜기에 이른다. 기자의 어이없는 실수로 시작된 사건은 데스크의 자극적인 확대와 재생산을 통해 그럴싸한 진실로 탈바꿈하고 대중은 이를 오롯이 신뢰한다.

미디어가 만들어낸 '가짜 진실'은 살인범까지 동요하게 한다. 동시에 사건을 추적하던 경찰의 수사 방향까지 송두리째 흔든다. 더욱 끔찍한 일은 동요한 살인범이 허무혁의 허술한 거짓말을 뒷받침하며 실제 그가 보도하는 대로 추가살인을 진행하는 것. 의도하지 않았던 일이지만, 허무혁은 살인마의 추가살인은 지시한 꼴이 됐고 암묵적으로 그의 계획에 동조한 공범이 되고 말았다.

영화의 메가폰을 쥔 노덕 감독은 '팩트'가 아닌 '팩트이고 싶은 거짓'을 전하는 언론과 그런 미디어의 조잡한 정보력에 의존해 수사방향까지 바꾸며 우왕좌왕하는 경찰의 허술한 수사력을 신랄하게 꼬집는다. 감독은 해당 연출 의도와 관련해 특정 직업군을 비판하려는 의도는 없다고 밝혔다.

특종: 량첸살인기를 연출한 노덕 감독. 노덕 감독은 무능력한 형사와 오보를 진실로 둔갑시키는 언론의 모습에 대해 특정 직업군을 비판하고자 한 연출의도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노 감독은 "작품을 통해 '모든 사람은 결국 자신이 선택한 세상에서 살고 믿고 싶은 것을 진실로 믿는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감독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에 비해 현실과 과도하게 부풀려 묘사한 미디어와 우스꽝스러운 공권력의 모습은 우려 어린 시선을 거둘 수 없게 한다. 전작 '연애의 온도'를 통해 지극히 현실적으로 남녀의 모습을 그려 호평받았던 감독이기에 더욱 이해되지 않는 장치다.

감독은 해당 부분과 관련해 "원론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과장했을 뿐,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정도라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블랙 코미디라 표현하기보다 비난에 가까운 묘사는 주인공 허무혁이 전한 오보와 궤를 같이 한다.

세련되지 못한 편집 또한 아쉬움을 준다. 긴박하게 흘러가던 영화는 중반 늘어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하지만 노덕 감독 특유의 재기 발랄한 연출력과 시나리오는 늘어지는 부분에도 불구하고 힘 있게 이야기를 끌고 간다.

로맨스물에서 주로 존재감을 보였던 배우 조정석. 그는 특종: 량첸살인기를 통해 성공적인 연기변신을 보여준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들의 연기력만 놓고 본다면 흠잡을 부분이 없다. 사회부 기자 허무혁으로 분한 조정석은 '특종: 량첸살인기'로 로맨스물이 아닌 스릴러 또한 가능한 배우임을 증명했다. 조정석이 원톱으로 나서 두 시간 넘는 작품을 끌고가는 것을 두고 우려했던 이들도 있었지만, 조정석 특유의 생활연기는 스릴러물에도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우려가 그저 기우였음을 증명한다.

보도국 국장으로 2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한 배우 이미숙. 그는 특종: 량첸살인기에서 상당한 존재감을 발휘한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보도국 국장으로 2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한 이미숙은 영화의 또 다른 재미다. 기존 보도국 국장을 연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 다른 국장을 연기하려 노력했다는 이미숙의 존재감은 연기 연륜만큼이나 상당하다.

어떤 작품이든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해당 캐릭터로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배우 김의성은 이번에도 언론인이자 직장인인 문이사 역을 무난하게 해냈다. 무능력한 형사 오반장 역의 배성우는 오랜만에 힘을 빼고 유머러스하고 자연스러운 연기로 관객에게 간간이 웃음을 안기며 제 몫을 다했다. 김대명은 이번 작품을 통해 또 한번 자신의 '내공'을 제대로 증명한다.

제 몫을 다한 배우들. 김의성 배성우 김대명 등 탄탄한 연기력을 겸비한 배우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돼 존재감을 발휘했지만, 이하나의 연기는 다소 아쉬움을 산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다만 허무혁의 아내 수진 역으로 출연한 배우 이하나가 아쉽다. 어색한 대사처리와 표정연기가 상당한 연기력의 배우들 사이에서 더욱 도드라져 몰입에 방해가 된다.

'특종: 량첸 살인기'는 노덕 감독이 2003년부터 준비해온 작품이지만 불필요한 사족과 군더더기가 눈에 거슬린다. 오랜시간 품에 두고 만진 세월만큼이나 창작자의 애착과 정성이 듬뿍 담겼음에도 한편으로는 빼야 할 장면을 빼지 못했고 부풀리지 말아야 할 것을 부풀렸다. 감독의 과욕이 아쉬울 뿐이다.

'특종: 량첸살인기'는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25분, 10월 22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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