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발칙한 고딩 래퍼, 언니들에게 한 방 먹여줄게."
'언프리티 랩스타 시즌2'에 출사표를 던진 최연소 참가자 수아가 자신의 랩에 자주 삽입했던 가사다.
자신을 '고딩 래퍼'라 소개하는 17살 수아는 '최연소 래퍼'라는 수식어와 동시에 대형기획사 YG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습생이란 타이틀로 방송이 나가기 전부터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참가자 중 한 명이다.
유명 가수가 대거 소속된 대형 소속사에서 오랜시간 연습생 생활로 쌓은 경험을 무기로 동시에 상큼한 매력까지 어필했던 수아. 그의 매력은 시청자에게 큰 기대감을 안기기 충분해 보였다. 하지만 방송이 거듭될수록 수아의 아마추어보다 못한 랩 실력과 섣부른 언행은 실망감을 안기고 있다.
그 중에도 시청자가 가장 큰 문제로 삼은 부분은 첫 방송부터 현재까지 제대로 된 무대를 한 번도 보여주지 못한 수아가 매번 탈락의 위기에서 벗어나는 이상한 '언프리티 랩스타2'의 심사기준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9일 오후 방송된 케이블채널 엠넷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 '언프리티 랩스타 시즌2'에서는 일대일 디스 랩 배틀을 펼치는 참가자들의 이야기가 전파를 탔다.
이날 수아는 평소 사이가 좋지 않았던 예지에게 랩배틀 도전장을 던졌다. 수아는 제작진과 인터뷰를 통해 예지를 배틀 상대로 지목한 이유를 밝혔다. 그는 "예지 언니는 평소 나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거 같다"라며 "예지 언니를 보면 그냥 '아 랩 한다'이런 느낌이 든다"고 자신만만한 면모를 보였다.
무대 위에 오른 수아는 여전히 당당했다. 그는 "누가 승자가 될 것 같으냐"는 진행자 산이의 질문에 "아마 0.00001%의 가능성이 있겠죠. 예지 언니에게"라며 예지를 도발했다.
하지만 무대가 시작되자 전세는 역전됐다. 공격권을 먼저 쥔 수아는 "우린 래퍼의 좋은 예와 나쁜 예지. 난 바쁘고 10대지. 언니는 4년째 바쁘고 싶다지. 뜨고 싶었겠지. 여기에 나와 인정받고 싶었겠지. 미안, 예지의 랩은 모닝콜. 입만 열면 깨지"라고 예지를 '디스' 했다.
하지만 예지는 동요하지 않았다. 대신 수아를 쏘아보며 자신의 멜로디가 시작되자 '디스'를 거침없이 이어갔다. 예지는 "멍청이 아가야. YG딱지부터 떼고 나와서 지껄여봐. 방송서 잡아준 콘셉트. 첫 녹화 때 싸가지 부린 건 뭔데. 네 실력은 없던 내 증오도 키워. 6년째 어리광 피워? 이게 네 6년의 연습의 랩 수준의 딸리는 애송인 이제 좀 꺼져. 넌 YG 지하가 적격"이라고 맞선 것.
예지의 무대를 본 효린은 "살벌했다. 예지가 수아를 때리는 줄 알았다. 심장이 벌렁벌렁"이라고 당시 분위기를 묘사했다.
결국 수아는 예지의 살벌한 공격을 이겨내지 못했다. 예지의 첫 '디스'가 끝난 후 다시 수아를 위한 멜로디가 흘렀지만, 충격을 받은 수아는 마이크를 쥔 채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반면 예지는 여유롭게 수아 앞으로 다가가 멜로디에 맞춰 "야, 너 뭐하니?"라며 비아냥 거렸다. 결국 버벅거리던 수아는 한마디도 반박하지 못한 채 멍하니 그 자리에서 수모를 겪어야 했다.
예지의 '굳히기'는 그때부터였다. 그는 수아를 향해 "머리끝부터 발까지 가짜 그러니 평생을 연습할 팔짜 인성도 기본도 안 된 넌 양싸(양현석)를 탓하지 마. 네가 딸리니까. 눈 씻고 찾아도 없는데 뭘 자꾸 한 방 먹인다는 소리만"이라며 거침없이 '디스'를 이어갔다. 명쾌한 가사전달력까지 겸비한 예지의 랩에 심사위원 도끼는 "당연한 결과였다"며 예지를 이번 라운드 승자로 선정했다.
예지에게 패배해 영구 탈락자 후보로 선정된 수아는 눈물까지 보이며 자책했지만, 결국 심사위원들의 선택으로 생존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수아에게 기회를 준 심사위원 도끼와 더콰이엇은 탈락자 후보 수아 헤이즈 유빈 길미 전지윤 가운데 수아를 먼저 탈락자에서 제외시켰다. 두 사람은 "무대를 보여주지 못한게 너무 아쉬웠다. 좀 더 보여줄 것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가능성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그를 제외시킨 이유를 밝혔다.
결국 이날 영구 탈락자가 우승 후보로 점쳐지는 트루디와 막상막하 대결을 펼치며 긴장감을 자아낸 길미로 결정됐다. 수아는 뛸듯이 기뻐하며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며 해맑은 미소로 정중하게 인사했다.
하지만 '생존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수아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곱지 않다. 엄밀히 말하면 유독 그에게만 너그러운 심사위원들의 태도를 꼬집고 있다. "보여줄 것이 있을 것 같아서"라는 근거없는 탈락자 제외 이유는 그간 방송을 통해 숨겨둔 실력을 발휘했던 이들에게 민망한 핑계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예지의 '디스 랩'가사처럼 매번 10대라는 어린 나이를 언급하며 '언니들에게 한 방 먹이겠다'고 호언장담했던 수아였지만, 지금까지 수아가 내논 카드는 YG 연습생이란 타이틀이 주는 기대감과 '잘 하겠다'는 계획 뿐이었다. 언제나 미래를 담보로 장담할 뿐 결과물을 내논 적 없는 수아의 자신감에 더욱 눈살이 찌푸려지는 이유도 이런 부분에서다.
가능성 하나로 살아남은 생존자 수아지만, 예지의 '디스'와 대중의 날카로운 시선을 정면으로 동시에 반박할 유일한 방법이 하나 남아있긴 하다. 바로 실력있는 무대를 보여주면 된다. 그리고 보여줘야 할 때다.
[더팩트ㅣ성지연 기자 amysu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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