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하(44)는 장르를 관통하는 만능엔터테이너다. 20대 시절 일찌감치 요식업에 뛰어들 만큼 사업수완이 남다르고, 연예계 진출 후엔 뛰어난 예능감을 발휘하며 주목을 받았다.
드라마 FD를 거쳐 룰라와 이휘재의 매니저로 활동하다 데뷔한 특이한 이력은 널리 알려진 일이고, 10년째 진행 중인 TV 예능 간판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그는 '터줏대감'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하지만 정준하가 유재석 박명수 정형돈 등 다른 동료 예능인들과 자신의 색깔을 뚜렷이 각인시킨 곳은 따로 있다. 다름 아닌 뮤지컬 무대다. 그는 2006년 '폴몬티'에서 뚱보 데이브 역을 맡은 이후 '라디오스타' '헤어스프레이' '스팸어랏' 등에 출연하며 뮤지컬 배우로 입지를 다졌다.
지난 8월 23일부터 오는 11월 8일까지 공연 중인 '형제는 용감했다'는 정준하의 튀는 역할로 연일 화제다. 추석 연휴에도 쉼없이 유쾌한 웃음과 가슴 따뜻해지는 감동의 무대를 이끌고 있는 그를 대학로 홍익대 아트홀에서 만났다.
-방송 스케줄이 꽤 많은데 뮤지컬 출연이 버겁지 않나.
"올해만큼 바쁜 때가 없었어요. '무한도전' 촬영으로 가봉과 케냐 등 아프리카만 두번 다녀왔고, 일본 태국 브루나이 등 해외촬영이 많았어요. 뮤지컬까지 출연하게 되면서 정말 초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는 셈이죠. 하지만 아무리 바빠도 뮤지컬만은 빼고 갈 수 없어 강행했고요."
-바쁜만큼 실속은 좀 챙기는 편인가.
"질문이 매우 직설적이네요. 그럼 저도 직설적으로 응답해드리죠. 올해 들어서만 CF를 5개 찍었습니다. 엄청난 실속이죠. 알다시피 CF를 찍어야 돈이 되니까요. 코카콜라, G마켓, SK 기업광고, 할매순대국 등인데요. 특히 할매순대국은 10년 계약을 했는데 제게 무한 신뢰를 준 파격 조건이죠."
-데뷔 전부터 요식 사업을 할만큼 그 분야에 관심이 많은 걸로 알고 있다.
"관여해온 업소는 2년 전에 완전히 손을 뗐어요. 연예활동이 워낙 바쁘기도 하지만 불필요한 오해로 이미지를 깎이는게 많더라고요. 대신 저의 절대 관심 분야라서 연결고리는 늘 갖고 있어요. 언젠가는 이 분야 최고가 될 생각이거든요. 요리학원을 3년째 다니고 있고요. 지난해엔 요식업 관계자들이 주 멤버인 서울대 최고경영자 과정을 마쳤어요."
-그럼 뮤지컬 얘기를 다시 해보자. 얼마만의 출연인가?
"2013년 '스팸어랏' 이후 2년만입니다. 이번 '형제는 용감했다'는 2009년 같은 배역을 맡아 연기한 지 6년 만이고요. 시간이 꽤 흘렀지만 너무 많은 분이 이 작품 속의 배역을 기억해줘서 감사하죠. 그래서 더 분신 같은 작품이고, 스케줄을 이유로 제가 피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작품 내용과 역할을 설명해달라.
"한마디로 유쾌한 웃음과 가슴 따뜻해지는 감동의 뮤지컬입니다. '근본 있는 가문'의 '근본 없는 문제아' 이석봉이 제 역할이고요. 고향 안동을 떠난 두 형제가 뒤늦게 아버지와 어머니의 참사랑을 이해하게 되는 설정인데요. 감동도 있고 웃음도 있고, 짙은 해학도 있어요."
'형제는 용감했다'(장유정 연출 장소연 음악)는 종갓집이라는 전통적인 양반 가문에서 자신의 것을 주장하는 신세대와 전통을 고수하려는 구세대의 갈등을 형제간의 화해로 풀어낸다.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소재를 진솔하고 유쾌하게 담아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작품이다.
-추석 연휴 이전에 이미 많은 연예인이 다녀간 흔적이 있다.
"네 맞습니다. 유재석과 황광희가 가장 먼저 작품을 보러왔고, '비정상회담'에서 활약 중인 샘 오취리, 다니엘 린데만, 기욤 패트리, 프례므스와브, 카를로스 고리토, 니콜라이 욘센, 새미 라샤드 등이 왔어요. 박지윤-최동석 부부, 백지영-정석원 부부, 고명환-임지은 부부, 임성은, 가수 케빈(제국의 아이들), 조성모, 이상민, 유리(쿨), 이지혜, 배우 최정윤, 남규리, 안연홍, 심형탁, 도상우, 후지이 미나, 주민정 등 다녀갔죠. 제게 힘을 팍팍 실어준 모두 고마운 분들이죠."
정준하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인증샷을 올려 동료 연예인들의 관람에 감사표시를 하고 있다. 특히 이번 작품에도 여전히 객석 한자리를 차지한 손연재와는 그가 뮤지컬을 할 때마다 매번 찾아와주는 특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고 했다.
-원래 바보 연기가 주특기인데 색깔을 바꿨나.
"네, 데뷔 때부터 바보스런 캐릭터로 제 이미지를 키운 게 맞아요. 관심 있게 저를 관찰해보시면 알겠지만 '무도'에서도 멤버들 비해 알게 모르게 약간은 손해 보는듯한 바보스러움이 내비쳐집니다. 이번 뮤지컬에서도 마찬가지고요. 멋진 상남자보다는 뭔가 부족한 듯 상대를 편안하게 해주는 이미지가 저만의 고유한 매력인데 버릴 순 없지요."
-마지막으로 계획돼 있는 특별한 일정을 말해달라.
"뮤지컬은 11월초까지 대학로 홍익대 아트홀서 계속하고요. 이후 내년 1월까지 석 달간 매 주말마다 지방 순회공연을 하게 됩니다. 연말 또는 연초에 드라마에 출연 계획인데, 이래저래 더 바빠질 것 같습니다."
[더팩트|강일홍 기자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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