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쪽은 절대 (이혼을) 안 하겠다는 것이고 저는 8년 동안 연락이 안 되니까 이렇게 살 바에는 (차라리 이혼을 하고) 각자 살자는 거지요 ."
가수 나훈아(68)의 아내 정수경 씨(54)의 행보가 주목을 끈다. 그는 나훈아와 결혼한 이후 줄곧 해외에 거주하며 사실상 은둔생활을 해왔다. 소송 과정에서도 언론과의 접촉을 되도록 기피했다. 그런데 최근 잇달아 '이혼할 수 밖에 없는' 자신의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히고 나섰다. 배경이 궁금하다.
나훈아와 이혼소송 중인 정 씨는 두 차례의 조정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결국 재판상의 이혼 절차를 밟게 됐다. 한쪽은 일관되게 부부관계를 유지하려하고 또 한쪽은 어떻게든 그 틀을 깨고 싶어한다. 두 차례에 걸쳐 이혼 소송을 해야할 무슨 피치 못할 사연이라도 있는걸까.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황혼이혼'의 진통일까. 세상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부분은 바로 이 대목이다.
필자는 20년 넘게 연예기자로 이슈와 화제의 현장을 지켰지만, 8년째 현재진행형인 '나훈아 사건'은 늘 불가사의한 미스터리다. 고백하건대 이 미스터리의 한 축에는 필자 역시 나몰라라 할 수 없는 불가분의 고리가 있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필자는 2007년 1월 , 그해 3월로 예정돼 있던 '나훈아 세종문화회관 단독콘서트'가 돌연 취소됐다는 기사를 단독 보도했고, 나훈아는 이유야 어찌됐든 그로부터 지금까지 8년째 공식 무대를 떠나 있다. 뒷날 그가 여러가지 소문과 의혹에 시달린 뒤 '무책임한 추측보도'로 언급하는 단초가 된 기사이기도 하다.
◆ 정 씨의 이혼 및 재산분할 청구소송, 컴백 기다리던 팬들한테 날벼락
당시 세종문화회관의 대관을 담당한 실무자는 "공연장 대관은 1년 전부터 심사를 통해 결정 되기 때문에 공연이 취소되더라도 계약금을 돌려주지 않는다"면서 "콘서트를 불과 두 달 앞두고 취소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콘서트가 수천만 원의 손실을 봐가면서 돌연 취소된 뒤 사생활 등 각종 의혹이 쏟아졌다. 나훈아 콘서트는 혹독한 연습과 무대감독, 선곡과 편곡은 물론 음향 조명 등 각종 외주장비업체 선정까지 최소 6개월 전부터 사전 준비과정이 철저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1년 후인 2008년 1월25일 나훈아는 서울 홍제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루머 해명'이라는 기상천외한 기자회견을 갖는다. 그는 "(내가)남의 마누라를 탐하는 마음이 눈꼽만큼이라도 있었다면 여러분의 집에 키우는 개×이고, 혹시 집에 개 없는 집은 옆집개, 건넛집 개라도 좋다"고 말했다. 이른바 후배 연예인의 전처와 관련된 소문에 대한 해명이었다.
이 기자회견을 끝으로 그는 더 길고 깊은 잠적에 들어갔다. 그런데 이제나 저제나 그의 컴백소식을 기다리던 팬들한테 또 한번 놀라운 소식이 전해진다. 미국 하와이와 보스톤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만 알려져 있던 아내 정 씨의 이혼 및 재산분할 청구소송이다. 당사자인 나훈아는 물론 팬들한테도 충격이었다.
2011년 1심 재판부는 '나훈아가 부부의 정조 의무에 충실하지 않은 부정한 행위를 했다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동거의무, 부양의무, 협조의무 등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소청구를 기각했다. 결국 고등법원 항소심을 거쳐 대법원 상고심에서 '이혼 불가'로 최종 결론이 났지만, 정 씨가 제기한 혼인 파탄 이유 중 '부부의 정조' 부분이 언급됐음을 유추할 수는 있다.
◆ "이혼 불가" 대한민국 최고가수 자존심 vs "혼인관계 파탄" 인정 호소
정 씨는 최근 언론과의 잇단 접촉에서 "우리 아이가 많이 아픈데도 와중에 아빠한테 연락을 할 수 없다는 현실이 너무 비참했다"고 아들의 암투병 사실을 털어놨다. 또 새로 제기된 이혼 소송에 대해서는 "(남편한테) 결혼 파탄의 책임을 묻고자 함이 아니라, 이미 파탄이 난 상태에서 더 이상의 혼인관계 유지가 어렵다는 점"이라고 소송대리인을 통해 밝혔다.
하지만 상황은 이번에도 녹록치 않다. 이혼 요구는 법 테두리안에서 이미 한 차례 불발로 끝난 마당이고, 상대방인 나훈아의 이혼 불가 입장도 태산처럼 변함이 없다. 정 씨가 직접 목소리를 내고 전면에 나선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른바 인정에 호소하는 '대중 스타가수인 남편에 대한 압박카드'인 셈이다.
나훈아는 한국 대중가요사에 길이 남을 레전드다. 1966년 데뷔 이후 3000여곡의 노래를 불렀고, '사랑' '잡초' '무시로' '울긴 왜 울어' 등 직접 작사 작곡한 노래도 800여 곡이 넘는다. 그가 공식 활동을 중단하기 직전 노래반주기 생산업체 TJ미디어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만 나훈아는 무려 153곡을 등재해 1위에 올랐다. 사후 70년까지 상속유지될 엄청난 저작권료 수익이 재산분할 대상으로 언급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속된 말로 백년해로를 약속한 부부라도 틈새가 벌어져 갈라서면 하루 아침에 '도로남'이다. 대한민국 최고 스타가수의 가정사라도 예외가 아니다. 그런데 이들은 건너기 힘들 만큼 갈등의 골이 깊어졌는데도 왜 이혼을 하지 못하는 것일까. 대충 짐작은 되지만 본인들이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으니 역시 궁금증만 더할 뿐이다.
[더팩트|강일홍 기자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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