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탐사-서지수 논란①] '서지수 루머' 유포자 고소취하 확인...진실은?

서지수 티저 사진. 서지수는 러블리즈의 새 앨범부터 참여한다. /울림 제공

'레즈비언 논란'으로 온라인 게시판을 뜨겁게 달군 걸그룹 러블리즈의 멤버 서지수 사건, 일명 '서지수 루머'의 실체는 무엇인가. 러블리즈가 새 앨범 'lovelyz8'의 선공개곡 '작별 하나' 티저 영상을 공개하며 8인조 완전체 컴백을 알린 가운데 '서지수 루머'와 관계된 당사자들은 아직도 과거의 '악몽'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사건은 '수사의뢰~구약식 기소~정식재판 청구~양측 합의~사건 종결' 과정을 거치며 없던 일이 됐지만 당사자들은 허위 사실 유포자로 낙인찍혀 상처에 신음하고 있다.

<더팩트>는 러블리즈의 컴백 이면에서 고통받고 있는 관계자를 만나 단독 인터뷰를 갖고 '서지수 루머'의 실체를 재조명했다. 과거 서지수와 교제했다고 밝힌 여성 D 씨를 만나 사건의 발단부터 명예훼손 소송의 진행 과정, 그리고 합의까지의 내용을 취재했다(D 씨는 서지수와 과거 교제한 적이 있다고 밝힌 여성으로 '지수러브'와 다른 인물임). 또 '성희롱 발언' '멤버놀이' 등 당사자들이 주고받은 관련 녹취록 파일도 단독 입수하는 등 당시 사건과 관련된 내용을 다각도로 조명했다.<편집자 주>

러블리즈가 서지수(21) 합류를 공식화하고 오는 14일 본격 컴백에 앞서 선공개곡을 발매하겠다고 밝힌 11일 현재 D 씨는 "서지수로 인해 상처를 받은 사람이 오히려 유포자로 고소를 당하고 가해자로 몰렸다"면서 "진실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울림 측이 지난 5월 8일 공개한 공식입장에 따르면 '서지수 루머'를 2차 유포했다는 혐의로 울림 측으로부터 명예훼손 소송을 당한 누리꾼 '지수러브'는 경찰과 검찰 조사 끝에 구약식기소 돼 벌금형을 받았다.

하지만 D 씨는 이 사건이 '지수러브'가 벌금형을 받은 것으로 마무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벌금 300만 원으로 약식기소됐던 '지수러브'는 지난 6월 말 이 같은 내용의 약식명령을 송달 받고 바로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D 씨는 '지수러브'가 정식 재판을 청구하자마자 울림이 고소를 취하하며 사건이 마무리됐으며, 소송 취하 이면에 감춰진 이야기가 있으나 이 같은 내용이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는 처음 알려지는 내용이다.

D 씨는 자신도 과거 서지수와 만났으며 그때 '아웃팅' 협박 등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 조사 때 '지수러브'와 동행했던 그의 증언을 토대로 러블리즈 소속사 울림 엔터테인먼트의 주장, "자신이 올린 글은 진실"이라고 항변한 피고소인 '지수러브'(A 씨)가 지금은 왜 침묵하고 있는지 등 진실공방의 쟁점을 낱낱이 파헤친다.

걸그룹 러블리즈의 멤버 서지수의 과거와 관련된 논란이 식지 않고 있다. 이 논란은 지난해 11월 서지수의 과거를 폭로하겠다며 한 누리꾼이 올린 글에서 시작됐다. 이 일로 엮이게 된 폭로글 2차 유포자 지수러브(A 씨)와 서지수, 그의 소속사 울림, 그리고 <더팩트>와 단독 인터뷰를 한 또 다른 서지수의 과거 지인 D 씨의 관계도. /그래픽=손해리 기자

◆'지수러브'-울림, 세 번의 만남이 남긴 상처

지난해 11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 하나가 올라왔다. 데뷔를 앞두고 있던 걸그룹 러블리즈의 멤버 서지수에 대한 이야기로 추정되는 내용을 담은 이 글은 올라오자마자 온라인 공간을 뜨겁게 달궜다. 글에는 서지수가 과거 동성연애를 했다는 주장부터 그에게 성희롱을 당했다는 주장까지 쉽게 믿어지지 않는 일들이 담겨 있었다.

'일진설'이나 음주, '왕따' 등 간혹 연예인들의 어두운 과거가 온라인 공간에서 화제가 되는 경우는 있었지만 이 내용은 그 정도에서부터 앞선 경우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러블리즈의 소속사인 울림 엔터테인먼트(이하 울림) 측은 같은 달 10일 공식 트위터를 통해 이날 마포 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는 것과 최초 작성자 및 유포자를 잡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진정 떳떳하다면 경찰에 모습을 드러내 협조받으십시오. 울림이 지난 해 11월 10일 서지수 논란글이 올라오자 공개한 공식 입장. /울림 공식 트위터

이후 러블리즈는 서지수를 제외한 7명의 멤버로 활동을 시작했다. 데뷔 앨범 이후 지난 3월 새 앨범 '하이'를 발매하고 활동하기도 했다.

지난 5월 8일 울림은 다시 공식 입장을 냈다. '서지수 루머' 사건에 대한 수사가 끝났음을 알리는 내용이었다. 보도자료에서 울림 측은 "멤버 서지수 루머에 대한 수사 결과 피고소인 A 씨(지수러브)와 미성년자 B 씨를 허위사실 유포로 각각 벌금형 구약식 기소 및 소년보호사건 송치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지난 4일 울림은 러블리즈의 컴백을 앞두고 서지수의 티저 사진을 공개했다. 서지수를 다시 합류시키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힌 셈이다.

하지만 이후에도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최근 한 트위터리안이 공개한 '서지수 루머' 사건의 재판 정보에 따르면 피고소인 A 씨, 즉 서지수 관련 글을 2차 유포한 '지수러브'가 정식 재판을 청구했고, 이에 서지수의 법무법인이 A 씨에 대한 고소를 취하한 기록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 의문을 가지고 취재한 결과 <더팩트>는 '루머 유포자'라고 낙인찍힌 '지수러브'와 울림 사이에 여러 차례 만남이 있었다는 것을 또 다른 서지수의 지인 D 씨를 통해 확인했고, 이때 녹음된 음성 파일을 단독 입수했다.

지금까지 알려졌던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유포자 벌금형은 양측의 합의로 인한 고소취하로 없던 일이 된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이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자 당시 사건 관계자들은 지금도 마치 허위 내용을 유포한 것처럼 낙인찍혀 고통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서지수 명예훼손 사건 번호 조회 기록. 지난 6월 24일 울림 측의 법무법인이 고소취하서를 제출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 트위터리안은 지난달 말부터 이 같은 기록을 공개하며 지속적으로 서지수 사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재판기록 독자 제공, 서지수 사건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트위터리안의 계정 캡처

사건이 일어난 지난해 11월 울림 측은 공식 입장에서 밝힌 것처럼 경찰에 사건 수사를 의뢰했다. '지수러브'를 포함해 서지수에게 과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던 이들이 자진 출석해서 조사를 받았다. D 씨와 '지수러브'가 만난 것도 이 때다. 이듬해 1월 사건은 검찰로 송치됐다.

지난 2월 '지수러브'와 D 씨, 그리고 서지수에게 과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던 또 다른 이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 자리엔 지난해 11월 울림 공식 트위터에 "진짜 피해자라고 주장하시는 분이 떳떳하다면 나타나라, 성적 소수자로서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기 어렵다는 이유를 내세우며 피해자인 척 하지 말라"는 글을 올렸던 소속사 관계자도 자리했다.

< 더팩트>가 단독 입수한 음성 파일에서 울림 관계자는 "(서지수와 사귀었다고 했는데) 정말로 감정 자체가 서로 확인을 하고 만난 거냐"고 물었고, '지수러브'는 "서지수가 성희롱 발언을 한 건 '멤버 놀이'를 할 때가 아니라 우리가 사귈 때 한 것이다. (서지수가) 내 실명을 부르면서 '좋아해'라고 하는 영상도 찍어서 보냈다"고 설명했다.

지수러브가 서지수로부터 받았다고 주장한 편지. 지수러브는 울림 관계자에게 서지수와 자신이 단순한 친구 사이가 아닌 그보다 깊은 사이였다고 설명했다. /독자 제공

◆ "서로 집 주소까지 공유하며 연애 할 정도의 깊은 사이"

'지수러브'가 언급한 '멤버 놀이'는 스스로를 아이돌 그룹의 멤버로 설정한 상태로 다른 이들과 대화를 나누는 역할극을 뜻한다. '지수러브'와 서지수는 '멤버 놀이'를 위한 한 비공개 커뮤니티에서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지수러브'는 울림 관계자에게 "'멤버 놀이'에 대해 이해를 하신다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곳에서 만나 서로 집 주소까지 공유하고 연애를 할 정도면 깊은 사이다. 밖에서 봤을 때는 '송장주소가 어떻게 연애했다는 증거야'라고 할 수 있지만 그렇게 따지면 어떤 걸 갖다 놔도 안 믿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후 울림 관계자는 "서지수가 우리한테 말은 했다. 아마 서지수와 (이 일이 터지고) 가장 처음 면담을 했을 거다. 지수가 '정말 외로웠고 너무 힘들었다. 그때 만났던 친구들이고 그때 내가 어떤 감정으로 그들을 대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악감정으로 가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또 서지수가 '지수러브'를 비롯한 이들에게 했던 성적인 발언들에 대해 "그런 멘트나 표현은 성희롱이고 그렇게 한다는 것 자체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상황은 맞다"고 일부 인정했다.

지수러브와 서지수가 나눴다고 추측되는 대화 내용. 이 글에서 대화 상대자는 무언가에 대해 불안해 하고 있다. /임영무 기자

약 2개월 뒤인 지난 4월 14일 '지수러브'와 D 씨 등은 또 다른 울림 관계자와 만났다. 이 자리엔 울림 측이 선임한 변호사가 자리했다. 변호사는 피고소인인 '지수러브'에게 "본인이 정신과 상담을 받았다는 얘길 하지만 반대 사람(서지수) 입장도 생각을 해야잖느냐. 지수는 얼굴이 다 팔렸다"며 이 일로 서지수가 받은 피해에 대해 언급했다. 또 "본인('지수러브')이 피해를 준 부분에 있어서 사과하고 추후에 이런 일이 없다는 걸 약속을 해준다면 회사에 적극적으로 '젊은 사람 인생 망칠 게 뭐가 있냐. 용서해 주자'는 조언을 할 수 있다. 재판을 하면 길어질 수 있다. 우리야 재판을 계속 안 나가지만 ('지수러브'는) 계속 재판에 나갈 수 있다. 그것도 스트레스다"며 합의 의사를 물었다.

이 자리에서 변호사는 '지수러브'에게 공식 사과를 요구했으나 잠시 소속사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눈 뒤 말이 바뀌었다. 사과문을 올릴 필요가 없으니 이 일에 대해 함구하라는 것이었다. 변호사는 "회사(울림)에서 보도자료를 낸 이후에 ('지수러브'는) 잘못이다, 사과 이런 것도 필요 없고 거기에 대해 일체 함구를 해야 한다. 인터넷에서 누가 묻든 기자가 묻든 노코멘트를 해 달라"고 요청했다.

'지수러브'는 "최소한 (글 내용이) 모두 다 허위였다고 하진 않으셨으면 한다. 수많은 화살이 그때부터는 나한테 다 돌아오잖느냐"는 의견을 내놨지만 울림 측은 완고했다. "그래도 어쨌든 ('지수러브'는) 공인이 아니잖나. 그쪽이 잘못해서 일어난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지라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지수러브'가 "사실인 부분까지 함께 아예 세탁되는 게 아니냐"고 묻자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다, 세탁의 의미가. 어쨌든 우린 심플하게 (서지수 관련 글을) 올린 부분에 대해, 검찰이 허위로 판단하고 명예훼손으로 법원에 기소를 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한 피고소인 지수러브는 왜 침묵하고 있을까. 제보자 D 씨는 지수러브가 현재 언론과 접촉할 수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임영무 기자

◆ 유포자로 지목된 소송 당사자 '지수러브'는 왜 침묵하나

지난 5월 6일 '지수러브'는 합의를 위해 이 변호사와 다시 만났다. '지수러브'는 울림 측이 미리 작성해 둔 합의서를 받았고 이 안엔 '지수러브'가 앞으로 서지수와 관련된 내용을 언론이나 인터넷 SNS 등에 게재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울림이 고소를 취하하겠다는 조항이 담겨 있었다. 또 '지수러브'가 이를 어길 시에 1억 원의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조항도 있었다.

울림 측은 "보도자료 내용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은 안 했는데 내용 자체의 골자는 그거다. 다른 지역에서 (서지수 관련 글을) 퍼 나르고 해서 고소당한 건이 있는데 그 친구는 미성년자라서 소년 사건을 전담하는 소년부로 넘어갔다. 그 내용이랑 같이 나갈 거다. 시시콜콜 적게 되면 '지수러브'한테도 안 좋고 이쪽에도 좋지 않을 것 같아서 드라이하게 나갈 것이다. 공소사실을 있는 대로 적고 소속 연예인들에 대한 근거 없는 루머로 피해를 주는 것에 대해서는 엄중히 대응한다는 내용이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 '지수러브'와 동행한 보호자는 "서로 피해를 봤는데. 얘('지수러브')도 보고 그쪽도 보고 했는데 조사 결과 일부 허위 사실이 있어서 피해자도 합의에 동의했고 울림 측도 합의에 동의했고. 그 내용이 들어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고, 돌아온 답은 "서로 피해를 봤다고 하는데 그건 우리가 들었을 땐 말이 안 된다. '지수러브'가 지수한테 피해를 본 건 개인적으로 따질 문제거나 본인이 다 입증을 해야 될 문제"라는 것이었다. 울림 측 변호사는 또 "(서지수) 본인이 (성희롱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거 가지고 어디 가서 소송을 걸어 봐라. 피해보상이라든지 형사 소송이라든지"라며 "객관적으로 봤을 때 ('지수러브'가) 굉장히 불리한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서지수 논란과 관련된 울림의 마지막 공식 입장. 울림 측은 지난 5월 8일 공식 입장을 내고 서지수와 관련된 인터넷 상의 루머는 사실무근이며 이 일로 피고소인 A 씨(지수러브)와 미성년자 B 씨를 허위사실 유포로 각각 벌금형 구약식 기소 및 소년보호사건 송치했다고 밝혔다. /울림 공식 입장 캡처

그렇게 울림과 '지수러브' 사이에 합의가 체결됐다. 경찰 조사를 받기 시작했을 때부터 약 10개월이 지난 9월 현재까지 '지수러브'가 주장했던 건 한결같았다. 일명 '서지수 루머'를 생성했던 글의 최초 유포자는 자신이 아니며, 이 글 안에 있는 내용이 모두 거짓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그는 적어도 자신이 들었던 성희롱 발언들이 사실임을 개인적으로라도 인정해 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결국 최초 유포자는 잡지 못 했고, '지수러브'는 침묵 속에 있다. 다시 합류한 서지수는 눈시울을 붉히며 인터뷰를 하지만, 언론과 접촉할 수 없는 '지수러브'의 이야기는 들을 수 없다.

한편 울림 측 관계자는 11일 오전 <더팩트>와 통화에서 '지수러브'와 여러 차례 만났고 지난 5월 6일 고소 취하를 조건으로 '지수러브'와 언론의 접촉을 차단한 합의 내용에 대한 질문을 받고 "그런 합의가 어떻게 가능할 수 있느냐, 우린 '지수러브'와 만난 적도 없다"고 부인하며 "직접 통화해 보라"고 얘기했다.

이후 울림 측과 다시 통화해 "정말 '지수러브'와 합의한 내용이 없는 거냐"고 재차 확인했으나 "그런 사실 자체가 없으니 ('지수러브'에게) 직접 전화통화를 해도 된다"는 답이 돌아왔다(앞서 제보자 D 씨는 '지수러브'에게 전화를 하면 울림과의 합의에 위배되는 것이라서 언론이 직접 접촉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더팩트ㅣ정진영 기자 afreec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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