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아, 스스로 역사를 쓰며 걸어온 15년
2000년 8월 25일 가요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신인이 있었다. SM엔터테인먼트의 첫 번째 여자 솔로 가수 보아였다. 당시 15세, 만 13세였던 그는 데뷔하기 전부터 세간의 관심을 두루 받았다.
부러질 것 같은 팔로 엇각기 춤을 능수능란하게 구사하고, (지금 들어보면 그때는 꽤 목소리가 어렸다는 생각이 들지만) 10대 초반이라는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정돈된 R&B 보컬은 대중에게는 물론 같은 시대에 활동하고 있던 가수들에게도 충격적인 일이었다.
당시만해도 일반적이지 않던 소속사의 체계적인 트레이닝 시스템을 거쳐 탄생한 보아. 그는 '만들어진 가수'라는 수식어에 그치지 않고 이후 끊임없이 자신의 길을 개척하며 국내 가요계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보아의 정규 6집 '허리케인 비너스'의 수록곡 '카피&페이스트'에는 'BOA DNA 이유 있는 자부심'이라는 가사가 나온다. 데뷔 15년을 맞았지만 여전히 핫하고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보아의 지난 발자취를 'BOA DNA'라는 키워드로 풀어봤다.
B: brand new=완전히 새로운 아이콘의 등장
보아의 등장은 파격적이었다. 보아는 SM엔터테인먼트가 탄생시킨 첫 번째 솔로 여가수였고, 당시로선 획기적이었던 3년 간의 체계적인 트레이닝을 받은 준비된 가수였다. 이 트레이닝의 시기 동안 보아는 춤과 노래는 물론 영어와 일본어까지 배웠다. 말 그대로 전 세계를 겨냥한 SM의 승부수였던 셈이다.
이수만 회장도 여러 차례 밝혔듯 당시 SM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대형 스타를 키우기 위해 10대 초반의 어린 여자 아이를 찾고 있었다. 12살 어린 나이에 보아는 그런 SM에 선택됐고, 차분히 역량을 키웠다. 그리고 마침내 2000년 8월 25일 첫 번째 정규 앨범 '아이디 피스 비'를 발매하게 된다.
O: off road=누구도 걷지 않은 길을 개척하다
2000년 국내 가요계에 큰 반향을 일으킨 보아는 이후 일본으로 눈을 돌렸다. 보아가 일본에 진출하기에 앞서 SM엔터테인먼트는 이미 H.O.T.와 신화, S.E.S 등으로 일본 시장에 대한 가능성을 점친 상태. 보아는 일본 에이벡스그룹과 계약을 맺고 현지에서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펼쳤다.
당시 일본에서 국내 아이돌 가수가 활동하는 건 흔치 않은 일. 보아가 이후 "나는 처음이라 한국에서 왔다는 것만으로도 이미지 메이킹이 됐다"고 밝힌 것처럼 일본에서는 한국에서 온 14살 작은 소녀에 큰 관심을 보였다. 그는 일본 후지 TV '헤이 헤이 헤이' 등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린 뒤 마침내 2002년 '리슨 투 마이 하트'로 오리콘 정상에 오른다. '리슨 투 마이 하트'는 한국과 일본의 색이 적절히 섞인, R&B 보컬을 능수능란하게 구사할 수 있는 유일한 10대 아시아 여가수의 탄생을 알린 곡이었다.
A: again, Korea=다시 한국으로 와 'No.1'이 되다
'리슨 투 마이 하트'로 일본에서 빅히트를 기록한 보아는 2002년 모국 무대로 돌아왔다. 그가 이 해에 발표한 '넘버원'이라는 곡은 월드컵 열기와 맞물려 국내에서 선풍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보아는 이 곡으로 말 그대로 '넘버원'의 지위에 올랐다.
이후 그는 일본에서 '발렌티'를 발표한 뒤 이 열기를 국내에서 발표한 2.5집 '미라클'로 그대로 이어왔다. 또 '샤인 위 아'를 발매 당일 오리콘 차트 1위에 올리며 한일 양국을 대표하는 여가수로 성장했다.
D: dramatic=이보다 더 화려할 순 없다
'발렌티' 이후 보아의 행보는 더 이상 드라마틱할 수 없을 정도다.
'넘버원'과 '발렌티'로 2002년 메가히트를 기록한 보아는 그해 SBS 가요대상을 거머쥐었다. 그리고 이듬해 발표한 정규 3집 '아틀란티스 프린세스'로 풋풋한 10대의 마지막을 즐기며 제 30회 한국방송대상 가수상, 한국언론인연합회 선정 자랑스런 한국인대상 대중예술부문, 서울 외신기자클럽 외신 홍보상 음악부문, 코리안 뮤직 어워드 올해의 가수상, 대한민국 국회 대상 대중음악부문 등 일일이 꼽기 어려울 정도의 상을 쓸어 담았다.
2004년 발표한 정규 4집으로 보아는 마냥 귀엽던 10대에서 '걸 크러쉬'를 일으키는 섹시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여성 가수로 변신했다. 이듬해 발표한 정규 5집 타이틀곡 '걸스 온 탑'은 제목처럼 보아가 남녀노소 모두에게 두루 사랑받는 톱가수의 지위에 올랐음을 증명한 곡이었다.
이후 처음으로 자작곡을 타이틀곡으로 내건 7집 '온리 원'으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그는 2015년 전곡 작사 작곡 프로듀싱에 참여한 8집 '키스 마이 립스'로 독자적 영역을 공고히 했다.
N: nowness=데뷔 15주년, 독보적 지위를 재확인하다
올해로 데뷔 15주년을 맞은 보아는 자신의 과거와 현재성을 모두 나타내기 위해 '나우네스'라는 이름을 콘서트에 붙였다.
'키스 마이 립스' '스매쉬' '홈' '후 아 유' '폭스' '클락워크' '그린 라이트' '헬로' 등의 정규 8집 수록곡은 물론 '발렌티' '마이 네임' '넘버원' '밀키웨이' '온리 원' '모토' '스파크' '아틀란티스 소녀' '잇 유 업' '에너제틱' '아이 디드 잇 포 러브' '샤인 위 아' 등의 과거 히트곡을 망라한 무대가 '나우네스'에서 이어졌다.
'나우네스'는 보아의 15년을 정리하는 자리이자 여전히 그가 댄스 가수로서 건재하다는 걸 보여주는 공연이었다.
A: artist=아이돌에서 뮤지션으로…보아의 걷지 않은 길
보아는 이제 더 이상 10대 초반의 어린 여가수도, 마냥 댄스 음악만 하는 아이돌 가수도 아니다. '온리 원'에서 가능성을 보이고 '그런 너'와 '키스 마이 립스'로 증명한 아티스트 보아의 저력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보아는 23일 데뷔 15주년과 '나우네스' 공연을 기념해 기자회견을 열고 "데뷔 15주년이라 내가 나이가 되게 많은 줄 아시는데 난 15살에 데뷔했다"고 말했다.
이제 막 30대에 접어든 보아. 그의 가수 인생은 이제 시작이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아이콘에서 싱어송라이터까지 보아의 지난 15년은 다이내믹했고, 앞으로 더 그럴 것이다.
[더팩트ㅣ정진영 기자 afreec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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