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포커스] 백재현, '성추행 악몽' 딛고 뮤지컬 연출자로 변신

백재현, 기자회견 첫 마디 죄송하다 백재현이 동성추행으로 징역 4개월을 선고받고 뮤지컬 내 아내에게 애인이 있다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사과했다. /문병희 기자

'男성추행' 백재현, 징역 선고에도 연출 지속한다

개그맨 백재현(45)이 10일 오후 징역 4개월을 선고받고 연출을 맡은 뮤지컬 공식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그는 누구보다 긴 하루를 보냈다. 오전에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참석해 취재진 앞에서 눈시울을 붉혔고, 오후에는 대학로 가든씨어터에서 열린 창작뮤지컬 '내 아내에게 애인이 있다' 기자간담회에 연출자로 참석했다.

그는 먼저 무릎을 꿇고 관객들과 취재진에게 '동성추행'으로 물의를 빚은 것이 대해 "죄송하다"고 사죄했다. 이어 "진심으로 사과한다. 기회를 준다면 정말 열심히 하겠다"고 굳은 다짐을 밝혔다.

백재현은 지난 5월 17일 오전 3시쯤 종로구의 한 사우나에서 대학생 A 씨의 성기를 손으로 만지는 등 추행한 혐의를 받았고 같은 달 19일 백재현은 자신의 혐의를 인정했다. 그리고 이날 오전 선고공판에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김민수 PD 백재현만이 할 수 있는 연출이었다 뮤지컬 내 아내에게 애인이 있다 연출진과 출연진들은 백재현을 향해 변함 없는 신뢰를 표현하며 응원했다. /문병희 기자

많은 사람에게 큰 충격을 줬던 백재현이지만, 연출진과 출연진들은 그를 변함없이 신뢰하고 격려를 보내 눈길을 끌었다.

배우 이재욱은 "백재현의 예술적인 면모를 존경한다. 이번에 그와 작업하면서 굉장히 새로웠고 (그의) 열정을 닮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 김민수 PD도 "백재현 연출가가 공연 초반에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켜 함께 할 수 없게 됐다고 했을 때 누구보다 마음 아팠다. 본인이 사건으로 인해 상심이 컸다. 백재현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올 수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를 붙잡았다"고 밝혔다.

백재현은 '개그콘서트' 탄생 무렵 '개콘 원조 기획자'라고 불릴 만큼 다양한 아이디어를 낸 주인공이다. 당시 개그맨 심현섭 강성범 등과 함께 '개그콘서트'의 초창기 인기를 이끌었다. 또 그는 얼마 전까지 '루나틱'을 연출한 대학로에서 잔뼈가 굵은 기획자였다.

사건 직후 백재현은 당초 약속돼 있던 이 작품 연출을 포기할 뜻을 비쳤지만 김민수 PD의 적극적인 설득에 연출자로서의 재기를 결심했다. 그는 자숙하며 연출에 '올인'할 계획을 밝혔다. 그는 자신이 기획한 뮤지컬을 이야기 할때 만큼은 분명히 열정과 자신감을 보였다.

백재현, 뮤지컬 리더로서 재기 성공할까? 백재현이 뮤지컬 연출자로 연예계에 복귀를 알렸다. / 문병희 기자

첫 등장에 살짝 상기된 얼굴 빛을 보였던 그는 배우 허정민이나 이재욱이 공연 연습 당시 있었던 에피소드를 이야기할 때에는 간혹 웃기도 했다. 입은 굳게 다물고 말을 아끼면서도 시간이 지날수록 웃을 수 있는 여유를 보였다.

기자회견의 말미 김민수 PD는 "백재현이 아픔이 있는데 이를 포용해주면 감사하겠다"며 관객들에게 당부했다. 이어 그는 "작년 국내 뮤지컬 수익이 3000억이라고 한다. 창작 뮤지컬의 매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희박하다. 창작 뮤지컬의 사명을 가지고 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참여자 모두가 "'내 아내에게 애인이 있다' 파이팅"을 외치며 행사를 마쳤다. 백재현도 끝까지 함께 했다.

연예인의 성적인 스캔들은 사람들의 인식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특히 '동성 코드'에 아직 많이 열리지 않은 한국 사회에서 백재현의 실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히 크다. 징역까지 선고받게 된 그가 '스스로 만들어낸 악몽'을 딛고 연출자로 재기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내 아내에게 애인이 있다'는 성공만을 좇는 한 중년의 남자가 아내의 몸으로 빙의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그렸다. 오는 17일부터 관객들을 만난다.

[더팩트ㅣ서다은 기자 wom91@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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