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를 부탁해' 미카엘 "소주는 머리 아픈 술"
이태원, 분명히 서울특별시 구역이지만 이국적인 정취를 느끼고 싶을 때 찾기 딱 좋은 곳이다. 역시 이태원 연관검색어로 빼놓을 수 없는 게 '맛집'. 이태원역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골목만 들어서도 개성 있는 레스토랑들이 옹기종기 붙어 있다. 그중 햇살이 잘 드는 한 켠에 국내에서 유일한 불가리아 레스토랑이 있다. 바로 JTBC '냉장고를 부탁해'의 미카엘 셰프를 볼 수 있는 곳이다.
미카엘 셰프의 '젤렌'은 '냉장고를 부탁해'에도 함께 출연하고 있는 방송인 홍석천의 '마이 타이 차이나 레스토랑'과 나란히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미카엘 셰프는 한 외식업체와 신메뉴 개발로 관계자들과 토론에 한창이었다. 잠시 그 장면을 카메라에 담고자 사진 기자가 움직이자 손님들도 일어나 미카엘 셰프를 찍기 시작했다. 미카엘 셰프는 어쩔 줄 모르며 당황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제가 그럴만한 사람이 아닌데 사진을 찍으니까 창피해요. 과묵한 성격이라서요. '냉장고를 부탁해'도 처음엔 출연 안 하고 싶었는데 외국인 셰프 캐릭터가 꼭 필요하다고 해서 하게 됐어요. 그런데 방송이 이렇게 크게 될지 몰랐어요. 그냥 간단하게 음식 좀 하는 건줄 알았는데 스튜디오에 카메라 20대 이상 있고 스태프도 60명 가까이 있고 MC도 연예인이고. 예전에도 KBS나 MBC 방송한 적 있는데 그때처럼 조용히 흘러갈 줄 알았는데 인기가 장난이 아니더라고요. 완전 놀랐어요."
미카엘 셰프에겐 '냉장고를 부탁해'로 얻은 상처도 영광도 기억에 뚜렷하게 남아 있다. 특히 모든 셰프가 꼽듯이 첫 번째 경연 요리는 창피하고 아픈 추억이다. 대신 지난 3월 9일 방송분에서 15분 안에 내놓은 '가슴이 콩닭콩닭' 요리는 뿌듯한 경험이었다.
"첫 번째 음식 망했어요. 음식도 잘 못 만들고 시간을 어떻게 쓸지 몰랐어요. 손도 떨리고. 기분도 안 좋았어요. 창피했어요. 그런데 몇 번 뒤에 훈제닭가슴살 만들었을 땐 다 놀라더라고요. 기분 좋았어요. '냉장고를 부탁해' 방송은 한 번도 본 적 없어요. 가족들도 그렇고요."
미카엘 셰프는 '여심' 공략 전문 셰프다. 눈이 훈훈한 외모여서 뿐만 아니라 여성 게스트의 입맛을 잘 맞춘 요리들로 호평을 받았다. 그는 방송을 보지 않았던 터라 프로그램 내에서 이런 캐릭터를 가졌다는 것을 듣고는 흠칫 놀랐다. 그래도 '여심'을 잡는 비법은 분명히 있었다.
"여자들은 남자들보다 먹는 것에 더 신경을 쓰잖아요. 몸매 관리도 그렇고요. 전 기름기가 없는 건강식을 추구해요. 그래서 여성 게스트의 마음을 잡은 게 아닐까요?"
미카엘 셰프가 레스토랑 메뉴 중 가장 사랑하고 자신 있다고 꼽은 요리도 그랬다. 보기만 해도 건강해질 것 같았다. 하나는 삽스카 샐러드로 불가리아인들이 날마다 먹는 신선한 샐러드다. 토마토 오이 구운 피망 위에 화이트 치즈를 얹었다. 토마토나 오이가 간이 심심하지만 치즈와 올리브가 짭조름해 곁들여 먹는 요리다.
다른 하나는 팔내니 추쉬키로, 간 고기와 채소를 밥에 볶아 피망에 넣은 후 오븐에 구운 요리다. 요거트 소스를 뿌리고 신선한 허브를 토핑해 향긋하다.
메뉴판을 보니 레스토랑에서는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미카엘 셰프가 보여줬던 요리를 묶어 코스로 제공했다. 정작 미카엘 셰프는 "불가리아 요리가 아니다"고 불만스러운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성공과 인기에 대한 욕심보다는 불가리아와 불가리아 요리를 알리는 게 단 하나의 관심사였다. 미카엘 셰프의 장기적인 계획은 친형과 운영하고 있는 레스토랑 사업을 순조롭게 정리하고 불가리아로 돌아가는 것이다.
"'냉장고를 부탁해' 셰프들과 모이면 일상적인 이야기도 있고, 사업 전반에 관한 이야기도 해요. 술자리 가진 적 있지만 소주는 힘들어요. 소주는 술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세상에서 제일 머리 아픈 술이에요. 한국에 온 지 13년 됐는데 아직 한국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게 불편해요. 나이에 대해 민감해 해서 적응이 안 되더라고요. (머문 시간에 비해)한국어도 잘 모르고 한국 뉴스도 잘 안 봐요. 가십거리가 많아서요. 여기선 완전 외계인이에요. 차나 옷 많이 사는 것 필요 없고요. 그냥 형이랑 장사하면서 편하게 살고 싶어요."
[더팩트 | 김경민 기자 shi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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