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빙구'가 '밍키'에 빠진 이유…모르시겠다고요?
하는 거라곤 강원도 정선에서 밥을 지어먹는 것뿐이다. 밥이 맛있게 되면 좋아하면서 먹고 맛없게 되면 "우리만 모른 척하면 맛있는 것처럼 보인다"며 맛있는 척하면서 먹는다. 염소 잭슨 다이아 펄과 닭 마틸다, 강아지 밍키는 울타리를 탈출해 뛰어다니고, 출연진은 밥을 먹고 잠을 잔다.
최근 방송되고 있는 tvN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의 주요 소재는 '먹고 살기'다. 출연진은 제작진이 주문하는 '오늘의 메뉴'를 만드는데 하루를 꼬박 쓴다. 대단한 갈등이나 자극적인 토크는 없다.
이렇게 평범하다면 평범한 일상을 채우는 건 동물들이다. 가끔 멍하게 카메라를 바라보거나 치즈를 만들 젖을 내어주거나 잠을 자는 게 전부지만, 그 어떤 화려한 스타보다 눈길을 사로잡는다. 저절로 지어지는 '엄마 미소'는 덤이다.
'삼시세끼' 1회의 관전 포인트는 단연 강아지 밍키의 '폭풍 성장'이었다. 불과 몇 달 전 한 손에 쏙 들어오는 강아지였던 밍키는 어느새 택연이 '영차'하고 들어야 할 개가 됐다.
생명이 태어나면 성장하는 게 당연하거늘 다 커버린 밍키가 서운하면서도 내심 뿌듯했다. 이런 마음이 어디 기자 뿐이었으랴. 방송 이후 한동안 포털 사이트 주요 검색어에는 밍키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아마 애견인이라면 누구나 풀밭을 전력 질주하는 밍키에 자신의 강아지를 대입해봤을 것이다. 무서워서 밖에 데리고 나가면 바들바들 떨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내가 자기를 산책시키는지 자기가 날 산책시키는지 모를 정도로 기세등등하게 앞장 서는 과정을 '개 엄마'라면 한 번쯤 겪게 마련이다.
집에 롯데가 온 건 약 4년 전의 일이다. 한쪽 볼에 동그란 점이 박힌 귀염성 있는 얼굴을 하고, 사람들에겐 전혀 관심도 없는 듯 도도하게 돌아서는 롯데에게 한눈에 반했다. 프렌치불독이라는 말을 철썩 같이 믿었는데 키우다 보니 보스턴테리어였다. 이후 외로워하는 롯데를 위해 유기견 한 마리를 더 들였다. 이름은 시티. 중성화한 남자 아이로 눈치를 많이 보고 겁도 많다.
강아지를 키우기 전까지 기자는 개와 왜 뽀뽀를 하는지 이해가 안 되고, 갑자기 달려드는 게 무섭고, 개와 사람이 한 침대에서 자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었다. 이런 마음을 롯데와 시티가 바꿔놓는 데는 채 반년이 지나지 않았다.
지능이 높다 해도 할 줄 아는 거라곤 '앉아' '엎드려' '기다려' '손' 정도 밖에 없는, 가끔 아무데나 소변을 보고 산지 며칠 안 된 옷의 단추를 다 뜯어 놓는데도 상사병에 걸린 것처럼 오래 못 보면 보고 싶어 죽겠는 건 아마 '솔직함' 때문인 것 같다. 앞에선 웃다가도 뒤에선 어떤 표정을 지을지 모르는 사람과 달리 동물들은 거짓이 없다. 배가 고프면 밥을 달라고 징징거리고 만나면 반갑다고 꼬리를 흔든다. 귀찮으면 아무리 불러도 오지 않고, 주인 기분을 좋게 해주겠다고 아부하지도 않는다.
혹시라도 버려지면 상처받을까 마음을 반만 주는 법도 없고, 늘 100%의 신뢰를 보여주는 이 생명체들을 보고 있으면 뭐든 내어주고 싶고 더 열심히 살고 싶어진다.
이런 마음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안다. 뭐든지 일단 '하기 싫다'는 말부터 하고 보는 '투덜이' 이서진이 왜 염소 다이아와 펄 앞에서는 '아빠 미소'를 짓는지, 옥택연이 밍키를 품에 안고 자면서 눈을 떼지 못 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 평범하다면 평범한 일상일 뿐인 '삼시세끼'가 매 시즌마다 마니아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는 이유는 여기에 있지 않을까.
"얘들아 엄마 얼른 퇴근하고 갈게."
[더팩트ㅣ정진영 기자 afreec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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