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니를 좋아하는 아주 '객관적인' 이유
"그럴만해. 내가 가요 기자를 하면서 많은 공연을 봤지만 세 번 콘서트를 보러 가서 세 번 다 앙코르까지 본 건 샤이니가 유일해."
"샤이니 공연이 확실히 재밌지. 구성도 다채롭고. 공연에 대한 판단이야 주관적이겠지만 남자인 내가 그렇게 느낄 정도면 진짜 재밌는 거 아닐까?"
서로 다른 이 두 남자 기자의 대답의 앞에는 한 가지 공통된 질문이 있었다. "저 아무래도 콘서트 갔다 온 뒤에 샤이니에 '입덕'(한자 들 '입'자에 오타쿠의 변형인 덕후의 '덕' 자가 합쳐진 말. 특정한 대상을 좋아하게 됨을 의미)한 것 같은데 어쩌죠."
사실 이런 질문을 하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다. 기자는 객관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특정인에게 과한 호감을 드러내는 걸 지양한다. 실제 기자가 "난 A가 좋더라"고 하면 "그럼 A 나오는 행사에는 네가 가면 안 되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사실 콘서트를 보기 전까지 샤이니에 대한 특별한 감정은 없었다. '라이브 실력은 인정, 늘 열심히 하는 것 같아 호감, 그리고 생각이 바른 친구들인 듯' 정도가 샤이니에 대한 감상이었다.
그랬던 생각이 지난달 17일을 기점으로 달라졌다. 이날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는 그룹 샤이니의 단독 콘서트가 열렸다. 왜 하필 일요일에 프레스 오픈을 하는 거냐며, 기사는 언제 쓰냐며 투덜거렸던 마음이 공연이 끝나고 싹 사라졌다. 공연 내용이 자꾸 생각나고 싱숭생숭하기도 하고 기사를 써야 하는데 종현이 진행하는 라디오를 듣고 있었다. 소녀시대 팬인 한 기자 친구에게 이런 감정이 뭐냐고 묻자 "님이 '덕통사고'를 당한 겁니다"는 답이 돌아왔다.
지금껏 H.O.T.뿐이었던 마음에 갑자기 들어온 샤이니는 점점 자리를 키워갔다. 자꾸 샤이니 기사를 검색하게 되고 출근길과 퇴근길에 꼭 샤이니 노래를 들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음원 사이트에서 '좋아요'라는 것도 눌러봤다.
밤늦은 시간, 음원차트 순위 하나에 울고 웃는 스스로를 보며 '뭐 하고 있는 건가' 싶기도 했고, 동료든 관계자든 누구에게라도 이런 상황을 들키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런데 어느 날 우연히 샤이니에 대한 애정을 굳이 감추지 않는 한 기자를 만나며 마음을 고쳐먹었다.
신기한 건 함께 샤이니 이야기를 한 기자들 가운데 단 한 명도 샤이니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지 않았으며, 심지어 어느 정도 호감은 다들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때 깨달았다. 샤이니를 좋아하는 건 완전 주관적인 게 아니라 '일부 객관적인' 거였다는 걸.
떴다고 자만하지도 않고, '적당히'라는 말을 모르는 듯 늘 완벽한 무대를 만들어내는 샤이니. 그러니 지난 2008년 '누난 너무 예뻐'로 데뷔한 이후 최근 발표한 '뷰'에 이르기까지 많이 고민하고 공부하며 음악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이 기특한 아이돌 그룹을 좋아하지 않을 방법이 있을까. 그룹이든 노래든 이름을 잘 지어야 한다는데, 샤이니는 이름처럼 참 빛난다 빛나.
"샤이니 앨범 사려고 오늘도 누나 팬은 돈을 법니다."
[더팩트ㅣ정진영 기자 afreec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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