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스타의 은밀한 사생활은 파괴력 있는 정보가치로 활용
글로벌 시대의 핵심 키워드는 정보다. 정보는 곧 돈이고 권력이다.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해당 분야의 정보가 필수다. 결국 집단이든 개인이든 이 정보를 캐고 확보하고 장악하는데 온통 혈안이 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누구나 다른 사람의 은밀한 사생활에 관심을 갖게 마련이고 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크게 다를게 없다. 그 대상이 연예인이거나 유명인일 경우 호기심은 더 커진다. 시답잖은 안줏거리로 씹다 쓰레기통에 뱉어버리기도 하지만 파괴력 있는 정보가치로 활용되기도 한다.
배용준이 지난달 14일 박수진과 결혼한다는 뉴스가 보도된 직후 소속사인 키이스트 주가 급락(시가총액 기준 243억 하락)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키이스트 주가는 김수현의 생수파동이나 김현중의 폭행 혐의 고소 사건 때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문제는 사실과 다른 소문으로도 주가가 출렁거린다는 점이다. 실제와 다른 소문이 소문으로 증폭되거나, 변형되고 왜곡 돼 엉뚱한 정보로 둔갑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인위적으로 루머를 퍼뜨리기도 한다. 일일이 사실 여부를 확인해 팩트로 건져내는 작업은 그래서 만만찮다.
그런데 이런 소문이 가끔씩은 맞는다는 것이다. 연예 정보가 '지라시'란 이름으로 사고 팔리는게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이상 단순 가십으로만 치부될 일은 아니다.
무시할 수 없는 지라시 "내용 중 10개 중 1~2개는 반드시 사실"
지라시(しずし)는 본래 '흩뿌리다'는 뜻을 가진 일본말이다. 통상 주의 주장이나 사물의 존재 가치 따위를 여러 사람에게 널리 전하거나 알리기 위해 만든 종이쪽지 또는 전단지의 의미로 쓰인다. 우리나라에서는 '찌라시'로 더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지라시가 맞는 표현이다.
지금은 아예 증권가 정보지를 싸잡아서 '지라시'(또는 찌라시)로 언급되고 있다. 이 지라시를 통해 나오는 정보는 언론사는 물론 정보기관, 경찰 정보팀, 기업 정보팀 등의 정보시장에서 서로 교환되면서 흘러다니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지라시의 신뢰도는 어느 정도나 될까. 말 그대로 소문인 경우가 태반이다. 한때 지라시의 수집과 배포에 관여했던 H씨의 얘기를 들어보자.
"소위 지라시라는 이름으로 수집되는 정보는 다양합니다. 분명히 말하면 신뢰도 부분은 장담할 수 없습니다. 문제는 이를 받아들이는 쪽에서 반드시 믿고 싶은 심리가 작용한다는 것, 그리고 10개 중 1~2개쯤은 반드시 사실로 확인되는 경우가 많다는 거죠."
그는 지라시 생산의 장본인으로 개그맨 이수근 중견 탤런트 조형기 등 연예인 10여 명으로부터 고소를 당한 적이 있다.
연예뉴스가 지라시가 형태로 입에 오르내리게 된 것은 2005년 '연예인 X파일'의 실체가 확인되면서다. 당시 유명 광고대행사 J기획이 현직 기자들을 통해 수집한 것이 드러나 사회적 물의를 빚었다. 이후 2탄, 3탄까지 김희선 김태희 고소영 등 남녀연예인 80명의 실명과 사생활이 인터넷 게시판과 블로그 등에 떠돌며 온갖 부작용을 양산했다.
지라시는 기업 임원급들을 대상으로 메일로 배포되는 게 일반적이다. 정치 경제 연예 스포츠 등 거의 전 분야가 망라돼 있다. 대부분은 정보수집 단계의 덜 익은 '뉴스'임에도 가격은 등급에 따라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까지 거래된다고 한다.
지난 30일 강원도 정선에서 깜짝 결혼식을 올린 배우 원빈과 이나영 커플은 늘 이런저런 소문의 중심지였다. 사소한 데이트부터 결혼 준비를 한다는 소식까지 매번 크게 기사화됐다. 두 사람의 결혼을 진작에 예상한 지라시들이 먼저 관심 몰이를 했다.
애초 원빈과 이나영의 결혼설 배경이었던 지라시의 실체는 '지춘희 드레스'다. SNS나 온라인 메신저에는 이나영이 친한 디자이너 지춘희가 만든 드레스를 입을 것이란 '지라시'가 나돌아 둘의 결혼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창과 방패는 서로 속고 속인다. 소속사는 매번 "결혼설은 사실무근" 또는 "두 사람 모두 컴백작 검토 중"이라고 연막을 쳤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결혼은 사실이었다. 이나영도 결혼식 날 지춘희 디자이너의 드레스를 입었다.
근래 쏟아진 연예 지라시는 '아니면 말고식'의 연예X파일과는 다른 양상을 띠는 모양새다. 떠돌던 소문대로 원빈-이나영 커플은 연인으로 발전한지 3년 만에 부부가 됐다. 장동건-고소영, 이병헌-이민정의 경우처럼 지라시의 실체를 생판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더팩트|강일홍 기자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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